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구도 ‘OK’ 과거 vs 새로운 정치구도 ‘ NO’?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문재인-안철수 야권 단일화’라는 이벤트가 남아 있어서다. 단일화 성사 여부는 박 후보의 대선 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새누리당의 경우 3자 구도, 1대1 구도로 본선을 치르느냐 하는 점이 최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3자구도, 차선으로는 야권 단일화를 통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본선에 오르길 바라는 눈치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 하에 조심스럽게 내린 결론이다. 새누리당의 복잡한 대선 본선 셈법을 따라가 봤다. 

새누리당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야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판세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朴, ‘3자구도’ 바라지만 현실은 文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 3자 대결에서 박 후보는 42.5%를 기록, 28.5%를 차지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14% 앞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자대결에선 상황이 다르다.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49.4% 기록, 43.9%를 기록한 박 후보에 5.5% 앞섰다.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가 47.2%로, 44.9%를 차지한 문 후보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이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구도를 바라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재인-안철수 ‘갈라먹기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바람은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야권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로그룹에서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고, ‘문재인-안철수’간 단일화 협상을 위한 물밑교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단일화 방식을 놓고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지난 22일 [일요서울]과의 만난 자리에서 “야권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누가 링에 오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안철수-문재인’ 후보 중 누가 본선에 올라오길 바라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를 내심 바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며 “보수층에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박 후보로서는 안 후보가 떨어지면 무당파·보수층까지 안고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문 후보를 견제하는 것 역시 본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 막판 표가 결집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가 링에 오르면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의 ‘공중표(20~30대)’는 그대로 공중분해 될 뿐 아니라 투표율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 개혁 등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20~30대들이 안철수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기존 정치권의 벽에 실망하고 투표장에 찾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김진표ㆍ유시민 후보의 단일화 이후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유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않아 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무당파층이 문 후보보다는 박 후보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 문 후보가 링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색깔론’ 등으로 문 후보를 공격하는 것도, 무당층을 잡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문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야당은 입으로는 정치쇄신을 말하며 오히려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발언했고,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나라를 맡길 수 있겠냐”라고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아이러니하게 문 후보를 바라는 새누리당에서 안 후보에 대한 공세도 취하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당을 욕하면서 정당을 닮은 조직을 만드는 안철수 후보는 위선적이다. 정당을 욕하더니만 어느새 정당을 닮은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라며 안 후보의 정치혁신 방안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심재철 최고위원 등도 합류했다. 안 후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박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정수장학회 사태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갔다. 특히 비공개 여론조사결과 충청권에서는 안 후보에게 3~4%p 밀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PK(부산·경남)+수도권+2040세대 등의 표를 합산했을 때 안 후보와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잠식해 있다.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취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에 대한 공세는 약하다는 평이다. 비정치권인 안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NLL 문제 등 민주통합당에 대한 공격소재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문 후보와 대립구도를 만드는 게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는 게 한 정치전문가의 전언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하게 하는 대신 안 후보에 대한 견제를 약화시킴으로써 무당파층과 중도층을 흡수, 본선에서 문 후보를 만나기만을 내심 기다리고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안 단일후보 되면  ‘안철수 신드롬’ 확산

다시 말해 새누리당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껄끄러워하고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캠프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정치 세력 vs 새로운 정치 세력’간의 구도로 형성되면 잠잠했던 ‘안철수 신드롬’이 확산될 소지가 있다”며 “특히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대거 안 후보에게 합류할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 안 후보로 결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을 탈당해 안 후보에게 합류할 태세다. 민주당 한 의원이 “최소 20여명은 안 후보 측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귀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박 후보로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을 해 봤을 때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가 본선링에 오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런가하면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되길 바라는 박 캠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박 후보의 과거 발언, 문 후보의 친노 2선 후퇴론 등으로 안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렸다. 안 후보의 현재 지지율이 ‘최고치’일 뿐 그 이상 확장성이 없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의 본선행을 바라는 박 캠프 관계자는 “본선에 올라오면 비정치인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최근 보여준 국회의원 의석수를 줄이자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확실하고 공약 내용 등도 아직까지는 허무맹랑하다”며 “본선에서 혹독한 정책 검증 등을 하다보면 안 후보의 실체가 드러나 문 후보보다 더 쉬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으로선 ‘문이냐, 안이냐’를 놓고 내부논쟁 중이다. 링에 올라올 후보가 누구인지 전혀 몰라 전략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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