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캠프 3인 선대본부장의 단일화 방정식

▲ <사진자료=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뉴시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안철수 캠프에서 ‘단일화 함구령’이 풀렸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가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그동안 ‘단일화’ 얘기는 안철수 캠프에서 ‘단일화 보다 급한 것’이 국민이 원해야 된다는 점을 이유를 들어 안으로 삼켰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그러나 박선숙-송호창-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이른바 ‘선대본부장 3인’의 단일화 방정식은 너무나도 엇갈린다. 큰 틀에선 야권단일화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되어 있지만 단일화를 하기 위한 정치개혁의 폭은 서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안철수 캠프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드디어 나왔다. 수면 아래에서 맴돌던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얘기를 점화한 것은 안철수 후보다. 우선적으로 완주 의사를 밝혔던 것. 그 동안 안 캠프 측에선 대선 출마 후 ‘지금은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단일화 얘기를 미뤄왔다.

주변에선 “박선숙·송호창 본부장이 안 캠프에 합류하면서 단일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듯 했지만 김성식 본부장이 합류하면서 단일화 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이 생긴 것 아니냐”며 “단일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선숙-송호창-김성식 본부장들의 ‘단일화 온도차’가 있다는 게 안 캠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안 캠프 3인방의 단일화 방정식에 시각차는 발견되고 있지만 최근 야권단일화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안 캠프에서 단일화에 입을 연 것 외에도 최근 재야·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를 통해 단일화 촉구 움직임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원탁회의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는 두 후보가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후보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주문을 깊이 유념하고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기대를 이해하고 깊이 새겨듣겠다”며 “국민이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주면 대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에 미온적이었던 이전과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는 단일화를 ‘한다, 안한다’는 떠나 단일화 탐색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단일화 필요성을 은연 중 내비쳤다는 것. 이에 대해 외부세력과 문 캠프에선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 반면, 안 캠프의 속내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안 캠프가 어떻게 결론을 내리느냐에 민주통합당측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그 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안 캠프 선대본부장 3인이 단일화에 입장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단일화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럼 박선숙-송호창-김성식 선대본부장은 단일화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송호창, 단일화 강조 정치쇄신만 보여준다면

송호창 본부장이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한 송 본부장은 안 후보 캠프의 유일한 현역의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합류했다.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안 캠프에 합류했던 것이다. 야권단일화가 대선 본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3자 구도’로 가는 시나리오가 송 본부장에게는 탐탁지 않은 구도다.

송 본부장이 안 캠프에 합류한 다음날인 지난 10일 “제 생각으로는 안 후보 역시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 없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반드시 언젠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쪽이라도 없으면 양쪽이 다 죽는 관계이기 때문에 절박하게 이제 서로 공조해야 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서 강력한 통합을 하는 것이 하나로 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발언,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본부장이 단일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안 캠프에서는 한 차례 논란이 있기도 했다. 송 본부장은 지난 21일 단일화와 관련, “민주당과 야권 전체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각자의 리더십과 정책, 국정운영 철학을 충분히 보여주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단일화의) 절차와 과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안 캠프에선 불안 섞인 시선을 보냈다.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송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단일화 과정은 국민이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국민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것이 캠프의 공식 입장”이라며 “송 본부장은 그보다 조금 더 강한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캠프 내에서 송 본부장의 단일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벌써부터 송 본부장이 민주통합당과 안 후보의 단일화 문제를 보다 쉽게 풀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박선숙, 민주당 변화 촉구 단일화 요구 알지만 ‘글쎄’

이에 반해 박선숙 본부장은 단일화에 유동적이다. 민주당을 비롯, 원로그룹 등 정치권 밖에서 불어오는 단일화 압박을 차단하며 시간을 벌고,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정치혁신 의제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본부장은 “안 후보가 출마한 것, 꾸준히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한국 정당체계의 실패를 반증한다”며 “오랫동안 정당을 지지하던 분들이 왜 당 밖의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민주당이 어떻게 하라면서 답을 묻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답은 스스로 내야 하고, 그 답은 낡은 체제와 새로운 체제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에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단일화 논의보다는 민주당의 자기반성을 요구함과 동시에 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박 본부장이 단일화 입장에 유동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대권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권 승리를 위해서는 결국 민주통합당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치 쇄신을 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단일화를 한다면 정권 교체는 물론 야권 단일화가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박 본부장이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바라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다. 그렇게 합치지 못하면 간단한 선거가 아니다”며 “지금 정도의 양자대결 지지율 격차가 과연 그대로 믿을 만한 것인가. 낙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성식, 기성정치 타파 단일화만 있는 것 아니다

박선숙·송호창 본부장과 달리 김성식 본부장은 단일화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쇄신 파동 과정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아 당을 탈당하는 등 줄곧 정치 쇄신을 요구해왔다. 안 캠프로 합류했을 때도 정치 혁신을 요구했고, 기성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연일 쏟아냈다.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못 알아듣는 체하는 거다”고 비판할 정도였던 것이다.
새누리당 쇄신파로서 줄기찬 쇄신을 요구해왔던 김 본부장은 이전과의 행보가 확연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김 본부장이 ‘안철수 신당창당’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의 주변 측근들 사이에서 신당창당설을 ‘실제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손꼽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안철수 입당론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입당론은 목적도 전략도 잘못된 것”이라며 “당리당략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연대, 야권 연합일 뿐 입당 불가 의지는 확고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야권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자의 반 타의 반 가속도가 붙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민 주권 시대를 만들어 가는 미래 지향적인 논의로 발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성정치 세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 이른바 ‘선 야권 연대 후 안철수 신당창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파격적인 정치 쇄신을 한다는 계획이다. 단일화에 적극적인 민주통합당이 친노 2선 후퇴론이 불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김 본부장은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의 열망을 받아 실천하고자 하는 안철수 후보의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김 본부장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주통합당이 공중 분해되지 않은 이상 흡수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치권이 기득권 내려놓기는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권 프레임 자체를 ‘보수 대 중도+진보’로 끌고 가려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 박정희’ 구도를 깨 새로운 정치를 만들려 한다”며 “야권 연대, 야권 연합이라고 표현한 것도 전략적으로 민주통합당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특히 안 후보가 정치 신인으로서 정치 연습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선판을 통해 검증하고 ‘정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따라서 연대→신당창당 등을 통해 안철수의 세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신당창당이 현실화된다면 재보궐 선거 이후부터 후보를 내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계획인 것 같다”며 “이럴 경우 민주통합당 인사들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인사들도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 본부장은 야권 단일화에 대해 반대적 입장을 보이지만 야권 단일화를 해야만 승산이 있다면 야권 연대라는 명칭을 통해 단일화를 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3자 구도를 통해 신당창당 등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그 안에는 기존 정치세력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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