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공동정부론 대해부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무소속’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단일화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안 원장은 ‘정치의 변화와 쇄신’,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야권 단일화, 민주당 입당, 신당 창당에 대한 질문은 피해갔다. 대신 정치적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끝까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안 전 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전제로 제안한 ‘공동정부론’ 역시 재차 주목받고 있다. 여권에선 ‘지분 나눠먹기’나 ‘정치적 빅딜’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가 여론조사나 순회 경선보다 ‘정치적 합의’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공동정부론’은 대선이 끝나는 12월19일까지 내내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겨냥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제안한 ‘공동정부론’이 주목받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문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문 후보는 안철수 전 원장이 ‘신당 창당’내지 최소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립’ 또는 ‘연합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안 전 원장의 ‘무소속 독자출마’에 ‘책임총리제’라는 구체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배경으로 문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과 ‘정당의 책임 정치구현’을 들며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 총리제는 사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력구조가 아니다. 현재 운영되는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헌법상 국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애매 모호한 권력 2인자이자 이론상으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다. 쉽게 ‘얼굴마담’내지 ‘바지 사장’이다.

‘책임총리제’ 제안 안철수 ‘떨떠름’ 왜
하지만 문 후보가 제안한 책임 총리제는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을 맡고 책임총리가 국정 전반적인 행정 실무를 관장하도록 역할과 기능을 강화했다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해찬 대표에게 ‘책임총리제’라며 권한을 줬던 것보다 더 위상과 역할이 커진 제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의 집행과정은 대통령이 관장하고 행정부 기관들의 재원과 인적자원 배분은 총리와 협의 처리를 약속했다. 또한 국무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은 시스템에 한정하고 직접적인 정책 문제는 총리가 주재하게 만들었다. 또한 장관 인선에 있어 ‘제청권’(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을 임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권한)을 강화해 실제로 이 총리가 일부 장관을 추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형식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책임총리제’의 성패는 총리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과 대통령과 총리간 신뢰, 그리고 정책적 목표에 대한 동질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특히 법.제도적 뒷받침으로 대통령 소속 정당의 당헌.당규에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대표가 국무총리를 겸한다’내지 대통령이 일방적인 총리직을 삭탈방지를 위한 ‘총리의 임면.권한과 책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실상 개헌을 하지 않고 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 가까운 정치적 효과를 볼 수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치(외교.국방)는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수행하고 내치(경제.복지 등)는 의회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킨다.

입당 무산시 ‘소연정’ 방식도
주로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총리가 이양받게 된다. 또한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파가 같은 정파일 때는 대통령제처럼 운영되며,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지만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의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동거정부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재인 후보의 ‘책임총리제’에 대한 안철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를 전제로 제안한 것 아니냐는 것. 당장 문 후보의 ‘책임총리제 도입’에 안 후보의 정연순 대변인은 “공동정부 운운은 ‘권력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이라며 “누가 진정성 있게 국민들게 책임있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데 노력하느냐가 먼저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안 후보측 역시 ‘안철수 대통령’, ‘문재인 총리’로 역할 분담이 되기를 은연 중에 바라고 있는 셈이다.

‘책임총리제’외에 ‘문-안 공동정부론’에 또 다른 형태로 연립정부(이하 연정)가 있다.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 없이 야권 단일화에 임하는 경우다. 안 후보는 출마 회견장에서 밝혔듯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끝까지 간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안 후보가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럴 경우 ‘책임총리제’는 무산되고 ‘연정’ 형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연정이란 흔히 서구(영국,독일,일본) 특히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흔히 일어나는 정치 형태다. 의원내각제는 다수당이 정권을 경영하는 것이나 선거에서 과반수의 획득이 안되어 불안한 다수당이 되었을 때 제 2, 3, 4 정당과 함께 연정으로 정권을 획득,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다.

연정 역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연정 소연정 제안으로 정치권에 화두가 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시한 대연정 방식은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포함한 야당과 손잡아 대연정을 만드는 방안이었다. 소연정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었지만 둘 다 정치적 반발로 무산됐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든 안되든 민주당 입당을 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과는 연정 형태를 띌 수밖에 없다. 일단 민주당 입장에선 ‘입당 없는 단일화 논의’에 반발 기류가 거세다. 하지만 문 후보가 단일화에 동의할 경우 민주당과 안철수 정치세력은 ‘소연정’ 방식으로 권력 분점을 꾀할 수밖에 없다. 소연정 역시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운영에 참여할 권한을 갖게 된다. 과거 DJP 연대가 좋은 예다. 당시 JP는 총리를 지내며 국정의 ‘2인자’로서 각료 인선권은 물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바 있다. 

‘정권교체’ 자신감 공동정부론 배경
반면 안 후보측은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대연정을 선호할 공산도 높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연립정부를 제안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세력이 부재한 안 원장으로서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진보당, 친이계까지 아우르는 ‘거국내각’ 구성을 의미한다. 물론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기본 전제가 있다. ‘책임총리제’건 ‘연정’ 형식이건 거국내각 구성이건 정권을 잡았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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