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꼭 석 달 남은 제18대 대선이 역대 선거 중 최악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될 전망이다.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상대편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는 인신공격성 비방전이 날마다 가열되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룸살롱 출입 논란과 숨겨둔 여인 의혹,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10·26 후의 은둔 18년 논란 등은 검증의 껍데기를 쓴 악성 네거티브의 대표적인 상황이다.

김현철씨의 한 월간지 인터뷰 발언에서 촉발된 박 후보의 사생아 출산 논란은 사실 네거티브라는 딱지를 붙일 수준도 못되나 안 교수를 둘러싼 몇몇 의혹들은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모를 휴화산 같다. 도덕성 검증이라기보다 대중의 얄팍한 호기심과 관음증을 겨냥한 기획성 네거티브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수많은 도덕성 논란 가운데서도 가장 말초적인 것은 이른바 ‘마사지 걸’ 발언 파문이었다. 이 후보가 ‘발마사지’니 뭐니 하며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말로 사안을 교묘히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될 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일본 관련 발언의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때 일이 연상된다.

최근 공방을 주고받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안철수 교수 불출마 협박 논란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친구끼리 한 이야기를 확대해석하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박 후보의 사람을 선택하는 안목, 사실관계를 엄중히 파악하려는 자세, 아랫사람의 잘못된 행위에 대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리더십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한건 네거티브 공세로 표심이 굳어진 고정 지지층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고정 지지층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공세에 반발해 더욱 결집하는 속성이 있다. 그렇지만 네거티브 공세는 접전국면에서 중도층을 움직여 당락을 좌우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오는 12월 대선도 수도권과 30-40대 중도층의 표심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란 예측이기 때문에 네거티브 공방이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란 전망이다.

‘안철수 현상’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도 이들 적극적인 중도층의 선택 때문이었다. 정치권이 네거티브 혈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풍토가 된 것이다. 특히 올해 대선은 양자대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캠페인의 위력은 더 확대될 참이다. 두 후보를 놓고 양자택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중도층은 그 중에서 덜 싫은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공세로는 2002년 대선판을 병풍(兵風)으로 뒤흔들었던 ‘김대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흑색선전이라도 선거에 나선 이상 네거티브를 피해갈 수는 없다. 또 진실에 앞선 흥분이 표심을 더 뒤집어 놓는 경험을 해봤다. 선거의 속성상 네거티브는 선거의 운명이다. 그렇다면 네거티브를 없앨 방법이 묘연해진다. 네거티브와 검증의 차이도 모호하다.

다만 네거티브의 벽을 넘어서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터무니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나동그라진다면 그는 이미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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