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권력 내분은 12월 대통령 선거 승리와 박근혜 대선 후보를 위한다는 명분아래 음습하게 벌어지고 있다. 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자, 구 친박계가 신 친박계를 몰아내기 위해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구 친박계인 남경필 의원은 지난 3일 “친박계에서 후보 주변을 비워야 한다”며 신 친박계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음 날 역시 구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은 “후보를 못 바꾸니깐 나머지는 다 바꾸자”며 “당대표, 원내대표, 선대위 인사들은 모든 자리를 내놓고 백지상태에서 후보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7일 박 후보의 최경환 비서실장이 당내 내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최 비서실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이전투구는 끝일 줄 모른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한데 대해 반발, 사퇴도 불사할 기세로 맞섰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이한구 원내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며 당사에 며칠 씩 출근하지 않으며 몽니를 부렸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선거를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친박계는 구 친박계가 “노리는 건 당 쇄신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맞받아 쳤다. 그러나 당내 한 중립 인사는 박 후보의 신·구 측근들이 “자기들끼리 권력 놀음이나 하고 있다”고 둘 다 싸잡아 비판했다. 신·구 측근들은 당과 국민을 결속시켜 박 후보를 당선 시키려 뛰기 보다는 선거 캠프(진영)내에서 우월적이며 독단적 지위를 확보, 자신만을 돋보이게 하려 한다. 대선 후 한 자리 하려는 권력욕의 발산이다. 싸가지 없는 추한 권력 놀음이다.

새누리당의 권력내쟁은 박 후보가 지난 11일 대선 캠프 요직을 개편함으로써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박 후보는 자신이 공약위원회와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국민대통합위) 위원장을 맡고 반발의 대상이 됐던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수석부위원장으로 내려 앉혔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정몽준 전 대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김성주(여) 성주그룹회장을 보임했다. 국민대통합위에는 호남권, 재야운동권, 종북 전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박 후보의 10·11 요직개편으로 새누리당 권력내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싶다. 하지만 앞으로 요직에서 소외된 그룹이 언제 다시 반기를 들고 나설지 모른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149명)은 20대 130으로 나뉘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박 후보 바로 옆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20명과 ‘당신들 끼리 잘 해보라’고 방관하는 나머지 130명으로 분리돼 있다”고 했다.

박 후보 선거캠프 내의 ‘권력 놀음’을 그 지경으로 방치한 데는 박 후보의 책임이 크다. 박 후보가 허울 좋은 ‘쇄신’구호와 음습한 ‘권력내쟁’을 분간하지 못한 채 내분에 끌려 다닌다면, 그의 지도력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말 한 대로 박 후보는 ‘칠푼이’이라는 오명을 면 할 수 없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상징적 대선 표어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거 캠프조차 ‘대통합’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케 하고 있다. 그는 선거캠프 통합에 과감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필패할 수 밖에 없다. 신·구 친박계는 모두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으로 돌아가 “자기들 끼리 권력 놀음”을 접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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