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500일 넘었지만 정부 원칙 고수해 석방 협상 결과 無”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지난해 4월 케냐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호’ 선원 가족들이 애끓는 사연과 함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제미니호 피랍선원 가족들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 500일이 넘은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안과 함께 국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과정에서 사망한 해적 8명과 우리 측에 생포된 해적 5명에 대한 포기대가로 큰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 금액은 싱가폴 선주사가 제시하고 있는 협상금과 큰 차이가 있어 협상에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범죄집단과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결과도 대안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가족들은 해적들로부터 지난 500일 동안 ‘인질을 총살하여 죽이겠다’는 협박을 참으면서도 숨죽이고 협상이 타결되기만을 기다려 왔다”며 “하지만 500일이 훌쩍 지난 현 시점에서 피랍된 선원들의 생존이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절박하며, 여전히 협상이 해결될 여지가 없어 보여 막막하다”고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이들은 주변의 여러 가지 우려와 걱정을 알면서도 기자회견이라는 힘든 결심을 했다고 설명하며 “지금도 우리 피랍가족들의 목숨이 담보되어 있기에 우리의 언론보도가 매우 조심스럽지만, 생사의 절벽에 서 계신 우리 가족들의 무사기환만을 바라며 국민과 국가에 도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호는 지난해 4월 케냐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었으며 지난해 11월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박회사가 건넨 협상금을 받고 외국인 선원 21명을 풀어주었지만 우리나라 선원 4명만 석방되지 못하고 소말리아 내륙으로 재 납치되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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