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사회공헌특집①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

[일요서울 | 서원호 취재국장]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 공동 보육지원사업이 연말 대선을 맞아 보육정책이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경제계 공동 보육지원사업’은 저출산, 취업모인 워킹맘의 육아 문제들을 경제계가 나눔의 일환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인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건립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지원’사업으로 지난 2008년 11월 전경련 회장단회의에서 결정된 이후 2009년~2016년의 8개년간 전국에 100여개의 어린이집 건립을 목표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전국 총 4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해 2조7259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으며,  9월말 현재 29개의 어린이집이 개원했고, 11개 어린이집이 건축되는 등 순차적으로 개원될 예정이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와 포스코 등 20여개 기업이 예산 조성에 참여한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은 보육실 이외 다양한 교육공간을 확보해 영아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친환경 소재 사용, 소음ㆍ온도ㆍ채광 등 쾌적한 보육환경을 고려한 표준을 정립하는 등 영유아 안전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와 관련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 돌릴 수도, 정부에만 맡겨둘 수도 없는 우리 모두가 나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경제계의 보육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요서울]은 ‘저출산 문제 해법은 보육이 시작이고, 그 중심은 국공립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시각에서 경제계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4년 전부터 벌여온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에 대해 살펴봤다.

저출산 문제해법, 보육이 시작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으로 OECD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들 가운데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보육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을 견인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의 보육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육아문제의 경우 신뢰도가 높은 국공립시설은 수요 대비 현저히 부족한 실정으로 많은 대기인원이 발생하고 있다. 총 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개수를 기준으로 5.4%, 수용인원을 기준으로 해도 10.8%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수는 2011년 7월 기준으로 32만4000명이나 된다. 나아가 35.5%를 차지하는 맞벌이 가구의 수요를 충족하는 질 높은 보육시설 공급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3월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의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11%였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1위였다. 부산(8.3%), 강원(7%), 전남(6%)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전은 1.9%로 꼴찌였고, 대구(2.4%)와 광주(2.6%)도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보고서는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이 높은 지역은 보육기반의 공공성이 높은 지역으로 볼 수 있다”며 “가장 낮은 지역(대전)과 가장 높은 지역(서울) 간의 격차가 약 6배 정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말 대선을 맞아 여야 후보 진영에서 보육문제를 ‘국가 아젠다’ 차원에서 정책공약 대결을 펼치는 이유다. 무상보육을 골자로 한 국공립시설 확충이 그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0개씩 늘려가고, 민간보육시설에도 인증제를 도입해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을,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 아동의 40% 수용”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지난 4년간 묵묵히 실천해 온 재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계는 이미 ‘지역보육 인프라 향상’에 큰 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어린이집 개원식에 참석한 뒤 어린이들과 함께 했다. <사진 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대선 ‘핫이슈’로 부상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경제계 공동 보육지원사업은 △취약계층의 영유아에 대한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 △여성근로자 경제활동 지원 △기업이미지 제고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추진됐다.

특히, 취약계층의 영유아에 대한 균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제고시키는 까닭에 미래 인적자원인 영유아에 대한 투자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육에 대한 투자가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계의 나눔을 통한 사회공헌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저소득층 밀집지역과 농어촌 지역을 비롯한 영세산업단지 등의 영유아를 위한 보육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곳을 중심으로 보육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산 확보문제로 보육시설 설립이 어렵거나 지연되면서 보육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읍면동은 2011년말 기준으로 474개나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직장여성의 50%가 출산 후 육아부담으로 퇴사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여성근로자가 출산 후 경제활동을 지속하여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의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즉, 육아문제 해결을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경제계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차원에서 보육시설 확충과 개선사업에 나선 이유다. 경제계는 이를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친기업 정서를 사회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1 경제계 보육지원사업 MOU 체결식’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전국 지자체장 등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재계 보육지원, ‘저출산 해소’ 기여

경제계의 보육지원사업은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기업들의 참여로 기금을 조성해 이를 활용하여 보육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지자체와 공동으로 보육시설을 건립한 다음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건립 후에는 해당 지자체가 운영 책임을 맡는다.

사업 대상은 △취업모가 많으나 보육시설이 부족한 농·공 산업단지 △보육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 밀집지역과 농어촌 지역 △장애아동이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 보육시설 등이다.
추진 방식은 지자체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신축하거나 유휴시설을 이용하여 보육시설로 리모델링 한 뒤 해당 지자체에 기부체납하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매칭펀드 형식으로 건립비를 분담, 자자체 예산을 전경련에 전입해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 지원 체계도>

4년간 272억5900만 원 지원, 40개 지자체 대상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은 따듯한 엄마의 품과 사랑의 손길로 우리의 아이들을 보듬어준다는 의미와 함께 사회공헌의 나눔 내용을 담은 이름으로 전국 총 40개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09년에는 서울 도봉구, 인천 남동구, 안산 단원구, 고양 덕양구, 수원 팔달구, 강화군 삼산면, 오산시, 경북 예천군, 광양시, 제주도 서귀포시 등 10개 지자체가 선정됐다. 2010년에는 서울 노원구, 의정부시, 양평군, 김포시, 인제군, 성주군, 상주시, 영천시, 수원시, 여수시, 문경시, 양산시 등 12개 지자체가, 2011년에는 인천 남동구, 광주시, 대구 동구, 고성군, 봉화군 물야면과 명호면, 순천시, 시흥시, 안성시, 영월군, 예천군 하리면과 용문면, 용인시, 울진군, 정선군, 진천군, 창원시, 화성시 등 18개 지자체가 혜택을 받았다.

이 사업에는 2009년 21개사, 2010년 20개사, 2011년 18개사, 2012년 17개사에 이르는 기업이 참여, 총 272억5900만 원이 지원됐다. 수행기관은 푸른보육경영(이사장 송자)으로 조합형태의 비영리단체인 직장보육시설 지원 전문조직이다. 이 단체는 하나은행, 대교, 한국IBM, NHN, 포스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6개 기관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전경련 사회본부 관계자는 “일과 가정생활이 조화로이 양립하는 사회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기업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기업 등 일부 관계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과제”라며 “보육문제는 기본적으로 미래 인적자원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부족으로 국공립보육시설 건립이 어려운 지역에 경제계가 뜻을 모아 사회공헌활동으로 어린이집을 시작해 2009년부터 8년간 100개소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경제계는 보육지원사업을 통해 우리사회가 보육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고,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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