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수도권 취재본부 김원태 기자] 일선 각급 학교에서 교육환경개선과 생활체육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만든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이 사실상 대기업의 독점과 담합으로 얼룩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를 설치한 전국 263개 학교 운동장에서 인조잔디 갈라짐과 꼬임현상 발견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특정 대기업의 독점적 수주에 따른 문제점과 부실공사 현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전국 초중고 인조잔디운동장 설치 현황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경기 고양덕양을)에게 ‘학교운동장 조성내역’ 자료를 제출했다.

27일 본지가 입수한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초중고 운동장 1만1491개 중 잔디운동장이 조성된 학교는 1479개로 10개 학교 중 한개 꼴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74개교(18.5%)로 가장 많고 서울시가 188개교(12.7%), 경남 126개교(8.5%), 경북 107개교(7.2%)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잔디운동장은 1개 학교당 총 예산이 5억 원인 가운데 교과부와 문체부가 지원대상 학교를 선정한 뒤 각각 해당 예산의 70%(3억5000만 원)를 지원하고 나머지 예산 30%(1억5000만 원)는 학교가 속한 일선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다만, 그 총 사업비가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지자체가 그 차액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특정 대기업 몰아주기 및 시공업체 담합 행태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이 특정 대기업 2곳에 편중돼 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6년 이후 인조잔디운동장은 총 1237개 학교에서 623만4802㎡가 조성된 가운데 그 사업비만 무려 5천834억여 원에 달했다.

이중 453개 학교(36.5%)를 대기업 K회사가 수주해 총 공사비 2088억 원을 챙겼고 다른 대기업 H회사도 그 절반에 해당하는 223개교를 수주한 뒤 총 공사비 1038억원을 받았다.

이들 K, H회사 2개 대기업이 납품·설치한 학교만 모두 676개로 이 기간 전국 일선 각급 학교에 설치된 전체 인조잔디운동장의 절반이 넘는 54.6%로 총 공사비 역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6%에 그 금액만 3천127억 원에 달한다.

결국 이들 2개사가 국내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시장의 54%를 점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조달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 때 2010∼2011년 상반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 쇼핑몰을 통해 각급 기관이 인조잔디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6개 입찰 참가업체 간에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6개 업체 간 담합으로 체결된 인조잔디 납품금액은 총 44억1971만원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해당 업체들은 담합명목으로 최소 1억5천697만원이 넘는 음성적 돈 거래가 있었고 현재 공정위에서는 실제 담합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인조잔디운동장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의 시공 공정의 불투명성이 논란거리이다.

인조잔디운동장 시공지침이나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일선 학교별로 설계를 의뢰하면서 학교별 운동장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특정 업체와 계약하는 문제가 결국 부실시공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조잔디운동장 시공 이후 내구연한에 따른 대책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인조잔디운동장의 내구연한은 평균 7~8년 정도로 그 연한이 차면 수억 원을 들여 다시 깔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이 교과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자체, 교육청 등이 일정비율로 사업비를 분담하는 대응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다보니 연한 이후 재시공 보장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구연한을 늘리기 위해 매년 1~2회씩 충진재를 갈고 쳐진 잔디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그 수리비를 지불하며 관리에 나서는 학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후 관리의 어려움

현재 인조잔디운동장이 설치된 학교마다 허술한 사후관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조잔디는 특성상 사용 중에 쓰러지거나 구부러지면 다시 세우기가 어렵고, 잔디가 지표면과 밀착되게 되어 충진재가 잔디표면으로 노출되거나 충격흡수성 등의 기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한 후에는 인조잔디의 특성에 맞게 정기적으로 다듬어 운동장의 외관뿐만 아니라 잔디 표면의 성능 특성까지 유지시켜야 한다.

이때 인조잔디 표면을 규칙적으로 손질해 손상 예방, 파일 분산, 섬유의 수직성을 복구하는 등 인조잔디의 내구연한 기간이 저하되지 않도록 각별히 사후관리에 힘을 써야만 한다.

물론 하자담보책임기간 3년 동안 납품받은 인조잔디에 하자가 발생된 경우 납품업체는 당연히 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업체들은 관리부실로 잔디훼손이 심해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점을 들어 학교 측에 책임을 돌리고 교묘히 빠져 나가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일부 업체는 문을 닫고 사라져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로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 1360개교 인조잔디운동장의 관리상태를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중 263개 운동장에서 인조잔디 파일의 갈라짐, 꼬임현상 여부가 발견돼 하자보수했고 56개교는 시공업체의 부도 등으로 자체 예산을 마련해 보수할 계획을 세운 실정이다.

이처럼 일선 각급 학교에서 시공한 인조잔디운동장이 업체간 담합에 따른 부실시공과 방관적 유지보수 및 특정 대기업이 차지한 시장 과반 이상의 독점적 수주는 그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 관련 부처는 우리 아이들의 건전한 교육환경개선을 담보한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상궤도에 올라 설 수 있도록 하루 속히 최선의 대안 마련에 나서야만 한다.

이와 관련, 이 문제를 최초 진단한 김태원 의원은 “시일이 지날수록 점차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이 최근 내구연한이 가까워지면서 교체비용과 건강 위협, 환경오염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등 골칫덩어리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교 운동장은 우리 자녀들이 뛰어놀고 공부하는 배움터인 만큼 인조잔디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만 한다”면서 “그 내구연한 도래에 따른 폐기물처리 및 재시공 예산확보, 납품업체의 특정기업 편중문제, 불법 입찰담합 등 장기적으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라도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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