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800억 비자금’의 행방은?

▲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하나인 부산 화명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2년 2개월 간의 공사를 끝내고 지난 10일 준공식을 가졌다.<사진출처=뉴시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계약서를 작성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4대강 비자금’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4대강 비자금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입찰 담합 사건을 대선 이후 처리키로 청와대와 사전 협의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4대강 사업 전체 구간에서 건설사들의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비자금 수사… “4대강 건설사로 확대해야”

지난 11일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 대책위)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은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대기업 건설업체 대표와 업체 관계자 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변 등은 “이들이 비밀금고를 두고 ‘4대강 비자금’을 관리했다”면서 “비자금 용처에 대한 수사 촉구와 검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비판하기 위해 고발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대구지검이 수백억 원 비자금설에 부합하는 진술을 들었음에도 수사를 덮으려고 한다”면서 “비자금 조성 당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강만수)과의 연관성, 비자금이 이명박 정권에 제공된 혐의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대책위와 민변 등은 “대구 칠곡보 4대강 공사 과정에서 원청업체인 대기업 건설사가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5만 원 권으로 서울 신문로본사 빌딩 지하에 보관돼 있다”며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건설사 토목사업본부 이모 상무보는 지난달 24일 4대강 사업 담합 의혹 관련 공판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을 시인한 바 있으며, [일요서울]이 민주통합당 임내현 의원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일부 공판 기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칠곡보 공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관련 업체 전현직 임원 4명을 지난 7월 구속기소하고 협력업체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에 있다.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씨는 지난달 공판에서 ‘공사비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부하직원을 시켜서 5만 원 권을 받아 본사 금고에 보관했다”면서 “상관인 조모 전무(토목사업본부장)의 지시로 돈을 받았고, 돈을 받은 뒤에는 이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비자금의 용처와 관련해서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임내현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는 850억 원가량의 비자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는 토목건설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더 많은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변 등은 “칠곡보 공사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전체 구간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증거와 정황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건설사도 함께 고발할 것”이라며 향후 4대강 비자금을 둘러싼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임내현 의원 측 관계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2조 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다수 참여했고, 그런 점에서 4대강 사업 전 구간에서 다양한 형식의 비자금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국내 대형 건설업체는 대우를 비롯해 대림, GS, 현대, 삼성, 포스코, SK건설 등으로 이들은 건설사 담합으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수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백억 원의 비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한 뒤 “현재 정권 실세에 건네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료를 확보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임내현 의원 역시 지난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800억대의 비자금 중 일부가 정권 실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제보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검찰이 사건을 축소해 이를 덮고자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광주고검장 출신인 임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4대강 공사 비리를 수사하면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파악하고도 비자금 사용처 수사 등 사건을 축소해 덮으려 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검찰은 지난 3월부터 낙동강 칠곡보 공사비 비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미 기소한 내용 외에 추가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했으며, 현재 전·현직 검찰 최고위층과 해당 대기업에서 비자금 사용처 수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대구지검 특수부(김기현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임 의원이 정권 실세 또는 검찰 최고위층이 개입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거나 800억 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주장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임 의원이 대구지검에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내용을 주장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공정위, 4대강 담합처리... 靑과 사전협의?

4대강 입찰 담합 업체의 과징금을 경감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통해 사건을 처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민주통합당 4대강 사업 비리담합조사소위 위원인 김기식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2월 작성한 공정위의 ‘4대강 입찰담합 조사 진행상황’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4대강 입찰담합 향후 처리 계획과 관련, “사건 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필요”라고 적혀있으며,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조사 중이라는 논리만 2년간 계속 내세우기 어렵다”고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의 준공일이 2011년 12월 말이므로 입찰 담합 건 처리가 사업 추진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담합 건을 처리했다는 의혹도 함께 사고 있다.

이밖에도 같은 해 7월 1일 작성한 보고문건에는 “내년 총선 및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배제 등을 고려해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공정위가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쳐 4대강 담합 사건 처리 시점을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려 했다”면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 밖으로 승리하자 공정위가 ‘털어내기’식으로 올해 6월 담합사건을 심의·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4대강 입찰담합사건과 관련, 담당국장 및 실무자 등의 잦은 이동 등으로 다소 지연된 부분도 있지만 청와대 등 어떤 외부의 압력은 물론 사전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다음달 5일부터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국감인 만큼 여야 간 공방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야는 4대강 사업 건설사 담합처벌 축소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공정위 외부위원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놓은 상태다. 또한 4대강 사업 담합 업체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서도 조만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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