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 <사진=뮤직디비오 캡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신규 미니앨범을 들고 국내 팬들을 찾았던 걸 그룹 카라가 한 방송에서 굿바이 무대를 가지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신곡 ‘판도라’로 활동한 두달여 간 무대에서 선보인 노출 의상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방송가의 선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그간의 귀여운 이미지를 버리고 섹시 콘셉트로 변신한 카라는 입술에서 헤어, 메이크업까지 섹시미를 강조하며 도발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쇼케이스 무대에서는 속옷을 연상케 하는 아찔한 의상을 입었고 연이어 수영복 모양의 점프슈트 의상을 입고나와 화제가 됐다. 더욱이 살구색 의상으로 옷을 입지 않은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뿐만 아니라 카라와 20여일 간격을 두고 지난달 12일 컴백무대를 가진 걸그룹 시크릿도 핫팬츠를 입고 다리를 벌리는 일명 ‘쩍벌춤’ 안무와 가슴을 펌핑하는 동작 등으로 선정성 논란의 대상이 됐다.
▲ 시크릿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한류열풍 속에 수많은 걸 그룹들이 생존을 위해 과도한 노출의상과 선정적인 안무를 선택하면서 방송가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예기획사 연습생을 거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령대가 초등학생까지 낮아지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상품화 혹은 선정성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카라의 막내 강지영 양의 경우 만 18세 미성년자임을 감안하면 카라의 이번 섹시 콘셉트 의상은 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출논란은 걸그룹에 그치지 않고 아나운서 등 방송인의 노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김민지 SBS 아나운서가 노출 사고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방송에서 분홍색 불라우스와 하얀색 반바지의 차분한 옷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하지만 강한 조명 등으로 인해 하얀색 반바지에 속옷라인이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 장수연 KBS 아나운서는 지난 3월 한 특집방송에서 과도하게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나와 방송 후 네티즌들로부터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방송 노출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방송인들의 의상규제에 대한 방안을 들고 나와 진화에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방송에서의 노출과 선정적인 장면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도하게 노출된 복장으로 출연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으로 연출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칙이 신설됐다. 개정안이 다음 달 초까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원안대로 통과되면 향후 미성년자가 포함된 걸그룹이 음악방송에서 선정적인 노출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것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정 진행자의 경우 표준어와 바른 표기법을 사용하도록 했다.

방통심의위 측은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 4차 청소년 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방송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 성보호를 강화하고 언어생활을 저해하는 방송내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도한 노출 복장으로 출연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청소년들이 주 시청 대상 프로그램에서 언어순화를 강화하기 위한 심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통심의위의 개정안이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효성 논란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과도한 노출 혹은 선정적 장면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걸 그룹 특성상 노출이 아예 없을 수가 없는데 그 경계를 판단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더욱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선정성 규제로 오히려 제작자들의 창작의지를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매체를 통해 “그동안 공공재 방송에서 과감한 노출이 버젓하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왔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대세가 되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콘텐츠의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미성년자 멤버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다한 노출이 이루어진다면 이번 규제 법안의 취지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가수 현아의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현아의 무대를 방송한 3개 음악프로그램에 권고 조치를 내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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