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음란물’ 누구 책임인가?
정보통신부는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해외 서버를 두고 있는 음란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음란 사이트들이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는 등 정통부의 조치를 비웃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우회접속까지 차단하면 음란사이트들은 서버를 교체하는 방법까지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음란물 등 불법 유해정보 차단 대책을 발표했다. 해외 불법·음란사이트 215개에 대한 국내 네티즌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또 오는 7월부터는 도메인 네임 서버(DNS)와 프락시 서버 변경 등 우회접속까지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지난달부터 불법 유해정보 신고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불법 유해정보신고센터의 일반 전화를 특수번호인 ‘1377’로 변경했다.

음란물과 허위 정보 등을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정통부의 방안을 보면 오는 7월까지 도메인 이름을 인터넷 공급 업체가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200여개의 해외 음란사이트 접속을 막을 방침이다. 우회접속차단과 도메인 하위 디렉토리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파일 위치 주소(URL) 차단 방식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또 정통부는 오는 7월부터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해외불법 사이트에 대한 장관의 차단 명령이 강제성을 띠게 되면서 음란물 차단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선별, 주요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차단토록 권고한 200여개의 사이트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란사이트 차단은 ‘사후약방문’

인터넷 전문가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음란사이트의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법으로 해외 서버 운영자를 처벌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파일 위치 차단 방식은 해당 하위 메뉴의 이름을 관리자가 직접 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새로 생기는 사이트나 디렉토리의 이름을 바꾸는 형태로 서비스를 하면 원천적으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란 사이트들이 서버 자체를 바꾸면 정부의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은 음란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사이트 도메인을 확인, 차단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기존 음란 사이트들이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바꾸고 새로운 둥지를 틀면 정부가 둥지를 찾아 차단할 때까지 네티즌들의 접속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음란물 차단 단체들의 모니터링도 한계가 있다.

음란사이트 모니터링이 대부분 도메인 이름의 성격으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사이트 콘텐츠 분석은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저촉될 우려가 높다. 음란 사이트 운영자들이 평범한 사이트로 위장하거나 주요 콘텐츠의 표기를 영문으로 운영, 기존 이용자들의 접속을 유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가 차단 중인 음란사이트의 대부분은 한글로 된 해외 음란사이트들이다. 게릴라 음란 사이트라고 불리는 일부 소규모 사이트들의 운영을 사전에 막을 수 없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음란 사이트 및 카페를 운영한 혐의로 김모씨(36) 등 4명을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변태적인 사진을 게시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 1200여 명에게 가입비를 받은 혐의다. 유해 사이트가 2년이 넘도록 정부의 사각지대에서 버젓이 운영된 셈이다.


새로운 인터넷 아이디 체계 필수

일부 음란 사이트들은 정부의 방침을 반대하는 운동까지 벌이면서 네티즌들의 접속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사이트들은 포털 사이트를 표방하면서 서버 내에 카페와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 상당수의 회원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사후약방문식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모씨(31·서울 관악구)는 “일부 유명한 불법 한글 음란 사이트의 접속이 차단된 후에도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접속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전문가들은 새로운 인터넷 아이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음란사이트 접속 차단은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이들 접속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공급업체 관계자는 “국내 포털 사이트에 대한 음란물 모니터링에도 불구, 최근 음란물이 버젓이 게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모니터링의 한계를 탈피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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