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온라인 정치공작 대선 여론 비방戰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의혹으로 제기되던 이른바십알단이 트위터 상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십알단이라는 단어를 치면십알단 목사’, ‘십알단 검색기’, ‘십알단 색출기’, ‘십알단 논객등 다양한 형태의 파생어들이 나열된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알려진 십알단의 뜻은 다름 아닌 십자군 알바단의 줄임말. 이들은 보수적인 종교인과 논객,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팬클럽 회원들로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상대 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방 여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NS상에서 키워드 기반 실시간 소셜 검색 순위를 매기는 소셜메트릭스가 집계한 십알단 관련 트윗만 34000여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십알단의 활동과 실체를 추적해봤다. 

▲ <사진출처=박사모 홈페이지>
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십알단들은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헐뜯는 글(트윗)이 올라오면 기계적으로 재전송(리트윗)하는 박근혜 후보 서포터스 트위터들이다. 이중 트위터로 자칭 십알단 총수로 알려진 윤 모 목사는 지난 9월말 트위터에 트윗 한번만 RT(재전송) 하셔도 십알단 단원이 되십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계를 선물로 드릴 예정입니다10만 십알단 모집 공고를 내기도 했다.

십알단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선 애국 보수 트위터리안으로 자발적인 행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십알단이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당을 받고 운영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당 7만 원 정도 받는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십알단을 색출하라 

십알단의 공격적인 온라인 활동은 불붙고 있는 대선 정치여론전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25일 새벽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캠프 공식 트위터 계정이 정지당해 이날 오전 8시에 긴급 복구되는 소동을 빚었다.

국민행복캠프는 이날 트위터(@at_pgh)최근 나꼼수에서 시작된 트위터 알바리스트사건으로 계정 정지가 많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희 공식 트위터 계정의 정지 이유도 그로 인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공지했다.

캠프 측은온라인 상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방이나 욕설이 아니라면 누구나 본인의 의견을 낼 수 있고 그것이 존중되는 건강한 소통의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와 국민행복캠프를 사랑하는 네티즌 여러분들은 이런 방법으로 타인의 의사표현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이, 나와 다른 의견도 포용할 수 있는 건전한 SNS 문화를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캠프 측이 지적한 '트위터 알바리스트' 사건은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지난 926'봉주 21회 십자군 알바단(이하 십알단)과 터널 디도스 편'에서 새누리당이 SNS여론 조작의 직접적인 배후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나꼼수는 방송을 통해 새누리당 공보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특정 트위터리안이 트윗글을 올리면 이를 리트윗하는 아르바이트 계정들이 바로 십알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꼼수 팬으로 추정되는 트위터리안이 924일 밤 11시께 국민행복캠프 공식 계정에 십알단 중간책급이라며 계정폭파하자고 선동하는 트윗글을 남겼다. 이후 이 계정에 대해 집단 공격이 이뤄졌고, 결국 통제불능의 먹통이 돼버린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행복캠프 한 SNS 관계자는 나꼼수가 십알단 리스트를 공개했고 그중 하나로 캠프 공식 계정이 포함돼 정지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런 공격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십알단의 정체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SNS에서 자연발생적인 의사표현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조직화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나꼼수 측은 봉주 21회 편에서 350여 명에 달하는 십알단 1차 리스트를 공개했다. 한 파워블로그는 “SNS 강의로 얼굴을 알린 구창환 씨가 새누리당 소셜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많을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SNS 여론조작용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파장을 트위터와 온라인 전체로 논란이 확대됐다. 

박사모의 사이버전사대 

박근혜 후보 정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는어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시고 많은 회원님들께서 SNS 투윗터 교육을 받으시여 투윗터 전사들이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1219 그날의 승리를 반듯이 이루낼 겁니다. 화이팅!!!”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된 적이 있다.

박사모는 지난 7월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카페를 통해 사이버전사 육성 교육이라는 공지를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이 공지사항에는 말로만 하는 강의식 교육이 아닌 진짜컴퓨터로 드리는 최강 기회라며 지금까지는 청중을 모아놓고 프로젝트를 사용해 말로만 트위터 교육 등 SNS 교육을 실시했지만 이제는 넓은 사무실에 30여대 이상의 컴퓨터와 기타 장비를 설치하고 직접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여러분을 진짜 트위터도사로 만들어 드릴 수 있게 됐다 공지했다.

