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월요일인 10월 1일이 추석연휴 기간이므로 ‘일요서울’ 961호를 사흘 앞당겨 9월 28일 이 주 금요일에 발행키로 임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오후부터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모처럼 모이는 가족들 화제는 자연스레 12월 대통령선거에 쏠릴 것이다. 각 후보 진영은 추석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고로 민심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성난 파도를 만들어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 민심을 거슬리는 후보는 난파선이 되고 말 것이다. 이 민심흐름을 위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역사의식 비판과 관련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말하고 “그런 점에서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가 훼손됐다”면서 “피해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깊게 고개 숙였다.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과오를 지적하고 사과한 것이다. 아버지의 딸 입장 보다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써의 냉정함이 TV화면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지만 야권에선 진정성을 의심했다. 박 후보로선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겠으나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그것이 단순한 폄하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같은 의식을 보였으면 진정성을 의심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박 후보가 화를 자초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에 대해선 국민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박 후보가 딸의 입장에서 설명하려다 보니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박 후보 말처럼 딸이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유권자들이 원했을 리 만무한데 스스로 지옥 속에 갇혀있었던 셈이다.

이 상황이 박근혜가 진정성 없이 등 떠밀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는 의심을 전파시키는 동력이 됐다. 과거사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마지못해 취한 행동이란 것이다. 말하자면 ‘엎드려 절 받기’란 게다. 이런 일각의 의심과 비판을 박 후보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재조명 되는 故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도 적극 협력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문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선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항들이 박 후보가 말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후속조치의 선 과제라고 본다.

박 후보의 전향적인 면모가 꾸밈없이 나타날 때 박 후보는 부친이 집권했던 1960~70년대의 프레임에 갇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다시 권위주의적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국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엊그제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재원 의원의 취중 막말 파문은 “박 후보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한다”는 식의 이상한 말까지 퍼뜨려 놓은 마당이다. 성난 민심을 흔히 노도(怒濤)에 비유한다. 거친 파도는 순항하는 배를 일시에 뒤엎어 가라앉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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