최경환-김종인-안대희 뜨고 김무성-유승민 ‘찬밥’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박 후보가 강조한 국민대통합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선기획단이나 특위를 구성한 거의 대부분의 인사가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박 후보 측근들로 짜졌기 때문이다.

향후 대선기획단이 ‘국민대통합 중앙선대위’를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핵심 요직이 친박들로 둘러싸여 있는 선대위에 비박(非朴·비박근혜)이나 진보 인사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주요 기구 인선을 살펴보면 박근혜 경선캠프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행복특별위원장에,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깜짝 영입됐다.

경선캠프 특보단장을 역임한 4선의 이주영 의원은 대선기획단장으로 발탁됐다. 중앙선대위 구성 업무를 담당하는 대선기획단장에 이 의원이 임명되면서 탕평 및 광폭 인사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중앙선대위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초 대선기획단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3선 최경환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은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이 됐고, 2선에서 박 후보를 돕던 김병호 전 의원이 신설된 공보단장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최경환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을 놓고 ‘비서 정치’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비서실장은 후보의 의중에 따라 정무적 활동까지 겸하는 자리다.

당초 비서실장으로 발표됐던 이학재 의원은 부실장으로 밀려났다. 이 의원은 수행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위인설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이런 이유로 당 일각에서는 대선기획단은 최경환 의원이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이 최경환 비서실장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의 한 당직자는 “안대희 전 대법관으로 인적쇄신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캠프인사들이 다 포진한 것”이라며 “특히 최경환 의원이 결국 박 후보 가장 가까이 갔다. 비서실장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박 후보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대선기획단 정책파트에 안종범, 강석훈 의원이, 홍보에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 직능담당에 유정복 의원이 기용되는 등 캠프인사들이 사실상 기구를 접수했다.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경선 캠프에 참여한 ‘최경환 사단’이라 불리는 친박 인사들이 대부분 대선기획단에 재기용된 것이다. 당 안팎에서 요구했던 ‘친박 배제론’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라면 박 후보 지지율이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비박 인사들이 추후 구성될 선대위에도 포함되기 어렵다는 이른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김무성 배제

유승민 의원 등 개혁적 성향의 친박계 인사가 1차 인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앙선대위에 어떤 식으로든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합류하더라도 활동폭이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박 후보의 브레인이었고, 박 후보와의 인연도 상당히 깊으면서 최측근이라는 분석에 이의를 달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친박들과는 달리 박 후보에 직언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그로 인해 둘 사이가 냉랭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인사는 “유 의원의 합류 여부를 떠나 박 후보가 대선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면서도 “유 의원의 합류로 선대위나 박 후보가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많은데도 불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른바 직언자로 알려진 유승민과 당내 중도성향을 고수하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 등에 대해 여전히 박 후보가 소통하기를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궁금증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굳이 불편해야 할 이유도 없다면서 다시 원만한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돌았던 이야기도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당의 한 당직자는 “색깔 없는 중도성향인 이주영 의원을 중용한 것은 그만큼 박 후보의 중도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문제는 다른 인사들”이라고 했다. 정치적 성향의 기울기나 정책적 전문가의 중용 폭 등에서 편협 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광폭적인 캠프 구성을 해야 할 판에 오히려 경선캠프 구성만도 못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오-정몽준, 연일 朴 비판

이렇듯 박 후보가 겉으로는 대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과 동교동, 봉하마을 등을 찾은데 이어 함께 경선을 뛰었던 비박 주자들(김문수, 김태호, 안상수, 임태희)과의 회동을 갖는 등 대통합 행보는 보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대선가도에 함께할 기구에 개혁적 친박 인사나 비박계는 포함시키지 않아 통합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대표적 비박계인 새누리당 정몽준, 이재오 의원이 연일 박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거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며 “나라를 구하는 일은 자리를 버리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역사인식을 갖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무슨 화해니 통합이니 하고 돌아다니려면 먼저 무엇이 다른지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며 “나라를 구하는 일은 자리를 버리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 유족들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관련, ‘대통합 행보’에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정치는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이라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면서 “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트위터에 “헌법 119조의 정신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이지 일방적인 경제민주화가 아니다”며 “선거를 앞두고 대중인기에 영합해서 헌법 정신을 왜곡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불행하게 한다”고 박 후보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박 후보가) 이재오 전 장관 등 비박들과 함께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면서 “이미 (박 후보 대선가도에) 협조를 안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워딩이 나오고 있고, 11월경 안철수발 정계개편이 일어난다면 어떤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같은 날 트위터에 홍사덕 전 박근혜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 옹호 발언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10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했다”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 사는 것은 권력이 해줄 테니 정치는 필요 없다는 것인데,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홍 전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신과 동시에 북한도 주체사상과 주석제를 명기한 헌법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잘했다고 해야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33명 중 영남권 16명

박 후보 주요 선거기구에 인선된 전체 33명 중 영남권 출신 인사가 16명에 달해 특정지역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가 원하는 것이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영남대통합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특히 PK출신(부산 5, 경남 6)이 11명이나 된다. 이주영 대선기획단장(경남 마산),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경남 함안), 김병호 공보단장(부산) 등 5개 기구 책임자중 3명이 PK 출신들이다. 이외에 이상돈 중앙대 교수(정치쇄신특별위원), 박민식 의원(정치쇄신특별위원), 이진복 의원(대선기획단 조직담당), 서용교 의원(공보위원·이상 부산),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대선기획단 홍보담당), 정준길 전 대검 중수부 검사(공보위원), 박대출 의원(공보위원·이상 경남) 등도 PK출신이다.

대선캠프 관계자는 “편중 인사 논란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PK 출신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그만큼 본선에서 부산경남 선거가 중요하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참여한 인사들 지역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인천이 3명, 충남과 전북이 각 2명씩이고, 경기 강원 평북이 각 1명씩이다. 광주와 전남, 대전과 충북 출신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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