 사모 측이 사이버전사육성하는 교육과정이라며 게재해놓은 사진들 속에는 언뜻봐도 PC방 같은 곳에서 50~60대로 보이는 노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SNS에 글을 올리고 퍼뜨리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었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마치면 박사모 정광용 회장 이름으로 사이버 전사대특별대원 임명장이 수여된다.

지난달 30일 취재 도중 만난 박사모 회원은 나꼼수가 십알단 리스트를 공개한 이후 트위터에서 활동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오히려 홍보효과가 있어서 박근혜 후보의 1219승리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트위터들을 결집시키고 있다팔로워 수가 1만명이 넘는 박사모 회원들이 이젠 5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박사모 측은 팔로워 수가 1000명이 넘을 경우 천호장’, 1만 명이 넘으면 만호장으로 부르고 있다. 박사모의 사이버전사로 활동 중인 K(65)종북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다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으려면 박근혜 후보가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좌빨들이 다시 활개치는 세상을 두 눈 뜨고 보지않으려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이들 박사모 사이버전사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일은 트위터에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거나, 재전송 또는 비판적인 보도를 링크해서 올리는 것이다. 또 언론매체 사이트를 서핑하면서 보도된 기사에다 악의적인 댓글을 올리는 것이 주된 활동들이다.

내부적으로는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를 따라 홍보성 트윗이나 보도 링크를 올리거나 재전송을 전담하는 팀도 있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보수논객들이나 기사 내용 일부를 무조건적으로 무한RT’ 한다고 했다. 

십알단의 네가지 원칙 

십알단 총수라는 윤 목사가 주도했던 또 다른 트위터 부대의 활동 내용도 박사모 사이버전사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넷 아이디 ‘kt***’에 따르면 십알단의 활동 역시 안철수-문재인 네거티브 트윗은 반드시 무한 RT 박근혜 후보 측이 주장은 무조건 진실 진보와 야당 관련 글은 종북 좌파, 빨갱이로 매도 보수우익 논객들의 글은 반드시 무한RT 등의 철저한 원칙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십알단이 올리는 비방전의 특징은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고, 두 후보의 분열을 조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특히 야권단일화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주장이나 반박, 해명 등을 진실이라고 두둔한다. 트위터에서 야권 후보들을 지지하는 글을 쓰거나 올리면 바로 종북 세력’, ‘좌파’, ‘입진보’, ‘빨갱이라고 몰아붙인다.

단적인 예로 보수 논객들의 글은 십알단이 반기는 재전송 소스로 꼽힌다. 그중 한 사람인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씨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십알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3민통(민주통합당)이 이해찬, 박지원 사퇴론 꺼내든 건, 안철수의 꽃뱀정치에 말린 격이며 민통의 현역들이 대권보다는 야권의 패권투쟁에 더 관심이 많다는 증거라며 한 뉴스사이트 보도를 링크해 트위터에 올렸다. 이 트윗 역시 수백 명의 십알단에 의해 전파됐다.

십알단 중 일부는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공격을 퍼붓거나 트위터 상에서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막말과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악의적인 온라인 스토킹에 상대 계정을 차단하면 다시 새로운 계정으로 등장해 결국 트윗 활동을 중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박사모 사이버전사대와 십알단이 같은 조직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활동 내용상으로는 딱히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보 중심으로 야권 성향이 강해 열세를 보였던 SNS상의 정치여론 전에서 대항력을 갖췄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의 평가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진보와 야권의 논리에 빠져 있던 트위터와 포털 토론방에서 십알단의 활동으로 보수진영의 주장과 그간 왜곡돼 왔던 것들이 어느 정도 균형감을 잡아가고 있다“SNS상에서 젊은 보수들의 의견이 늘어나고 트위터 활동에 참여하는 노년층들이 많아질수록 대선 여론전에서 박 후보가 밀리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십알단이 일당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과 보수 단체들이 SNS 여론을 조작해보려는 의도 자체는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결국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소셜네트워크 전문가는 최근 트위터를 들여다보면 대선 여론전의 각축장으로 변질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자연발생적인 의견을 두고 논쟁과 공방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선거에 이기기 위한 도구로 여론 생태계까지 인위적으로 파괴시키는 것은 결국 SNS를 외면하는 2차 피해를 낳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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