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채권·채무사건이 조폭 청부폭력사건 둔갑

경찰이 단순한 채권 채무 관련 사건을 대구 동성로파 조직 폭력배를 동원한 청부 폭력사건으로 몰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피고소인(채권자) 측은 담당 경찰관이 심야 조사에다 고소인(채무자) 쪽 입장을 옹호하는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채권자 측은 특히 조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귀가시키지 않겠다는 경찰관의 강요에 못 이겨 조서에 사인을 했다며 추가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채권자 측이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채무자를 협박한 청부 폭력사건이 분명하다면서 “조폭수사는 대질신문도 조서 재작성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재권자 측은 “부당한 공권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대구 동성로 지역의 피해업소와 연대해 관련 경찰관의 비리 의혹을 모아 조만간 폭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대구에서 식자재 납품업체 D유통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 사장은 미수금 관련 고소 사건으로 지난 2일 밤 9시부터 대구 중부서 형사 3반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음날 새벽 3시 20분까지 계속된 이 조사에서 홍씨는 미수금을 받기 위해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고소인 측을 협박한 혐의를 집중 추궁 받았다.

홍씨는 이와 관련 “식자재 납품 잔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냈고, 저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후배가 채권자 측에 전화를 걸어 잔금 지급을 요구한 것을 조직폭력배 청부 폭력사건으로 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폭사건으로 변질 추가 조사 요구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씨는 당시 대구 동성로 K가요주점에 식자재를 납품했는데, 결제가 5개월 가량 밀리다보니 잔고가 1억 3000여만원으로 불어났다. 홍씨가 K주점 김모 사장에게 잔금 결제를 요구하자, 김 사장은 그해 12월 8일 잔고가 많아 목돈 결제가 어렵다며 7000만원에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홍씨는 “김 사장이 합의하지 않으면 한 푼도 결제하지 않겠다고 반 강요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너무 억울해서 지난 달 8일 김 사장을 상대로 나머지 돈 6천만원을 지불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홍씨의 절친한 후배 김 모씨는 K 가요주점 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순리대로 하면 안 되겠느냐? 소송까지 가지 말고 형님에게 돈을 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주점 김 사장은 ‘김씨가 대구 동성로파 조직 폭력배’라며 ‘홍씨가 이미 합의가 끝난 일을 두고 조폭을 동원해 협박했다’며 지난달 말 홍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홍씨는 이와 관련 “일이 잘 되면 후배에게 술 한 잔 사주기로 한 것 뿐인데, 담당 경찰관은 마치 내가 거금을 대가로 조직폭력배에게 사주한 것처럼 조서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아닌 내용을 맞다고 진술하라고 강요했고 조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안 보내 준다고 해서 진술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않고 사인해줬다”면서 “이런 조사가 처음이라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쪽(고소인)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폭력사건으로 몰려 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이어 “당초 조사는 1일 오후 1시부터 받기로 했었는데, 당일 갑자기 ‘2일 오후 8시에 경찰서로 오라’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고, 다시 2일 7시쯤 ‘검찰청에 들어가야 하니 9시에 오라’고 해서 갔다”면서 “조사도 금방 끝난다고 해 놓고선 새벽까지 붙잡아놓고 강압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싱싱한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항상 새벽3시에 일어나 청과물시장에서 새벽장을 보기 때문에 전날 새벽에 일어나 잠도 못 자고 피곤한 상태였다”면서 “맑은 정신에 다시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추가 진술을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추가 진술이 안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홍씨의 지인 A씨는 이와 관련 “사건이 안 되는 것을 청탁을 받아 진실과 다르게 조직 폭력배사건으로 만들려 한다”면서 “전화 한 통화 한 것뿐인데 이를 부풀려 돈을 떼먹고 김씨를 구속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담당 경찰관인 대구 중부 경찰서 형사 3반 김 모 경사는 “홍씨가 돈을 받기 위해 김씨 등 동성로파 조직폭력배 2명에게 청탁을 했고 이들이 고소인을 협박했다”고 밝혔다.

김 경사는 “홍씨가 김 사장으로부터 미수금을 모두 지급 받았다는 확인서까지 제출받았다”면서 “그런데도 홍씨는 금액을 높게 책정해서 느닷없이 1억3000만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동성로파 조폭을 동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는 김사장에게 1차례 전화를 걸어 ‘홍씨 친구인데 해결 좀 해라. 이 XX야’라며 분명히 위협을 가했고, 하수인을 두 차례 보내 김 사장을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김 경사는 이어 “밤에 조사를 시작한 것은 그 날이 당직이라서 그랬고, 조폭 수사를 하다 보니 조사 시간이 길어진 것 뿐”이라며 “홍씨가 ‘김씨가 조폭이 아니고 대가로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자꾸 부인하는 바람에 거듭 추궁했다”고 말했다.


경찰 측 “거액 대가로 조폭 동원 고소인 협박”

김 경사는 “조사를 다 받은 후 불리하다고 판단되니깐 추가조사를 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자꾸 유도신문과 추궁을 했다고 하는데 원래 조폭 수사는 대질신문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씨에게 ‘최소한 2, 3000만원 대가를 주기로 한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면서 “술 한잔 받아줄 생각이었다는 홍씨의 주장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김 경사는 지난해에도 모 음식점 체인본부 사무실에서 일어난 다툼을 집단폭행으로 몰아 고소인에게 합의금 500만원을 요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김 경사가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과 친분이 있는 동성로 모 클럽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을 다른 업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몰아 이 업소가 영업정지와 벌금을 받게 했다”면서 “업소 주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문 감사실에 민원을 냈고 현재 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대구 동성로 모 클럽에서 폭행 사고가 발생해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은 출동도 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동성로 지역 피해 업소 주인들과 연대해 경찰관 비리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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