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안 “안철수 이탈표 잡아라!”

▲ (사진 왼쪽부터) 손석희, 장하준, 조국 교수 <사진=일요서울DB/뉴시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안철수 신드롬’이 잦아드는 분위기다. 깨끗할 줄 알았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대권 출마 후 보여준 안 후보의 모습은 기존 정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안철수 신드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 캠프 자체적으로도 “이탈표가 생기고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야에서는 ‘안철수 이탈표’를 잡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 과연 여야에서는 누구를 점찍었고, 이들에게 바라는 역할은 무엇일까.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안 후보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드롬’은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일종의 거품이었다는 평이다.

특히 ‘안철수 신드롬’을 기대했던 국민들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들도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탈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사석에서 인정할 정도다. 안 후보의 지지기반인 중도층, 이른바 ‘중도층 이탈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장하준 영입…경제정책

조국·손석희…대중적 이미지

여야는 ‘중도층 이탈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탈한 중도층을 잡기 위해 진땀을 흘리며, 인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가 대표적이다.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아들인 장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재벌의 민주적 통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 성향 학자다. 장 교수는 대선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 선점을 통해 중도층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안철수 이탈표’의 대표적인 표심인 중도층을 잡을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장 교수에게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실제 새누리당은 ‘장하준 영입설’로 시끄러웠다. 지난 8월 홍사덕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장 교수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영입은 후보가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장 교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도 “각 분야에서 신망이 있고 그 분야를 잘 아는 분을 만나고 영입하는 데 관심이 많다. 당에 좋은 분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최대한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주통합당도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해 ‘장하준 영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캠프 측 한 관계자는 “문재인 캠프로 합류한 윤여준 전 장관이 장하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장 교수 영입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경제정책들을 내놓아, 정책 승부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야권단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도 ‘득’이 되는 카드”라고 귀띔, 민주통합당도 ‘장하준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장하준 영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가 완강히 고사하고 있다. 장 교수 스스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 교수와 함께 ‘트위터 정치’를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도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와도 가깝다. 특히 진보성향의 학자 중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대선 후보의 확장성을 지녔다. 이는 안 후보로서는 ‘이탈표 방지’, 문 후보는 ‘이탈표 흡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안 후보에선 쉽게 놓칠 수 없는 인물이다. 사실 조 교수의 경우 공식·비공식적으로 민주통합당이 꾸준히 접촉해왔다. 이해찬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태년 의원이 조 교수에게 대선후보 선대위 참여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정치개혁을 추진할 ‘새로운정치위원회’위원장직을 조 교수가 수락하길 내심 원했다. 이도 모자라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나서, 문-조 콤비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문-안 단일화 중재자 역할만 할 뿐 정치 참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와 가까운 한 지인은 “정치 참여에 대한 제의를 많이 받지만 진보진영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고, ‘트위터 정치’를 통해 대중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서도 “정치 참여를 하는 순간 조 교수에 대한 색깔론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종의 ‘짝사랑’인 셈이다.

끊임없이 여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안철수 신드롬’이 잠잠해진 이후 끊임없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손 교수를 ‘제2의 안철수’로 평하기도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 더구나 안 후보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 모습과 일치한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A씨가 손 교수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A씨가 서포터즈를 해주고 실질적으로 새누리당 당직자 B씨가 손 교수를 만나고 있다는 게 주된 골자다. 야권 또한 역시 마찬가지일 터. 정작 손 교수는 “정치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다.

박-문-안 ‘짝사랑 중’ 안철수 이탈표 어쩌나?

대선 정국을 맞아 여야는‘안철수 이탈표’, 즉 중도층을 흡수하거나 막기 위해 정치 참여를 꺼리는 ‘정·손·조’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루트로 은밀히 영입작업을 펼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이들은 꼼짝달싹하지 않을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정-손-조에 대한 구애작전은 정치권의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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