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간부는 경찰대 출신 독식, 전의경은 배곯아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경찰의 숨겨진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간부 자리는 경찰대학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경찰은 시위 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전의경들의 식사는 부실하기가 이를 데 없어 식욕이 왕성한 20대 장정들이 배를 곯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성매매·유흥업소 업주와 결탁한 비리경찰관도 날로 늘고 있지만 이들 또한 소청심사를 거쳐 징계가 감경되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날로 강력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이런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불안감마저 들며 “민중의 지팡이가 부러진 것이 아니냐.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대학 출신자들의 경찰 고급간부직 독점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올해 8월 말 현재 총경 이상 경찰고급간부 577명 중 경찰대학 출신은 242명으로 41.9%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간부후보생 출신 190명 32.9%, 공채 및 기타 특채 124명 21.5%, 고시 출신 21명 3.6% 순이었다.
2008년 552명 중 245명으로 137명의 경찰대학 출신을 앞질렀던 간부후보생 출신들이 불과 4년 만에 수위 자리를 경찰대학 출신들에게 내준 것이다.

고급간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총경급에서도 경찰대학 출신은 129명에서 209명으로 늘은 반면 간부후보생 출신들은 204명에서 169명으로 줄어 간부후보 출신의 입지는 좁아졌다. 고시 출신과 공채 및 기타특채 고위간부들마저도 그 수가 줄어 경찰대학 출신들의 고위간부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찰대학 출신들의 고급간부직화가 가속되면서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특정학교 출신들이 고급간부 자리를 독식할 경우 조직의 경직화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압력집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집단 간 갈등을 촉발해 경찰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경찰대학 출신들의 고급간부 승진이 잇따르면서 간부후보생·고시 및 기타 공채 출신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대학 출신은 ‘성골’, 간부후보생 출신은 ‘진골’, 순경 출신은 ‘평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경찰 간부도 수능 성적으로 뽑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심지어 순경 출신 경찰 고급간부는 경무관 2명, 치안감 1명 등 3명에 불과하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순경 입직자들의 고위직 승진이 확대되도록 인사 제도를 개선하고 입직경로별로 균형감 있는 인사를 시행해야 조직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도 “현재 90% 이상이 대졸출신으로 순경에 입직하는 상황에서 경찰간부 충원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경찰대학 출신들의 고급간부직 독점화를 꼬집었다.

“우리 동네는 누가 지키나요”

경찰대학 출신들의 고급간부 독점 문제와 함께 민생치안은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구대(옛 파출소)의 현장경찰이 부족해 민생치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경찰공무원 정원은 10만1239명이지만 현원은 10만2295명으로 정원대비 1056명이 많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경찰은 부족한 상태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2012년 국정감사를 맞아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위와 경사는 정원 대비 각각 1만7543명, 1만4980명이 과원인 반면, 경장과 순경은 1만1830명, 1만1753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민생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현장경찰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정원이 1만9005명인 지구대 정원은 1만7875명으로 1130명이 부족했으며, 파출소 또한 정원 2만3423명에 342명 부족한 2만3081명인 상태다.

더욱이 동네 치안을 담당하던 파출소가 2~3개 단위로 묶여 지구대로 통합되고, 이 과정에서 남는 파출소 건물을 개조해 치안센터를 열었지만 지안센터의 경우 고작 1~2명 정도의 인원을 그것도 주간에만 상주시키다보니 야간에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살인, 폭행, 성범죄 등 각종 강력범죄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주민들은 좀 더 완벽한 치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인원이 부족해 이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쉽지만은 않아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한동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악구 주민이라 밝힌 김모(41·관악구 서원동)씨는 “서원동 일대는 유흥가가 밀집돼 있어 주중이건 주말이건 할 것 없이 항상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유흥가 주변에 있던 파출소가 치안센터로 바뀌면서 경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관악구는 예전부터 많은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관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역 간 경찰력 배치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를 비교하면 노원구의 경우 경찰 1명이 824명의 주민을 담당하지만 남대문의 경우 1인당 52명에 불과해 15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하지만 배치된 인력은 730명과 430명으로 고작 1.7배에 불과할 뿐이다.

