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임플란트는 기본…노골적인 성기능 강화 광고까지
이 때문에 매일같이 성범죄 기사를 보도하면서 막상 언론 스스로는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하루에도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방문하는 대형언론사까지도 이런 광고를 거는 모습에 ‘언론도 믿을 게 못된다’는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것을 ‘먹고살기 위해’라는 변명은 너무 군색할 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性)과 관련된 각종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성년자 자식을 둔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가가 고민인 마당에 언론사들이 교묘하게 성인물을 방불케 하는 광고를 버젓이 내건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광고가격이 비싸지만 효과 측면에서 탁월한 대형언론사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 또는 관공서의 광고가 대형언론사에서 진행되는 것이 이의 방증이다.
유해성 광고 ‘꼼수’로 노출하는 대형언론사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언론사 A신문의 경우 홈페이지 메인페이지에는 유해성 광고가 게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기사를 볼 수 있는 페이지에서는 묘한 문구의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신기한 향수’, ‘(VIGRX) 국내출시 1년 만에 20억 원’, ‘화성인 작업녀 알고 보니...충격’ 등의 광고 문구가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신혼男의 굴욕 부부들의 위기??’라는 성적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문구도 버젓이 노출돼 있다.
B신문도 실정은 마찬가지다. 메인페이지에서는 노출되지 않았던 유해성 광고들이 기사 페이지에서는 노출돼 있다. ‘왜소증, 조루증 그 기준은??’, ‘30, 40代 부부관계 관심사-또 터졌어?’, ‘여성성형, 불감증, 요실금 한번에 해결’ 등의 문구가 버젓이 노출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A신문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성이 속옷 하의만 입고 있는 다이어트 광고 이미지가 노출돼 있어 눈살을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C신문의 경우에도 ‘수술 없는 질수축 남편이 더 좋아해요’, ‘끝장나는 정력제? 50대도 하루 5번을’ 등의 광고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하지만 D신문의 경우 보험, 쇼핑몰 등의 광고는 노출돼 있지만 유해성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E신문의 경우도 성형수술, 임플란트, 다이어트, 쇼핑몰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앞선, A,B,C신문처럼 ‘화성인 작업녀 알고보니...“충격결말”’, ‘중년男, 별거사유 알고 보니...‘충격’’ 등의 광고가 노출돼 있었다.
생존 위기 속 중소 인터넷언론은 ‘참담’
오프라인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언론사들과는 달리 중소 인터넷언론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도구가 인터넷광고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독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결국 광고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선정적인 광고를 실어야만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 산업군 데이터 분석업체인 랭키닷컴의 종합인터넷신문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F신문의 경우 대부분이 성형수술, 다이어트, 보험 등의 광고가 주를 이뤄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광고 이미지는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또 다른 상위권 언론인 G신문의 경우도 F신문과 비슷한 형태의 광고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이 속옷만 입고 있는 다이어트 광고나 여성 성기능 개선 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책 광고를 주고 게재했던 H신문의 경우에는 앞선 F, G신문보다 좀 더 선정적인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비아그라 당당한 도전장을 던진다!’, ‘부부생활 불만족 1위-너무 빨라’,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성의 속(?) 사정’, ‘男性크기, 성(性)기능 강화술 동시에 해결’ 등의 민망한 광고문구가 삽입된 광고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 신문은 기사면 하단에 노출된 광고가 거슬린다면 후원자가 돼 달라고 독자들의 도움을 청하고 있다. 후원자가 되면 광고가 없는 페이지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H신문은 최근 몇 년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존심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동안 실었던 광고도 주로 도서광고였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런 종류의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 기자는 “H신문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기자들의 자부심과 함께 기사의 질도 상당히 훌륭했다”면서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다. 요즘도 가끔 H신문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지만 많은 선정적인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얼마나 어려우면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상위권 인터넷신문도 실정이 이렇다보니 중하위권 신문들의 광고는 그 수위가 더욱 자극적이다.
I신문의 경우 기사 페이지 오른편의 텍스트 광고 7개 중 4개가 내용보다 과도하게 선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화제]비아그라에게 도전장을’, ‘남성들 고민 새로운 활력 ‘청결’’, ‘‘오빤 정력스타일’ 알고보니...’, ‘여성 소중한 곳에서 냄새가 난다’ 등의 광고는 실제로 광고를 클릭했을 경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성(性)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결국 대형언론사는 더 큰 수익을 위해, 중소 인터넷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해 유해성 광고를 선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지난 6월 11일 문화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 3216개 사이트 중 운영 중인 2399개(74.6%)를 조사한 결과 유해성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사이트는 전체 등록 인터넷신문의 5.5%인 176개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수치로 보면 그다지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광고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더 많은 광고가 노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해성 광고가 게재된 곳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독자들이 방문을 한다는 것을 의미해 수치는 작더라도 그 방문자수마저 적다고 할 수 없다.
유해성 광고 홍수, 광고대행사들도 한몫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광고를 수주하기는 하지만 광고영역을 운영하는 주체는 자신들이 아닌 광고대행사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자신들이 아무리 유해성 광고를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해도 광고대행사에서 계속해서 광고를 진행한다는 것.
실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페이지뷰가 일어나는 언론사의 경우 광고대행사는 광고영역을 배정받고 이에 대해 월단위로 광고료를 지불한다. 다만, 해당 광고영역의 운영은 전적으로 광고대행사가 맡는다.
언론사들의 주장이 일정 정도 맞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광고대행사도 나름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중견 인터넷광고회사의 부장은 “수년 전만 해도 인터넷 광고시장이 괜찮았다. 기업광고나 캠페인광고 진행했다. 하지만 대형 광고회사가 인터넷 시장마저 잠식하면서 우리가 수주할 수 있는 광고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도 언론사에 좋은 광고를 주고 싶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절대 그렇지 않다.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광고회사보다 좀 더 자극적인 광고문구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언론사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광고시장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진행되면서 언론사 이미지가 실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다.
광고뿐만 아니라 기사도 덩달아 자극적
많은 네티즌들은 광고의 많은 노출과 클릭이 언론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를 위해 이른바 선정보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기사 종류는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사들은 연예인 노출사진을 보도하며 ‘숨 막히는 뒤태’, ‘아찔한 각선미’, ‘가슴골’ 등의 자극적인 사진을 제목을 내건다. 이는 다른 기사보다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함이다. 이렇다보니 경쟁 언론사들도 이 같은 기사를 앞 다퉈 보도하기에 바쁘다.
게다가 연예인이 아닌 스포츠 현장의 치어리더의 율동이나 아나운서 또는 기상캐스터의 의상을 놓고도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런 기사가 보도되면 누리꾼들은 ‘선정적이다’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청소년들과 아동들이 무방비상태에서 이런 기사를 접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사회안전 저해범죄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예방책과 대안이 제시됐다. 이 중 일부 토론자들은 언론 및 인터넷 등의 매체가 사회안전 저해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의 상업주의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 및 가해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으므로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극적인 범죄기사 보도가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결국 언론이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무리한 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정적인 보도는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언론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다양한 개선점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관계자는 “선정적인 기사가 보도되는 가장 큰 이유는 클릭수이다. 성폭력 사건 기사를 보면 너무 자세히 묘사를 해 마치 포르노를 보는 듯하다. 또한 연예인 기사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고는 인터넷언론의 수익과 맞닿아 있다.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광고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 유료화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