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3억 원 육영수사업회에 증여... 재단 등기 말소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문화재단이 지난 6월, 역시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이하 육영수사업회)로 합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32년간 박 후보가 이사장을 맡은 한국문화재단은 그간 베일에 쌓인 채 박 후보의 ‘비선조직’으로까지 의심받아 왔다.

특히 기업총수(삼양식품 전중윤 회장)에 의해 1979년도에 설립된 한국문화재단이 1년 만에 박근혜 후보에게 모두 이양된 점을 두고 정부지원에 대한 사례나 대가성 증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수장학회에 이어 한국문화재단이 박 후보의 또 다른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베일 쌓인’ 장학재단, 대선 앞두고 왜

지금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한국문화재단(이사장 박근혜)이 지난달 10일 갑작스레 해산 등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따른 각종 의혹들도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재단이 육영수사업회(이사장 박근혜)에 합병돼 재단 자산 13억 원(서울시교육청자료)을 모두 흡수한 것으로 전해져 이에 따른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단은 6월 25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해산을 결정한 바 있으며, 이날은 공교롭게도 ‘경선룰’에 대한 비박 주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최고위에서 대선후보 경선일정 등을 확정한 날이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세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한국문화재단을 경선 전에 미리 해산시킴으로써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재단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고 있다.

‘수상한’ 한국문화재단

한국문화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들여온 10만 달러의 차관 가운데 절반을 불하받아 라면사업에 성공한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이 1979년 3월에 설립한 ‘명덕문화재단’의 후신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가성 증여라는 의혹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 회장은 재단 설립 이듬해인 1980년 7월 물러났고, 박근혜 후보에게 재단이 이양되면서 박 후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사장을 지내며 재단을 이끌어왔다. 한국문화재단은 박 후보와 관계가 깊지만 정수장학회나 육영재단·영남학원 등에 비하면 그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에서 한국문화재단을 두고 박 후보의 ‘비선조직’이자 ‘제2의 정수장학회’라며 강하게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캠프의 진수희 대변인은 “만약 한국문화재단이 박 후보 개인의 정치활동에 불법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박 후보는 공익목적의 장학재단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의 ‘사당화’를 문제 삼으며 한나라당을 탈당,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단이 박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사실상의 ‘캠프’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문화재단의 임원진도 박 후보와 관련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외출·변환철·김달웅·김덕순 등 대표적 친박 인사들이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외출, 변환철 이사는 박 후보의 오랜 정책자문그룹인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이며, 최 이사는 현재 박근혜 대선캠프의 기획조정특보를 맡고 있다. 김달웅 이사는 친박성향 교수모임인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상임대표를 지낸 인물이며, 김덕순 이사는 정수장학회 현 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김삼천 감사는 상청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모임이다.

김경협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4개 법인(정수장학회·영남학원·육영재단·한국문화재단) 임원들이 대부분 박 후보의 측근들로 구성됐다”며 “감사 이상을 지낸 임원을 교차분석해보면 지난 20~30년간 22명이 재벌 계열사처럼 순환·임명돼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재단은 또 박 후보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장학금을 집중 지원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 의원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문화재단의 장학금 수혜자 가운데 61%가 대구지역에 편중돼 있으며, 이 중 달성군이 전체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재단 해산, 육영수사업회로 합병

한국문화재단은 지난달 법인 등기를 말소했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이 해당 재단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등기를 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6월 25일 이사회 의결로 법인을 해산한 한국문화재단은 자산 13억 원을 육영수사업회에 증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최고위는 지난 6월 25일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의 요구를 뒤로한 채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을 확정했다. 이후 비박계 대표 주자인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은 경선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재단 해산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치공세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재단을 사전에 처리하려 했다며 박 후보 측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주식 매각 논의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아 한국문화재단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경협·전병현·최민희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가 군사 쿠데타세력이 강탈한 ‘장물’이라면 한국문화재단은 정경유착의 ‘뇌물’”이라고 규정한 뒤 “국고 환수와 사회 환원을 즉각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 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에서 들여온 10만 달러 차관 가운데 절반을 불하 받은 돈으로 라면사업을 성공시켰다”며 “특혜를 받은 대가로 10억 원대의 재단법인을 만들어 박 후보에게 ‘한국문화재단’으로 넘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인이 정권으로부터 특혜 자금을 지원받고 그 대가로 정권 수장의 딸에게 넘긴 10억 원대 재단은 명백히 정경유착이자 ‘뇌물’”이라며 “박 후보는 해당법인의 임원을 총 사퇴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박 후보를 겨냥,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헌납을 가장해 강탈된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학교법인 영남학원·한국문화재단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며 “각 상임위에서 현안질의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원내대표단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