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선언 한 달, 안풍은 없었다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 없는 행보에 지지층 이탈
국정 운영 비전 제시 못한 안, ‘안철수 현상’ 거품 논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국민적인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이번에 정말 ‘안철수 정부’를 탄생시켜서 기성정당으로 하여금 국민을 정말 두렵게 하면서 확실히 변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이런 얘기”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의 김성식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과연 국민들이 ‘안철수 현상’을 통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근본적 핵심이 ‘안철수 대통령인가’ 하는 회의를 들게 만드는 발언이다.

실제로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안철수 현상’을 있게 만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낡고 구태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안 후보가 새로운 모습은 보여주질 않은 채 기존 정치권과 똑같은 정치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줌으로써 나락의 길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며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뜻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자신을 국가 리더에 도전하도록 격려하고 지지해 준 것에 힘입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을 외면하는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민심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에 출마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면서 정치개혁과 정치쇄신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선의의 정책경쟁을 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자는 제안도 했다. 자신은 시민사회 후보로서 기성 정치인들의 구태와 부패에 책임이 없기 때문에 기존 정당 후보들에게 정치개혁을 하라는 요구였다.

이후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안철수 캠프는 ‘정치개혁과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재확인한 시간이라고 자평했지만,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논란과 함께 국민의 기대와 달리 구체적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등 우려가 만만치 않다.

딱지아파트 거래와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논문표절 의혹 등 검증공세에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으로 알려졌던 안 후보의 기존 이미지가 훼손됐다.

아울러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혁신경제 등 ‘두바퀴 경제론’을 내놓고 재벌개혁 등을 선보였지만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매번 언급하는 정치변화와 혁신이라는 부분의 포인트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안 후보를 지지하던 국민들이 하나둘씩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원 빼가기’ 구태 안철수

이에 더해 안 후보의 지난 한 달간 행보 역시 구태정치의 답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마 선언과 함께 4·11총선을 총지휘한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선대위 본부장으로 빼내옴으로써 3김 시대의 ‘의원 빼내오기’를 방불케 하는 구태를 저질렀다. 민주당을 약화시키고, 친노와 비노 간의 분열을 조장하며, 사무총장 박선숙이 갖고 있는 민주당의 정보를 얻는 정치공학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을 들었다. 안 후보는 정치의 금도를 깨뜨리는 불공정 게임을 정치개혁 후보가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송호창 의원의 안 캠프 합류 역시 ‘의원 빼가기’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안 후보가 새 정치를 부르짖더니 고작 ‘의원 빼가기’라는 구태를 보이는 것이냐”는 강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영입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안 후보는 잘못된 기존 정당에 맞서 새 정치를 펼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전직 의원이 안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쌍두마차’를 하고 있다”며 “안철수식 ‘새 정치’는 재탕·배신·철새정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통 외치지만 실상은 ‘불통’

안 후보가 지역 곳곳을 누비고 다니지만, 지역과 관련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 후보가 호남과 충청, 강원 등을 다니며 다양한 행보를 보였지만, 이 때마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단순 견학 수준에 그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준비 없는 후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안 후보는 지역 현안에 대해 말을 아낀 채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20대를 대상으로 한 ‘강연정치’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세종시 방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가는 장소마다 이렇게 말씀 드려야 하나요. 다 쓰지도 못할 텐데…”라며 난색을 표해 ‘불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안 후보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민주당 한 인사는 “대선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해야 할 사람이다. 이 때문에 대선에 출마한 사람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그곳에 대한 거대 담론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선주자로서 지역 발전에 대한 아무런 구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후보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의 ‘불통’ 모습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안 후보가 지난 4일 광주 충장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기자가 안 후보에게 “청와대의 내곡동 특검 거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후보 캠프의 공보팀 관계자는 “이렇게 갑자기 질문하면 안 된다”고 기자를 제지했다. 또 당시 동행 취재한 풀(pool)기자들이 작성한 취재 내용에 “오해 소지를 없앤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풀기자는 취재 여건상의 이유로 일부 기자가 대표로 취재한 내용을 모든 기자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기자단이 “취재 간섭하지 말라”고 항의를 하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공식 사과를 했다.

안 후보가 지난 1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최근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지만, 공보팀이 즉각 제지해 안 후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안 후보 측 공보팀은 “취재 상황과 맞지 않는 질문이다. 대변인이 정리해서 답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풀기자를 안 후보측에서 임의대로 꾸려 기자단에 통보해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다운계약서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후보 부인의 다운계약서 문제에 신속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날 본인 스스로가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날 사과에 갈음한다”는 입장만을 표명했다. 이런 모습은 안 후보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은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들을 소지를 크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운계약서 문제로 안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에 상처가 났고, 불통의 이미지마저 각인시킨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정치인 다를 바 없는 安

이렇듯 안 후보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안 후보의 주요 행보가 주로 이벤트성 정치에 머물면서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제안과 달리 안 후보만의 정책을 지금껏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비판 거리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에게서 정치혁신을 위한 구체적이고 대담한 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기대보다 임팩트가 약하다”면서 “앞서 시도된 적이 없지만 파괴력 있고 꼭 해봐야겠다는 안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새 정치’ 한다면서 다른 주자들과 똑같이 행사장 찾아가고 시장가서 사람 만나는 등 다를 게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종배 정치평론가도 “정치변화·혁신의 포인트를 명확히 하지 않아 모호하고 미흡하다”면서 “치고빠지기식으로 정치혁신을 말하면 일종의 구태로 비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비판은 안 후보만의 신선함을 떨어뜨리고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심을 가져오는 원인이 됐고, 이는 ‘지지율 정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안 후보가 출마선언 이후 처음으로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추월당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인건 분명하다”며 “준결승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결승인 박 후보와의 대결 구도에선 어렵게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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