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심상치 않은 변화 대선판 뒤흔든다

▲ <사진자료=뉴시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가운데 지난 2일 최전방 철책을 타고 넘어온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군 모 부대를 통해 귀순해온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넘어 오는 동안 우리 군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우리 군의 실태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번 귀순은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은 북한에 대해 무관심했으나 이번 귀순 사건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게 위해 고의로 귀순자를 내려 보낸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각도 있다. 북한이 전 정권 실세들의 방북당시 오간 대화 내용 공개 여부를 놓고 우리측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여권 주변에서는 “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며 신중론을 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북한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11월 경 북한이 대선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짜고 있다”는 첩보도 돌고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북한 소식에 정통한 이들의 전언이다.

최근 북한에서 공안통치 움직임이 부쩍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는 경제개혁을 앞둔 내부 단속용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그동안 내부 단속에 있어 다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왔으나 지난 6일에는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해 “불순 적대분자들을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에서 공안통치가 강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경제개혁에 뒤따를 부작용을 원천차단하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 당국이 경제개혁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동시에 북한의 체제 불안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중국의 경제개방 절차를 비슷하게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개혁에 앞서 강력한 사회 통제를 통해 체제의 안정화를 먼저 꾀한 뒤 점진적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북한 당국이 최근 보위부와 인민보안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김 제1위원장은 보위부에 가장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 동상을 세울 수 있도록 허락했으며 지난 5일경에는 인민보안대학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붙여 ‘김정일인민보안대학’으로 명명했다. 인민보안대학은 경찰대학교와 같은 것으로 이 대학 역시 간부를 양성하는 학교다.

북한 정책방향 전격 수정

북한의 경제난이 가속화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경제문제 해결을 북한의 핵심과제로 삼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와병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와중에도 해외 순방 등 외교활동을 경제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김 위원장 사후 김 제1위원장은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제일 먼저 경제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최고통치권자뿐만 아니라 핵심실세들의 부인을 철저히 비밀로 해왔다. 북한의 공식 퍼스트레이디가 공식 비공식 석상에 수시로 등장하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내조의 상징인 아내를 활동파트너로 대동하는 것은 인민의 문제 즉, 내부 일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풀이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통치권자들이 퍼스트레이디를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북한의 정책 방향이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경제개혁에 시동을 거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측과의 관계문제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보다 남한을 통한 경제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한을 통해 미국까지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직접 경제협력 문제를 놓고 여러 논의를 할 정도로 북한은 경제 개혁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북한이 손짓해도 남북 관계악화 상황에는 북한과 협력을 논의할 명분이 없다. 북한이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여야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남한의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북한은 못마땅한 눈치다.

이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번 자신들의 개방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남한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북한이 경제개혁 정책 추진을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세력이 남한의 새정권을 잡길 원한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는 추측이 적지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부 세력지형 변화가 의미심장하다”고 해석한다. 우리 측 대선을 앞두고 군부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기존의 대남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군부를 정치 외교 경제 등에 밝은 인물을 중심으로 군부를 개편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 반북감정을 자극해 오히려 대남전략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위한 극비 프로젝트 가동?

국내외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11월 중 북한이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지원 작전을 펼 것이며 이 내용과 관련해 남측과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북한이 지원하려는 쪽은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향후 민주당이 정권을 거머쥔다 해도 크게 기대할 부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한 소식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부터 북한은 대남협력전략을 바꿨다. 이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 북한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구체적이거나 특별한 대화가 없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시절에 오갔던 대화 내용을 북한과 다시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안보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더 이상 손잡을 필요가 없는 파트너를 과감하게 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북한이 남북대화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 등은 이미 지난 정권과 관계가 청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다른 파트너와 새로운 파트너십이 형성됐음을 이전 파트너에 통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북한이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그 주체는 군부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부가 어떤 식으로 대선 개입을 시도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경제와 관련된 파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또 “군사문제나 외교문제로 전형적인 북한 스타일 정치쇼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철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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