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포스코의 인수합병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포스코(회장 정준양)가 대규모 인수합병(M&A) 2건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포스코가 호주의 철강회사 아리움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간데 이어 독일계 철강회사 티센크루프의 자회사 스틸아메리카스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7조 원대에서 2조 원대로 떨어졌고, 포스코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추진한 인수 합병에 신용등급 빨간불
호주 철광회사 아리움·독일계 스틸아메리카스 인수 추진

지난달 29일 포스코는 호주의 철강회사 아리움(옛 원스틸) 이사회에 주당 0.75달러(호주달러 기준)를 조건으로 하는 인수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를 인수한다면 약 10억1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 1조1730억여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리움 측은 포스코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움 이사회는 현재 아리움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8% 정도에 불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호주 철강회사 아리움은 철강 생산량이 포스코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적극적인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아리움이 다수의 석탄·철광석 광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5월에도 호주 로이힐 광산 지분을 인수하는 데 1조7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따라서 포스코가 추가적으로 가격을 높여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리움 측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를 금융 자문사로, 엘런스 링클레이터스를 법률자문사로 선정해 둔 상태다. 포스코 측도 BoA메릴린치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해 1년간 협상전략을 계획했고 이번에 전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거래를 공식화한 만큼 추가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포스코는 재무구조 문제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다수의 파트너들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포스코가 포함된 ‘스틸메이커스 오스트레일리아 컨소시엄’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홍콩의 노블그룹이 참여했고, 재무적 투자자(FI)로 국민연금기금·정책금융공사·한국투자공사 등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도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첫 제안에서 1조1730억 원 가량을 제시했지만 컨소시엄 파트너들과 합의를 통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총 인수가격은 현재 아리움의 기존 부채(2조4870억 원)를 포함해 약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2건의 인수합병 동시에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아리움과 별도로 스틸아메리카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대규모 인수합병 2건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독일계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그룹의 미국 및 브라질 철강제조 자산을 총괄하는 스틸아메리카스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티센크루프와의 거래를 위해 인수 자문을 책임질 투자은행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하고, 지난달 28일 진행된 인수의향서(LOI) 접수에 이름을 올렸다.

티센크루프는 약 92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의 가격대라면 스틸아메리카스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브라질 자산을 합해 4조 원 정도가 인수 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포스코는 이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지만 향후 티센크루프 측과의 가격 협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준양 회장의 잇따른 인수합병 추진 소식은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의 경영리더십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조 원대에 달하던 포스코의 보유현금은 최근 2조 원대로 추락했다. 이는 철강업계의 불황 탓도 있지만, 무리한 M&A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한 것이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2009년 이후 플랜트와 신소재 관련 회사를 연이어 인수하고 대규모 지분투자에 나서면서 3년 동안 약 5조원을 사용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아직까지도 미미한 수준이다.

정 회장 취임 후 포스코 계열사는 2009년 36개 사에서 2010년 48개, 2011년 61개, 올 상반기 71개까지 약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빠른 수준으로 외형을 키운 셈이다. 게다가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제철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포스코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6%로 현대제철의 6.6%에 비해 1.0%포인트 낮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하고 있다.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에 수차례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했다. 세계 철강업황 부진과 포스코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5조5000억 원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는 게 S&P의 견해다.

포스코의 현재 S&P 신용등급은 A-로 경쟁사인 신일본제철(BBB+)이나 아르셀로미탈(BBB-), US스틸(BB)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A1, A+의 안정적인 등급을 받던 포스코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한 단계씩의 강등을 경험했고, S&P는 현금 확보를 하지 못할 시 현 A-에서 한 단계 더 신용등급을 하락시킨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포스코가 자산매각, 계열사 통합, 비상장 계열사 상장 추진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또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계열사 정리와 통폐합 등은 포스코의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라며 “아리움 등의 인수추진도 핵심사업으로서의 미래가치가 있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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