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청은 ‘각개행보’… 호남향우회는 ‘보류’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선거판에서 ‘조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오직하면 ‘조직 선거’ ‘동원 선거’라는 말이 나왔을까.

역대 정권에서도 각 후보자의 사조직은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노태우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탠 ‘월계수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외곽에서 지원했던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위조직 ‘연청(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 출범의 혁혁한 공을 세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자발적 참여모임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으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선진국민연대’ 등도 대표적 대선 사조직으로 분류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지층이 상당수 겹친다. 그런 점에서 과거 DJ의 사조직인 연청과 호남향우회는 양측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민주통합당의 대표적인 외곽조직이다. 이들 조직은 그 규모도 엄청나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대선판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연청의 경우 특정 후보에 대한 뚜렷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각 캠프에 일부 또는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연청 중앙회장(10, 11대)을 역임한 정세균 상임고문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후보와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기존 과거 관행과 다른 것 때문에 당내의 반대나 어려움이 있다면 당내 인사들을 설득하는 일을 적극 돕겠다”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12대 중앙회장을 역임한 김영환 의원은 문재인 대선기획단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인선되기도 했다.

반면, 연청 부회장 출신인 엄대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철수산악회’ 중앙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전지역 연청 회장을 지낸 정병국씨는 철수산악회 대전지회장을 지내며 안 후보를 돕고 있다.

연청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던 염동연 전 의원은 김두관 대선경선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현재는 어떤 캠프에도 합류하지 않은 채 활동을 보류하고 있다.

연청과 함께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이 호남향우회다. 호남은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역대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바람을 일으켰던 시초도 호남향우회였다.

연청은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그 목적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후 느슨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연청 출신 일부 인사들이 한나라당 입당 및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에 반해 호남향우회는 전국 각지에서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간 호남출신 인사들을 지원하거나 야권성향 후보들을 적극 지지해왔다. 민주당을 포함해 야권의 커다란 외과조직으로써 그 몫을 수행했던 것이다. 호남향우회 총연합회는 전국 시도, 시군구에 회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선택은 ‘호남 표심’의 가늠자가 되기도 했다.

호남향우회 총연합회 간부들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으며,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는 호남 출신의 정세균 후보를 지지했다. 현재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특정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채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향우회 총연합회 핵심 간부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는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세균 후보 지지선언 이후 대규모 회동이나 모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때가 되면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호남 중심의 대표적 외곽조직인 연청과 호남향우회의 선택에 따라 후보 단일화나 대선판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들이 호남 민심을 자극하면서도 이들 조직에 구애를 폈던 것은 민주당의 대표적 외곽조직으로서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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