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과 함께 진보의 길 의연히 갈 것” 대선 출마선언

▲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일요서울 | 조기성 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민중과 함께 진보의 길을 의연히 갈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약 20여 분간 진행한 출마 연설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노동 3권을 전면 보장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정부를 세워야한다”며 “4대강의 보를 폭파해 강을 살리고,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체에너지 전환에 전력을 다해 탈핵을 실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철폐, 침략적 한미 합동 전쟁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한일군사동맹 폐기, 파괴적인 종북 논쟁의 완전한 중단으로 위기 관리를 넘어 통일로 확고히 나아가자”며 “이것이 전쟁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지키고 민족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부정 파문과 관련해서는 “모함과 거짓으로 당이 보수언론과 검찰의 손아귀에 몰아넣어졌다”며 “진보언론과 진보지식인, 어제까지 연대했던 다른 야당까지도 진실을 외면하고 보수 세력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민중이 스스로 선택한 진보정치이기에 좌절하지 않는다”며 “진보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제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새진보정당추진회의 측을 겨냥해선 “배제와 축출을 내세우며 분열의 길을 거듭하면 진보가 아니다”고 힐난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직후 범야권 단일화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야권연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지만 상호 인정과 존중, 정책합의, 공동행동 결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에는 이석기, 김재연 등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과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함께 했으며,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문에 펄럭이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연단이 자리 잡아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 직후 한미FTA 협정 폐기 문서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통합진보당의 민병렬 전 대표직무대행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민 전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의 대선 후보라는 자리가 가시방석이며 가시밭길임을 잘 알지만 진보정치의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고행의 이 길을 거침없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전 대표와 민병렬 전 대행을 놓고 다음달 15∼19일 당원투표를 거쳐, 21일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여야, 일제히 비판

한편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출마와 관련, 여야는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전 대표의 사전엔 수치심이나 염치라는 단어가 없지 않나 싶다”며 “4·11 총선 때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총선 후보직을 불명예스럽게 사퇴한 그가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전 대표가 이끌었던 통합진보당은 총선 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패권 다툼으로 수차례나 꼴불견을 연출했다”며 “그런 통합진보당을 국민은 외면했는데도 이 전 대표가 그 당의 간판으로 대선에 나오겠다고 하니 후안무치도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 때 국고보조금이나 챙겨보겠다는 속셈에서 그러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며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압도적 다수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공식 논평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며 “정치는 자기 하소연과 한풀이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백성의 삶을 중심에 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신원을 위한 정치라면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한다는 사람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며 “그것이 가장 적절한 반응일 것이다. 공식브리핑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언문에 셀 수도 없이 많이 ‘민중’이란 단어를 쓴 만큼 대선을 앞둔 국민적 열망이 어디 있는지 잘 알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잇따랐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하고 새진보정치추진회의를 구성한 심상정 의원은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이 평가를 내리고 계시기 때문에 그에 준해 국민들이 이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며 “대선출마가 한을 풀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지 않나”고 언급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도 “할 말이 없을 땐 ‘침묵의 형벌’이라는 포장을, 대선 출마를 위해 석 달이 지난 중앙위 폭력 사태에 대한 뜬금없는 사과를, 통합진보당 파산 이후엔 이유를 알 수 없는 말춤을 추는 정치인에게 신뢰를 보낼 국민은 없다”며 “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요청하는데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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