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단일화로 승리” vs 진보 “안철수 같은 대안후보 찾아야 뒤집기 가능”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18대 대선판이 경남지사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까지 동시에 치러지게 돼 여야 대선 후보의러닝메이트로 부상하면서 민심의 풍향계가 출렁이고 있다. 17개월의 잔여 임기를 채울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가 대선 정국에 묻힐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선 후보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안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벌써부터 전형적인 이념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후보 추천을 위한 논의가 심도 깊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근혜 후보가 표심의 확장성을 노리고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국민대통합을 내세웠는데 대선판이 이념 대립으로 전개될 경우 보수의 틀에 갇혀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범야권의 경우 진보의 결집과 중도 확장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올 대선과 함께 치를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가 미칠 대선 풍향계를 들여다봤다. 

▲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실형이 확정된 지난달 27일 오후 곽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 퇴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진보 교육계는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실형으로 확정돼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분위기다. 사법부의 냉혹한 판단으로 곽 전 교육감이 밀려난 자리에는 이대영 부교육감이 권한 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 서울시 교육행정은 재선거로 새 교육감을 선출하기전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교육의 상징이었던 곽 전 교육감이 내려놓고 간 빈자리를 둘러싸고 교육계는 벌써부터 진보와 보수로 이념 대결 양상이 뚜렷하다. 보수 진영은 일찌감치 좋은교육감후보추대시민회의를 발족해 후보 단일화를 목표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은 곽 전 교육감의 실형 선고를 전혀 예상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딱히 대안으로 내세울 후보가 없어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다.  

다분히 정치적인 대법원의 유죄 판결? 

곽노현(58) 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이날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포함해 지지자들과 함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구치소로 들어가기 전 그는 자신의 추구하려했던 혁신 교육에 대해 아쉬운 회한을 떨치지 못한 듯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대법원 판결은 공교육 혁신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8개월의 잔여 형기에다 35억 원의 선거보전 비용을 중앙선관위에 돌려줘야 하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막심한 상황 속에서도 표정이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곽 전 교육감을 궁색하게 내몰아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곽 전 교육감의 변호를 맡았던 김칠준 변호사도 구치소 앞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의 사후매수죄 위헌 여부가 논의 중인 상태에서 대법원이 앞서 판결을 내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법원이 헌재의 위헌 판결을 철저히 뭉개버린 것 외에도 정치적이었다는 비난여론이 일고있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먼저 판단했다고 해도 많은 쟁점이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하고 기록에 남겨 후대로부터 평가받게 했어야 한다“1,2은 목적범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목적범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파기환송해서 그 부분 사실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법 최종 판결과 관련해 앞서 민주통합당은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 곽노현 교육감이 주도했던 교육개혁의 흐름이 꺾이게 되어 안타깝다그 성과가 하나하나 나타나는 시점에 무리한 법적 판결로 인해 교육개혁운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새누리당은 자기편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보는 고질병엔 약이 없다면서 선거에 이기려고 후보를 매수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과 서울시 교육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받는 사람을 무작정 비호할 경우 서울시민들은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일갈했다.

곽 전 교육감의 유죄 판결에 대한 엇갈린 여야의 입장은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대선 못지않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진영의 역습, “후보단일화로 압승 노린다

보수 진영은 곽 전 교육감의 상고심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인 지난 913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를 발족, 교육감 재선거 준비 절차에 본격으로 돌입했다.

시민회의는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 단체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이 나서 결성한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기구로 통한다. 시민회의는 출범취지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반국가적인 교육과 좌편향된 이념으로 청소년을 의식화시켜 친북, 반미, 반 대한민국 세력을 양성했다이들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문제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사회 각 분야에 뿌리 내린 종북, 반국가세력들이 우리 사회에서 개선돼야 할 부조리를 과장하고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조장, 확대해 사회변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실추된 교권과 황폐화된 공교육을 바로세우고, 전인교육을 통해 건전한 대한민국 시민을 육성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은 교육계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번영을 위해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최우선 과업이 됐다고 역설했다.

시민회의 측의 로드맵에 따르면 10월 중순께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들을 등록받아 교육계 원로회의를 거쳐 경선방식을 정하거나, 후보 컷오프 또는 지명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우선 사업으로 예상되는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 반전교조 측은 압도적인 득표를 하고도 6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바람에 전교조 불법 단일후보인 곽노현이 선출되도록 돕는 우를 범했다다시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단일후보가 선출되도록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회의 고문단에 참여하는 인사들 중에는 김상준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강영숙 국가원로회의여성위원장, 김병묵 덕성여대 이사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친박과 뉴라이트를 총망라하는 보수 진영 인사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위해 총집결해 반드시 단일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각오다. 이처럼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에서 어떤 후보를 내놓을지에 관계없이 후보단일화만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포스트 곽노현’, 강금실·조국하마평 

▲ 보수 교육계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보 진영 대안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진보진영은 대법원의 판결을 곽노현 죽이기로 규정하고 여전히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사후매수죄의 위헌 논리를 곱씹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파견된 전교조 출신의 한 인사는 곽 전 교육감이 떠난 자리가 곽노현 지우기로 얼룩져 있다. 진보 교육계는 지금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교육감 재선거가 코앞 인데 아무런 대안도 대책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은 곽 전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차근차근 준비했다면 진보진영은 설마하다가 당한 꼴이다. 진보 교육계 내에서 대법 상고심을 앞두고 포스트 곽노현을 거론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는 측면이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포스트 곽노현을 놓고 진보 진영은 대안 없는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수진영이 이번 교육감 재선거를 초반부터 이념 대결로 띄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 진영 결집 효과를 꾀할 수 있는데다 범야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인데도 여야의 자존심이 걸린 러닝메이트 선거로 확대되면서 포스트 곽노현에 대한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를 내세울 것이라는 말들로 새어나오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 중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조국 서울법대 교수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진보 교육계 인사로 분류되는 한 대학교수는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하려던 교육혁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번 보궐선거의 관건이라며 곽 교육감은 학교 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내려 했고, 창의적인 협력 학습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문예체 활동을 중심에 뒀다. 취약지구에 대한 교육복지는 물론 교육 행정과 평교사의 권한과 권리를 존중한 것이 핵심라고 설명했다.

그는이러한 방식은 지금 안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자신의 역할에 맞춰 네트워크 형태의 분화된 혁신 방식을 교육행정에 적용한 것이라며 곽 교육감은 우리 사회에 해묵은 고질적인 병폐를 답습하는 이명박 식 교육행정에 맞서 교육혁신으로 저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료적 통제 속에 틀에 박히고 획일화된 일방통행식의 신자유주의 교육을 지향하는 보수진영 후보에 맞설 혁신적인 후보를 추천해서 진보진영도 후보단일화로 우리 교육계가 처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전교조는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보수 진영이 후보단일화로 보수 교육감을 만들어내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보수진영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핵심세력이 본색을 드러내고 막무가내로 국회에 진출한 작태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이 지하당에서 나와 제도권 안에서 정권을 장악하는 전략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며 그 위협의 중심에 전교조와 의식화된 청년세대가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을 중심에 둔 순수한 참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교육감 재선거에 내세울 후보로는 탈정치색, 무당파,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혁신의 관점에서 안철수 후보와 같은 스타일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 이게 바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고 그래야 갈등의 고리를 끓고 참된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며 진보와 보수가 함께 머리를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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