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캠프 “단일화 없다면 정권교체 사실상 불가능” 진단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김정현 프리랜서] 12월 19일, 18대 대통령선거일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결과에 대한 각종 예측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지난 9월 21일과 22일 <한겨례>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6.7%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희망사항 일 뿐 모호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캠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고 3인(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이 대선 끝까지 갈 경우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안 후보와 문 후보 간에 단일화가 쉽지 않다”는 말은 현재 안 후보 측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9월 19일 대선출마의 변에서 단일화의 조건으로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둘째, 국민의 동의를 제시했다.

또한 안 후보는 “저는 정치경험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이 없기 때문에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눠먹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혀 나눠 먹기식 정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단일화가 쉽지 않은 이유를 몇 가지 요약해보면 이렇다.

첫째,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 볼 때 문 후보의 통합민주당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준비가 됐는지 여부가 문제다. ‘노무현의 그림자’로 알려진 문 후보의 경우,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분명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쇄신정치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핵심인물로서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였다. 게다가 문 후보는 수년전만 해도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조차 없었던 인물이었으나 현재는 57년 전통야당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급성장했다.

그 이유는 친노 핵심이자 당내 실세인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문 후보의 정치적 배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민주당은 안 후보가 말하는 낡은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당대표·원내대표 나눠먹기 밀실 담합' 이라는 정치적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다.

단일화 생각이 바뀌었나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는 변화가 없는 민주당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단일화의 관건은 문 후보가 단일화 명분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이다. 최근 문 후보는 문재인의 ‘3철’로 불리는 양정철, 이호철, 전해철을 선대위에 기용했다. 쇄신을 바라는 정치권에서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또 이제 와 문후보가 ‘낡은 정치의 타파’ 라는 명목으로 이해찬과 박지원을 내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2선으로 물러선다 하더라도 누구도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들린다. 문 후보의 청와대 핵심참모들을 다시 선대위로 불러들인 것 역시 긍정적인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둘째, 대선의 핵심지역인 부산과 호남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 보다 낮다는 것은 문 후보로서는 치명타다. 적어도 추석 이후 지지율은 안 후보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핵심지역 2곳을 꼽을 경우, 바로 부산과 호남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산은 문 후보(경남고 졸)의 태생적 텃밭이라면 호남은 정치적 텃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지역에서 안 후보(부산고 졸)가 문 후보를 따돌리고 있어 동 지역에서 민심을 얻지 못한 문 후보로서는 단일화 명분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문후보로 단일화 했을 때보다, 안 후보로 단일화 했을 때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문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퇴색하게 하고 있다. 안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리서치뷰>의 9월 26, 27일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었을 경우는 56.1%로, 38.9%에 그친 박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문 후보 대 박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47% 대 40.5%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문 후보로의 단일화보다는 안 후보로의 단일화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안 후보 측의 지지율이 문 후보 보다 더 많이 나오는 한, 안 후보가 쉽게 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민주당과 안철수 밀당

셋째, 결정적으로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식 정치’를 보여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안철수야말로 대통령에 목을 멘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는 신선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안 캠프 내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일도, 밑질 일도 없어 꼭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안철수식 정치를 그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낡은 정치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대선을 완주했을 때, 설사 대선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정치인 안철수’ 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을 통해 ‘차기’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째, 57년 전통의 민주당이 과연 안철수로 단일화가 되는 것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권주자가 없는 민주당은 불임정당이자 붕괴를 자초하는 일이고 정치적 존재감이 없어진다는 의미에서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기에는 일정한 조건이 있다. 즉, 문 후보가 안 후보와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거나 오차범위 지지율(2%~3% 내외)을 들락거릴 경우 안 후보로 단일화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때문에 훨씬 덜 복잡한 계산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어디에서 나올까.

결국, 안 후보와 문 후보 간 지지율의 격차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더 많이 나올 경우 단일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로의 단일화가 문 후보 보다 오차범위를 훨씬 넘어선 10%이상 벌어질 경우 문 후보로서는 단일화 명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캠프와 문 캠프 주변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동시에 이는 박 후보 측이 가장 선호하는 대선구도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는 자신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 일부 참신한 세력들을 규합하여 조그만 미니정당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판 단일화면 게임 끝?

한편 양측의 단일화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끝까지 ‘치킨게임’을 벌일 경우 양측 모두 패할 게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정권 교체라는 대전제 앞에 어느 한 쪽의 양보는 숙명이라는 논리다.

송호창 의원이 지난 9일 민주당 울타리를 벗어나 안철수 캠프로 옮긴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송 의원은 지난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철수와 문재인이 하나 되는 것은 절대적 과제”라고 힘줘 말했다. 송 의원의 말은 단일화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송 의원은 지난 9일 “안 후보가 현역 의원 한 명도 없이 혼자 벌판에서 이걸(가혹한 검증)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송 의원 등 안철수 캠프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참여정부 때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강금실 변호사와 가깝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이 후보등록일을 넘겼다가 선거 며칠 전에 극적인 단일화를 이룰 공산이 크다”며 “그래야만 시너지효과 극대화로 본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후보등록일을 넘긴 뒤 단일화를 이루면 여권으로서는 그에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야권은 단일화를 통해 감동을 극대화하는 반면 여권은 시너지효과를 낼 만한 카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막판 단일화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양측이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현재로서는 여론조사+경선 혼합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여론조사 30% ▲TV 토론 후 배심단원 평가 30% ▲현장투표 40%를 택했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제1야당을 등에 업고 있는 문 후보는 물론이고 무소속인 안 후보도 이 같은 방식에 수긍하는 것 같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배심원단 평가) ▲현장의 목소리(현장투표)를 언급하며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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