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약사가 수술까지 하려 든다'며 경찰을 비판하는 원색적인 발언도 나오고 있지만,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검찰이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19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은 수사절차에 있어 헌법 1조와 같은 대원칙"이라며 "경찰이 이를 현실에 맞게 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삭제하려드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달리 지휘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식의 개정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 만큼 단기간의 논의로는 충분치 않고, 그에 상응하는 통제장치 역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경찰에 1차 수사권을 내준 일본도 경찰을 통제하는 공안위원회 설치, 검사에 징계소추권 부여, 자치경찰제 시행, 구속 폐지 등 다양한 통제장치를 만들었다"며 "해외 입법례를 연구·검토해 장기적으로 적절한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역할은 '상명하복'할 수 밖에 없는 행정부의 특성 속에서 사법경찰관과 권력자간 일방적인 통제의 끈을 끊어 놓는 것"이라며 "검찰이 밉다고해서 검찰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눠준다면, 돌아올 폐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지청장도 "경찰의 의도가 법에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라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을 명확히 해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옳다"면서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통제의 관점에서 검사의 포괄적 수사지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두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의없이 나이든 형사에게 반말로 지휘하는 검사가 있다면, 그런 검사는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일부 경찰관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법정에서 반말하는 판사가 있다고 재판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일선 검사들의 발언은 좀더 날이 서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약사가 수술까지 하려드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실적 경쟁에 따른 무리한 입건,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의 재현 등 폐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는 "형사사법절차에 따라 검찰은 법원의 통제를, 경찰은 검찰의 통제를 받는 것이 옳다. 3권 분립 하에서 사법부가 행정부 외청(경찰)을 통제하거나 지휘할 수 없기에 법원을 대리하는 중간자 역할로,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 부산, 광주, 창원, 수원, 인천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30여명도 이날 오후 7시간여에 걸친 회의 끝에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폐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지도부에 건넬 건의문을 추인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같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 ▲수사 현실을 반영한 법령 개정 ▲전근대적인 표현인 '복종의무' 수정 등에는 동의하지만,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삭제하는데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국무총리실 등에 제출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이날 검경간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검찰측 협상단 실무자인 이완규 대검 형사1과장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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