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대선후보 러닝메이트…보수·진보 또다시 ‘빅뱅’

▲ 교육개혁시민연대의 윤소년 대표(원 안의 사진)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 사후매수’ 혐의로 자리를 떠나면서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고 또다시 진보와 보수진영의 충돌이 예상된다. 18대 대통령선거에 가려 아직까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교육감 재선거는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 성격이 짙어 현재의 미풍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태풍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두 번의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던 보수진영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설욕전을 펼치겠다고 내부 결속에 들어갔으며, 진보진영은 제대로 싹을 틔어보지도 못한 교육개혁을 이어가겠노라며 선거 3연승을 노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또한 대선과 교육감 재선거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바, 어떤 후보가 선거에 나서는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후보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도 미래의 꿈나무를 키우는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선거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진영별로 또 한번 힘을 모으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진보와 중도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교육개혁시민연대’를 구성하고,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들의 옥석을 가리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0일 오후 6시 관악구 서울미술고등학교에서 발족식을 갖고 ‘2012 서울교육감 재선거예비후보 초청 토론회’에 대해 논의했다.

발족식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윤소년 교육개혁시민연대 발기인 대표는 공동대표 수락의 말을 통해 “우리교육에서 ‘홍익인간’의 이념이 많이 사라졌다. 교육감후보들에게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넣을 것인지 반드시 묻겠다”며 “초청토론 시 정책에 이를 채택하면 적극 지지할 것이고 만약 아무도 이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면 제안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돈환 서울미술고 설립자는 “나라를 잃었을 때는 독립운동가가, 전쟁 시에는 군인이, 독재시대에는 민주투사가, 가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산업일꾼이 필요하듯이 사회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선각자, 희생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며 “오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이 시대의 소명을 위해서 여러분이 그런 선각자가 돼주시길 바란다”고 교육개혁을 위해 참석한 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개혁시민연대는 발기선언문을 통해 “교육개혁을 통하여 미래 세대의 아픔을 줄이고 누구나 공부를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학습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1996년 5·31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정부가 나서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획일적 줄세우기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교육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금 교육계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념 갈등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하며 “더구나 이념 갈등으로 인해 적시 교육개혁을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학교가 시대에 뒤처지고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21 재선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들을 초청하여 토론회 결과에 따라 상생과 공감, 창조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서울교육감을 추대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의 가치를 갖는 서울교육감을 추대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라면 교육혁신시민연대에 누구나 참여하고, 혹은 참여단체로 등록하여 주기 바란다”며 안철수 후보 지지 세력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윤소년 대표를 비롯해 김성규 변화와희망 사무총장, 권영출 관악저널 회장, 마용철 공공제안 대표, 박영진 세계평화단체 사무총장 등이 초청인으로 참석했으며, 기타 교육개혁에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참석해 새로운 서울교육감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진보·보수진영 후보자 여럿 거명돼

이렇듯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대한 바람이 서서히 본격화되면서 각 진영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확실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앞선 교육감선거에서 패배를 맛본 보수진영은 이번만큼은 후보가 난립해 진보진영에 어부지리 승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판단, 곽 전 교육감 공판 전부터 논의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들은 교육을 바로 세우고, 전인교육을 통해 건전한 대한민국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을 뛰어넘어 국가 안보와 번영을 위한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보수진영은 10월 중순께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들을 등록받아 교육계 원로회의를 거쳐 경선방식을 정하거나, 후보 컷오프 또는 지명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회의 고문단에는 김상준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강영숙 국가원로회의여성위원장, 김병묵 덕성여대 이사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더불어 친박과 뉴라이트를 망라하는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보수진영 교육감후보로 자천, 타천되는 인물은 무려 열 명이 넘는다.

이대형 현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김경회 전 서울시부교육감,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공동대표, 이규석 전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 이원희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송하성 경기대 교수,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서정화 홍익대사범대학부속고 교장, 이영만 전 경기고 교장, 진동섭 한국교육개발원장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주호 전 교육기술부 장관 또한 지지를 받고 있어 호화 진용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 측은 곽 전 교육감의 무죄 판결을 위해 힘을 쏟은 만큼 힘이 부치는 상황인 가운데에서도 교사 출신인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장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이부영 전 서울시 교육위원, 이수일 전 전교조 위원장,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송순재 서울교육연수원장도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이인규 ‘아름다운 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조국 교수는 ‘서울시교육감은 교사 출신이 되는 것이 맞다’고 발언함에 따라 출마 전망이 밝지는 않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어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진보·보수진영 모두 수면 아래에서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대선과 맞물려 있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측면 지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진영 모두 겉으로는 대선과 교육감선거를 함께 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교육개혁시민연대 발족식에 참석한 한 인사는 “대선과 교육감선거가 궤를 같이 할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교육은 정치와 분리되어야 하는 원칙에서 보면 특정 후보와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jun6182@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