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설가 모옌(莫言)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장자로 11일 선정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옌의 작품이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口傳)문학과 역사 및 동시대(同時代)와 융합시켰다.’고 하였다.

모옌은 문화대혁명으로 12세에 학업을 중단하였고 18세에 면직물 공장에 취업하였다. 소설 쓰기는 군에 입대하면서부터 였다. 그의 대표작은 1987년의 ‘홍가오량(紅高梁) 가족(붉은 수수밭 가족)’으로 꼽힌다. 나귀 한 마리에 팔려 50대 양조장 주인에게 시집 간 빈농 소녀의 스토리다. 그녀는 봉건주의적 질곡에 순치되지 않고 붉은 수수처럼 억센 생명력으로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다. ’붉은 수수밭 가족’은 20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57세 모옌의 본명은 관모예(管謨業)로서 중국 국적 작가로는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高行健)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그는 공산독재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 프랑스 국적을 얻은 사람이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1913년 인도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와 1968년과 1994년 일본의 두 작가가 각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중국 선교사 딸 펄 S. 벅(Pearl Sydensticker Buck)도 중국을 소재로 3부작 ‘대지(大地: Good Earth)를 써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빈농의 아들로 노예를 아내로 맞아들여 대지주가 되지만 아들들이 토지에 대한 애착을 잃게 되며 대가족제가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중국 공산당 리창춘(李長春) 선전담당 상무위원은 ‘중국작가협회’에 보낸 축하전문에서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중국 종합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상승을 잘 보여주는 일’ 이라고 추켜세웠다. 타블로이드 판 신문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는 사설을 통해 ‘중국 주류 문화에 대한 서방세계의 수용’을 의미한다고 자랑하였다.

모옌은 정부 산하단체인 중국작가협회 부회장이고 공산당 당원이며 마우쩌둥(模澤東) 어록 베껴쓰기 운동 참여 등 관변 작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한 반체제 예술가는 모옌의 수상을 “인간성과 문학에 대한 모욕이자 노벨상 위원회의 치욕”이라고 했다.

2년 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박사가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을 때 중국 정부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그 때 류샤오보는 공산당 일당독재체제 폐지와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체포되어 11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이었다. 중국 정부는 “죄인에게 상”을 준다며 “노벨평화상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각국에 시상식 불참을 강요하였다.

결국 중국 정부의 봉쇄로 류샤오보 본인은 물론이려니와 그의 부인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소련 공산독재 정권 조차도 1975년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그의 부인 참석을 허가하였고, 미얀마 군사독재 정권도 아웅산 수치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을 때 그의 아들이 대신 수상토록 허가하였다. 

2010년 중국의 류샤오보 노벨상 시상식 참가 봉쇄는 경제 대국 답지 못한 소갈딱지 없는 소인배 작태였다. 그 후 2년 뒤 중국은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되자, 안면을 바꿔  ‘중국의 종합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상승’ 이고 ‘중국 주류문화에 대한 서방세계의 수용’이라며 노벨상의 위상을 격찬하였다.

간사하기 그지없고 일구이언이며 두 얼굴을 드러낸 뻔뻔스러운 몰골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켜야 하고 묵직하게 처신해야 한다. 공산당 1당독재의 폐지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만이 중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문화에 대한 ‘서방세계의 수용‘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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