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구도 ‘OK’ 과거 vs 새로운 정치구도 ‘ NO’?
새누리당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야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판세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朴, ‘3자구도’ 바라지만 현실은 文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 3자 대결에서 박 후보는 42.5%를 기록, 28.5%를 차지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14% 앞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자대결에선 상황이 다르다.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49.4% 기록, 43.9%를 기록한 박 후보에 5.5% 앞섰다.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가 47.2%로, 44.9%를 차지한 문 후보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이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구도를 바라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재인-안철수 ‘갈라먹기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바람은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야권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로그룹에서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고, ‘문재인-안철수’간 단일화 협상을 위한 물밑교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단일화 방식을 놓고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지난 22일 [일요서울]과의 만난 자리에서 “야권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누가 링에 오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안철수-문재인’ 후보 중 누가 본선에 올라오길 바라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를 내심 바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며 “보수층에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박 후보로서는 안 후보가 떨어지면 무당파·보수층까지 안고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문 후보를 견제하는 것 역시 본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 막판 표가 결집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가 링에 오르면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의 ‘공중표(20~30대)’는 그대로 공중분해 될 뿐 아니라 투표율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 개혁 등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20~30대들이 안철수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기존 정치권의 벽에 실망하고 투표장에 찾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김진표ㆍ유시민 후보의 단일화 이후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유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않아 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무당파층이 문 후보보다는 박 후보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 문 후보가 링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색깔론’ 등으로 문 후보를 공격하는 것도, 무당층을 잡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문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야당은 입으로는 정치쇄신을 말하며 오히려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발언했고,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나라를 맡길 수 있겠냐”라고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아이러니하게 문 후보를 바라는 새누리당에서 안 후보에 대한 공세도 취하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당을 욕하면서 정당을 닮은 조직을 만드는 안철수 후보는 위선적이다. 정당을 욕하더니만 어느새 정당을 닮은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라며 안 후보의 정치혁신 방안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심재철 최고위원 등도 합류했다. 안 후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박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정수장학회 사태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갔다. 특히 비공개 여론조사결과 충청권에서는 안 후보에게 3~4%p 밀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PK(부산·경남)+수도권+2040세대 등의 표를 합산했을 때 안 후보와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잠식해 있다.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취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에 대한 공세는 약하다는 평이다. 비정치권인 안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NLL 문제 등 민주통합당에 대한 공격소재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문 후보와 대립구도를 만드는 게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는 게 한 정치전문가의 전언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하게 하는 대신 안 후보에 대한 견제를 약화시킴으로써 무당파층과 중도층을 흡수, 본선에서 문 후보를 만나기만을 내심 기다리고 있다.
안 단일후보 되면 ‘안철수 신드롬’ 확산
다시 말해 새누리당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껄끄러워하고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캠프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정치 세력 vs 새로운 정치 세력’간의 구도로 형성되면 잠잠했던 ‘안철수 신드롬’이 확산될 소지가 있다”며 “특히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대거 안 후보에게 합류할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 안 후보로 결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을 탈당해 안 후보에게 합류할 태세다. 민주당 한 의원이 “최소 20여명은 안 후보 측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귀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박 후보로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을 해 봤을 때 안 후보보다는 문 후보가 본선링에 오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런가하면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되길 바라는 박 캠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박 후보의 과거 발언, 문 후보의 친노 2선 후퇴론 등으로 안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렸다. 안 후보의 현재 지지율이 ‘최고치’일 뿐 그 이상 확장성이 없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의 본선행을 바라는 박 캠프 관계자는 “본선에 올라오면 비정치인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최근 보여준 국회의원 의석수를 줄이자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확실하고 공약 내용 등도 아직까지는 허무맹랑하다”며 “본선에서 혹독한 정책 검증 등을 하다보면 안 후보의 실체가 드러나 문 후보보다 더 쉬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으로선 ‘문이냐, 안이냐’를 놓고 내부논쟁 중이다. 링에 올라올 후보가 누구인지 전혀 몰라 전략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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