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최악의 생태 대재앙은 서막에 불과”…“이명박근혜 땜시 강이 다 죽었당께요”

[일요서울 | 고동석 기자] 금강 백제보 하류 유역에 집단 폐사된 물고기들이 떠올라 최악의 4대강 환경재앙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강유역 환경청은 독극물 방류로 인한 오염 피해에 무게를 두고 생태 독성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검사 결과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생태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 환경당국이 정확한 피해 실태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수질 상태에 대한 역학조사보다는 폐사된 물고기 수거 작업에만 급급해 사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거센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발해왔던 야권과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의 일방통행이 생태파괴로 결국 환경재앙을 불러왔다”고 성토하고 있다. 금강 유역 충남 민심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로 비판의 불길이 옮겨 붙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이명박근혜’ 때문에 강이 다 죽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떼 죽은 물고기들의 사체들이 썩어 비린내가 진동하는 강물을 따라 출렁이는 금강 유역 충청 민심을 들여다봤다.

충청권의 젖줄인 금강 백제보를 따라 하류로 30km에 걸쳐 지난 17일부터 폐사된 물고기들이 연일 강 하구 쪽으로 떠밀려 내려오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된 지 8일째인 지난 24일 백제보 하류 8km 떨어진 부여대교 아래 강변 일대를 찾아가보니 죽는 물고기를 담은 흰색 포대자루와 쓰레기 봉지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잉어와 붕어를 빼고는 주로 숭어, 누치, 강준치, 끄리, 참마자, 동자개 등 금강 생태를 유지해온 어종들이 대부분이다. 부여대교 아래부터 강변을 따라 100m 정도 걷는 동안 비린내가 진동했고 아직 채 수거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하나같이 입을 벌린 채로 죽어 있었다. 물고기들의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 한 것부터 팔뚝보다 큰 대어들까지 주로 다 자란 성어들이었다. 강변에서 폐사된 물고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던 한 용역업체 인부는 “5km 씩 구역을 나눠 고무보트를 타고 떠오른 물고기를 줍고 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원인불명 환경대재앙의 전주곡”

백제보 상류 1km 지점에서 물고기 집단폐사가 목격된 지 3일만인 지난 19일 부여대교까지 번져갔고 그러던 것이 7일째 접어들면서 하류 30km까지 뻗어 황산대교, 하구언 강경지역까지 사고 구간이 확산되고 있다.

금강 환경청은 21일 백제보에서 부여대교까지 수거한 물고기 수가 3500마리였다고 밝혔다가 23일 기준 대략 1만1300여 마리로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이응주 금강 환경청 수생태관리과장은 “날이 갈수록 죽어 떠오른 물고기들이 많아 수거작업 인원을 40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며 “유역 범위가 워낙 넓어 제대로 수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청은 수거한 폐사 물고기가 독극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금속과 먹는 물 기준 염소와 황산이온 등 18개 독성검사를 실시했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물고기들의 집단 폐사가 백제보 하류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직접적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청은 수질 오염도 없고 용전산소도 정상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내놓을 대책이라고는 단순 수거 작업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거듭 “수질 분석 결과 백제보 인근의 용존산소량(DO)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 백제보 하류 지역에 농도가 19~20일 사이 급등했지만 먹는 물 기준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금강 백제보

“환경청 초동조치 미흡 사태 안일하게 인식”