관할 인구 역시 68만1264명인 송파와 2만3239명인 남대문은 차이가 29배나 났지만 경찰 인력은 907명과 450명으로 2배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이찬열 의원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범죄로부터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은 심각한 평등권 침해”라며 “서울경찰청은 인력부족 탓만 하지 말고, 인구와 범죄 발생 현황 등을 감안해 경찰서 통폐합이나 인력 재배치를 통해 치안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이런 지적을 인식하고 해마다 증원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경찰청의 요구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력만을 증원해, 정부가 치안공백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기 어렵다. 치안업무를 담당하는 지역경찰은 2007년 4만1438명에서 2012년 8월 31일 현재 4만1170명으로 줄은 반면 경비경찰은 같은 기간 6868명에서 1만1194명으로 5000명 넘게 늘었다.

이는 경찰이 치안업무보다는 집회·시위관리에 경찰력을 과도하게 동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민생치안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비리 연루 경찰관에 처벌은 ‘미미’

민생치안과 함께 사회적 부정 고리를 끊어야 하는 역학을 맡은 경찰이지만 오히려 비리를 저지른 경찰관이 해마다 늘고 있어 이 또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2008년 이후 성매매업주와의 비리로 인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14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파면 53명, 해임 41명, 정직 27명, 감봉 18명, 견책 9명 등이었다. 얼핏 보면 적정한 징계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성매매·유흥업소 업주와 결탁한 비리경찰관 148명 중 소청심사를 제기한 경찰관은 108명이며, 그중 40%에 해당하는 41명은 징계가 감경돼 애초보다 낮은 징계를 받았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일부 경찰관과 성매매·유흥업소 업주와의 결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벌백계해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측은 “경찰 자체 징계는 타 공무원들보다 매우 중하게 내리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를 감경해 주는 것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징계 감경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얼마 전 검찰이 국내 최대 룸살롱인 YTT를 수사하면서 일부 경찰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짙어져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상황에서 경찰의 이런 해명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정인 전·의경, 배고파 ‘꼬르륵’

치안과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전·의경들의 한 끼 급식비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전·의경의 한 끼 급식비는 2052원으로 하루 식대는 6155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초등학생의 한 끼 급식비 2580원, 중학생의 3250원과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적은 급식비다. 식욕이 왕성할 20대 장정들인 전·의경들에게 이 정도의 비용으로 배불리 먹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측은 현재 전·의경 급식비는 군인들과 동일하게 책정되고 있지만 대량구매가 불가능하고 급식인원 숫자도 2만여 명에 불과해 좀 더 나은 급식을 제공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전·의경 급식비 인상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1일 1000원 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예결위에서 고작 147원만을 인상해 전·의경 처우는 개선되지 못했다.
턱없이 적은 급식비 이외에도 식사를 통한 영양 제공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전·의경 급식소는 136개가 위치하고 있지만 영양사는 고작 2명만이 배치가 되어 있어 전·의경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52조에서 규정한 ‘1회 50명 이상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집단급식소에는 영양사를 배치한다’는 규정을 경찰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위·집회 현장에 투입되는 전경들의 경우 야외에서 낮은 단가의 부실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양은 고사하고 급식비라도 하루 빨리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누리꾼(ip5_****)은 “예비군 2년차에요. 고양시에서 복무했는데 밥도 맛있고 반찬도 맛있죠. 그런데 맛있는 반찬은 항상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식사비가 하루에 6000원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전·의경분들 수십 명밖에 안 될 텐데 하루에 6000원 가지고 먹으려면 밥은 일단 기본으로 똑같을 테니 반찬 엄청 적을 듯”이라며 부실한 식사를 꼬집었으며, 한 트위터리안(@RealKaracha)은 “전의경 급식비가 한끼 2052원...아, 진짜. 나라가 불러다 개고생 시키는 거면 밥이라도 좀 제대로 먹이면서 해야 되는 거 아님?”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2012년 현재 연간 전·의경 1인 유지비용은 421만 원으로 급여 117만 원, 피복비 48만 원, 급식비 196만 원, 개인용품비 43만 원, 의료비 17만 원으로 구성돼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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