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와 차별화 기로

▲ 지난 15일 열린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이광범' 사무실 개청식에서 이광범(왼쪽)특검을 비롯한 세명의 특검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MB심판론 부상에 MB 탈당 요구설까지
다스 실소유주 논란 재현 우려도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0시 수사를 개시하면서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수사(준비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30일 이내) 기간이 11월 14일까지, 수사 기간을 1회에 한해 15일 연장하면 11월 29일까지 수사가 가능해 대선후보 등록일(11월 25-26일)과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각 후보 진영은 수사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특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현 정부와 확실한 선긋기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검팀, 수사의 정석대로 ‘파죽지세’

이광범 특검팀은 법률적으로 수사권이 주어진 지난 16일 이시형씨 등 핵심 관련자 10여명의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다스 회장인 이상은씨가 바로 전날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상은 다스 회장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과 경주 소재 이 회장의 숙소, 다스 사무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경주 숙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청와대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특검팀의 수사 속도를 감안하면 청와대 경호처와 총무기획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특검팀은 당시 내곡동 부지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소 2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금융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시형씨 계좌 등 전방위로 관련자들의 계좌추적을 벌였다.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이 전혀 없었던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 방식과 대조적이다.

또한, 18일에는 당시 실무자였던 김태환 청와대 경호처 재무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김 재무관은 내곡동 터를 사저동과 경호동으로 나눠 실제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을 주도하면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가격 부담분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매입대금 분담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진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에 따른 이익 귀속주체가 대통령 일가인 만큼 이 대통령 등이 사전에 가격 결정 과정을 알거나 개입했는지 여부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번 수사의 핵심은 내곡동 부지와 관련해 시형씨가 시세보다 6억~8억원 싸게 사고 땅 가격의 일부를 대통령실이 부담해 국가에 8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이다.

시형씨는 사저부지 매입자금 12억 원 중 6억 원은 어머니인 김윤옥 여사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고, 나머지는 큰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에게 빌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6월 내곡동 사건 관련자 7명을 전부 무혐의 처분한 불기소 결정서에서 이시형 씨는 아버지인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 편의상 사저 부지를 먼저 네 명의(이시형 씨 명의)로 취득했다가 사저 건립 무렵 자신이 재매입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과정에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형 씨는 부지 매입비 11억 여 원에 대해서도 “부친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무 역시 시형씨가 직접 진행한 게 아니라 김세욱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 재현되나

검찰 안팎에서는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검이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논란까지 파헤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법에 명시된 특검의 수사 범위가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인지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상은씨가 대표로 있는 ㈜다스는 그동안 실제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무성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는 성역이나 마찬가지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은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했지만 ㈜다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이상은씨도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방문 조사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수사에 나섰던 2008년 ‘이명박 특검팀’은 실소유주 의혹을 풀기 위해 ㈜다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두차례나 이를 기각했다. ‘특검팀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당선인의 눈치를 봤다’는 추측만 무성했다. 특검팀은 ㈜다스 쪽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아 수사를 한 뒤 “다스의 실제 소유주는 이상은씨와 김재정(이 대통령 처남·사망)씨가 맞다”고 밝혔다. 강제수사 없이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다스는 이 대통령의 큰형이 회장을 맡고 있고, 아들 이시형씨가 경영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 회사에서 의심스러운 ‘재산 이전’의 단서가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담백배 MB-고민 쌓이는 朴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 6월 검찰 수사에서 별다른 의혹이 드러나지 않아 무혐의가 입증됐다는 판단이지만 이 대통령 본인과 아들 시형 씨, 김백준 총무 비서관과 김인종 대통령실 경호처장,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특검 수사 대상이라는 점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재현될 경우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박근혜 대선 후보 측은 더욱 당혹스런 분위기다.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보이며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지만 결국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대선 가도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이 대통령이 ‘내곡동 특검 추천’ 재검토를 요구했을 당시 이 대통령을 엄호했던 새누리당이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선진화 차원에서라도 원만한 협의 끝에 특검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민주당에 특검 후보 재협의를 요구했고, 이한구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어제 올바른 특검과 정치판 정화 촉진을 위해 민주당에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민주당은 구태 정치를 중단하고 정치 쇄신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입장이 국민에게 ‘MB와의 차별화’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었었다.

또한, 지난 9월 초 박근혜 후보가 이 대통령과 전격 회동을 갖은 것 역시 실책이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후보가 먼저 회동을 제안하고,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는 한편 임기말 레임덕에 휘청이는 현직 대통령과도 화합하겠다는 뜻을 피력, 자신이 강조한 ‘국민대통합’ 의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는 퇴색되고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강화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의 불씨가 박 후보에게 옮아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강화시켜, 박 후보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 후보 선대위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당시부터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보고가 많이 있었다”면서 “특검팀의 수사 속도나 상황을 보면 결론은 뻔히 나와 있는 것 아니냐. 캠프 내에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MB 탈당 등 확실한 선긋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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