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 봉수교회 자금 지원 논란 >>

통일부가 북한 평양 봉수교회 재건축 자금 중 일부를 지원한 것으로 지난 5월23일 뒤늦게 확인됐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중인 봉수교회 사업비 명목으로 3억 8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봉수교회는 국내 기독교계에서 ‘가짜 교회’ 논란을 일으킨 북한 교회로 김일성이 직접 건축을 지시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독교계 내에서는 봉수교회에 대해 ‘가짜 교회’라는 시각과 사회적 차이로 괴리가 있을 뿐 엄연한 ‘북한식 교회’라는 시각이 충돌해왔다.
이와 관련, 지난 2006년 서경석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인권위원장)는 “봉수교회는 조선그리스도교 연맹(조그련)에 소속돼 있는 조선노동당의 대남 통일전략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봉수교회임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수억원대의 재건축 지원금을 은밀히 지원한 것이다.
또 통일부는 지난 2005년 천태종이 추진한 개성의 영통사 복원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금강산 신계사 재건축 사업에도 수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를 어떤 과정을 통해 지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초 봉수교회 재건축 지원은 국내 기독교 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에서 추진하는 40억원대 사업이었다. 여기에 통일부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 내막은 과연 무엇일까.


예장통합은 지난 2004년부터 조그련에 봉수교회의 신축을 타진했다. 이어 조그련은 지난 2005년 5월 예장통합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관계자를 초청, 첫 회의를 가지기에 이르렀다.

조그련은 ‘봉수교회의 완전철거와 신축’을 요구하는 예장통합 남선교회 전국연합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같은 해 9월 4차 회의를 거친 끝에 ‘완전철거와 신축’에 합의했다. 이렇게 시작된 봉수교회 재건축 사업은 오는 8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장통합측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역사적인 일이 이뤄졌다”며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껍데기뿐인 봉수교회를 재건축하는 것이 돈 낭비인 것은 차치하고 그것이 오히려 김정일의 종교탄압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목사에 따르면 봉수교회 자체는 진짜교회라 할지라도 이 교회의 교인은 가짜라는 것이다. 봉수교회의 가짜 목사와 가짜 신도들은 김일성 종합대학 종교학과 등을 나온 조선노동당의 대남(對南)사업 요원들로 대남선전(宣傳)을 위해 당에서 파견된 근무자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서 목사의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북한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봉수교회에서는 예배 전후 ‘가짜교인’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사상정화(淨化)교육시간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봉수교회의 목사와 교인들로 위장한 대남요원들은 예배 전후 철저한 자기비판을 통해 정신을 재무장한다. 교육 내용은 주로 진정한 아버지는 김일성 김정일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이 요원들을 봉수교회로 파견, ‘예배연극’을 벌이는 까닭은 바로 교회에서 나오는 막대한 ‘달러’ 지원금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봉수교회가 남한의 교회에서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액수의 헌금을 쓸어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정은 기독교뿐 아니라 북한의 불교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사찰 역시 승려가 있긴 하지만 염불을 외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목탁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는 가짜 승려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처럼 제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북한 종교시설에 대해 거액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통일부가 대북 민간 교류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퍼주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봉수교회 재건축 사업은 진행 초기단계부터 ‘가짜교회’ 논란에 휩싸이는 등 마찰음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이렇다 할 공식적인 설명도 없이 4억원에 가까운 재건축 비용을 지원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가 이처럼 기독교와 불교 등 남한 종교단체들의 대북 교류 사업을 위해 수억원씩 지원해 주면서도 그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일부 남북사회문화교류본부 문화교류팀의 나중출 사무관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어떤 단체에 얼마를 지원했다하는 부분은 쉽게 밝히기 힘든 부분”이라며 “다만 아무렇게나 지원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고 민간단체 또는 종교단체에서 대북 사업과 관련, 지원금 요청이 들어오면 내부심사와 외부관계기관의 의견을 수용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 사무관은 통일부의 봉수교회 재건축사업 지원에 대해 “우리가 재건축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준 것은 사실”이라며 “예장통합 측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해 통일부는 민간단체교류사업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 사무관은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어 나 사무관은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복원 사업과 천태종의 개성 영통사 복원 사업에 지원된 금액에 대해서도 “관계 법상에는 필요한 비용의 최대 5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심사단계에서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금액을 책정해 지원해 줬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기 힘들다”고 말해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한편 봉수교회는 강영섭 목사가 조그련 위원장으로 부임한 1988년 10월 지어졌으며, 담임 손효순 목사외 교역자 30여명, 장로 8명, 집사 20여명을 포함해 300여명의 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지어지는 봉수교회는 예배당 600평과 교육관 600평 등 모두 1200평으로 지어진다. 예배당은 3층 규모로 1층에는 접견실 교회사무실 담임목사실 성가대실 동시통역실 등이 들어선다. 2층은 950석, 3층은 250석의 예배실로 사용된다.


#봉수교회는…?

북한의 대표적 그리스도교 교회인 봉수교회는 1988년 9월 북한 정권이 수립된 후 최초로 세워졌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건국동(옛 봉수동) 보통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2135평의 부지에 1,2층 규모의 450석 좌석이 있는 본건물과 부속건물이 있다.

부지는 북한 당국이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북한 돈으로 약 50만원(건립 당시의 환율로 환산하여 약 25만 달러)이 든 것으로 알려진 건설비는 전
국의 교인들이 낸 헌금과 해외의 기독교 단체와 교회에서 보내온 지원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1988년 11월 6일에 첫 예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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