반면 금강을지키는사람들과 4대강범국민대책위, 민주당4대강특위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17일 백제보 상류와 부여대교 인근에서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5만 마리 이상으로 늘었고 피해 범위도 공주 백제보에서 논산 강경까지 25㎞ 이상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죽은 물고기 대부분이 입을 벌리고 있고 아가미가 선홍빛을 띠는 점을 미뤄 산소부족으로 말미암은 폐사 가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의 인식과 대처가 안이하고 소극적인데다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유진수 상황실장은 “지금 죽어서 떠오르고 있는 물고기들은 주로 바닥층 어종들로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진 것과 직접적인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강물의 흐름이 얕고 빨랐다면 백제보가 들어서고 강폭과 깊이를 늘린 4대강 공사 이후 수면 표층부의 흐름도 느려졌고 바닥층은 고인 호수로 바뀐 생태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실장은 “지난 여름 4대강 녹조 현상과 영산강 물고기 집단 폐사 등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나타났던 것처럼 금강 역시 수심 저층부에 쌓여 있던 녹조로 용존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들이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17일 이후 줄곧 환경청에 수문을 개방하고 수심 1m에 고정해두고 있는 수질측정 장치를 미터 단위로 수심 아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의 김좌관 교수 역시 “보 건설과 준설로 깊은 수심유지와 긴 체류시간 탓에 유입된 유기물질과 녹조류 사체 침강현상이 용이해져서 퇴적층 용존산소 고갈이 발생하게 됐고, 이 때문에 어류폐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사태의 원인을 추정했다.

환경운동연합(환경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2일 기준으로 강변으로 밀려 나와 죽은 물고기도 5만 마리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10만 마리 이상의 성어가 폐사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수의 치어들을 포함하면 금강 물고기 집단 몰살 사고는 4대강 사업이 초래한 최악의 환경 대재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경호 대전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환경청과 부여군이 물고기 수거작업을 하면서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지만 현재로선 4대강 사업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며 “환경부가 무턱대고 부정할 게 아니라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청의 수질 생태 독성 검사가 ‘정상’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선 “금강 유역의 범위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집단 폐사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고기 폐사량까지 축소 발표하는 모습을 볼 때 사태 해결에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 김영환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금강 백제보 상류 약 20km구간에서 22일까지 물고기 수 만 마리가 떼죽음한 것은 환경대재앙의 전주곡”이라며 “정부는 4대강과 관련 없다고 발뺌하지 말고, 전면 조사와 후속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물 따라 출렁이는 대선민심

금강 유역 취재도중에 만난 부여군 석동리에 사는 강재구 씨는 “70년 넘게 여기서 농사짓고 살았지만 이렇게 강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고기들이 죽어나온 것은 처음 본다”며 “백제보 공사 이후 사고가 터진 것을 여기 애들도 아는데 왜 정부는 모른다고 발뺌하는지. 그게 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다”고 언성을 높였다.

강씨는 “부여 사람들뿐만 아니라 강 따라 사는 동네들은 모두 이명박 욕하고 있지. 이번에 물고기 떼죽음 보고 다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밀어붙일 때 눈감아준 박근혜도 한 통속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주보 쪽도 조만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제보 인근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보니 열에 아홉은 모두 4대강 사업 때문에 강이 죽었다고 했다. 물고기 폐사가 확산되는 범위와 속도만큼이나 지역 주민들의 민심도 박 후보가 4대강 사업에 눈감아 줬다고 여기며 하나같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강경읍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재용 씨는 “금강에서 물고기가 집단폐사했는데 아직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게 다 대선에서 불리할까봐 새누리당이 막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쪽 사람들은 원래 새누리당 안 좋아 했는데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을 다 죽여 놨으니 아마도 박근혜 찍을 사람은 없을 거여”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악취로 썩은 금강이 흘러가는 길목마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향한 충남 밑바닥 민심은 불신과 거친 입심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이경호 국장은 “금강에 이어 24~25일엔 구미 낙동강 칠곡보 상류 구간에서 서 누치·쏘가리 등 약 1500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4대강 사업이 빚은 환경 대재앙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가로막힌 강유역마다 악취가 진동하고 녹조로 몸살을 앓고 생태 파괴로 물고기들의 집단폐사가 전국 강물을 따라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가 잇단 물고기 떼죽음이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증폭되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4대강 댐들이 건설된 후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게 뭔지 불길하지 않습니까?”라며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이렇게 두 강에서 연달아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뒤늦게나마 공사 현장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실시해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예방조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추려 드는 정부가 예방조처에 열성을 보일지가 의문”이라고 MB정부를 향해 비꼬듯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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