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는 양날의 칼” 단일화 과정서 치명적 덫에 걸릴 수도

▲ 지난 6일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오병호 프리랜서 기자] 安이 文에 흡수될 가능성 낮아 문 캠프 위험한 도박
단일화 합의 미공개 플랜 여권 “대권 잡으면 권력 나눠먹기 할 것” 

대선을 앞두고 최대의 관심사는 단연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무수한 추측이 나돌았다. 일부에서는 단일화는 결국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적지 않았다. 안 후보와 문 후보는 지난 6일 단일화 논의를 위해 1:1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논의 직후 단일화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을 비롯한 재계와 관가 등에서는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단일화 논의를 달리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단일화가 투표로 진행될 경우 문 후보 보다 안 후보가 유리하며 지금까지 분위기나 지지율을 감안할 때 안 후보로 단일화가 진행돼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야권에서도 이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에 대비한 방법론이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박 후보를 꺾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과 함께 안 후보의 지지층 상당부분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일화 논의가 블랙홀처럼 모든 정치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문 후보로 단일화 되느냐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을 코앞에 남겨놓고 다시 한 번 정치권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년 중임제 개헌, 국민참여 경선 법제화,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 등 굵직한 정치개혁안을 들고 나왔지만 단일화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를 비판하는 인사들은 안철수 현상을 정당정치의 진화과정으로 치부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정말 정치를 바꿔야 하겠다면 1~2년 전에 미리 나와서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안 후보가 어떻게 자라왔고 그의 철학이 과연 무엇인지,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정말 갖추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칫 안 후보가 단일화에서 실패하거나 대권에서 실패할 경우, 정치열망을 갈구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좌절과 실망을 안겨 줄 뿐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를 두고 “문 후보는 정통야당인 민주당의 후보로서 어려운 경선과정을 거쳐 대권후보로 선출되었으나 안 후보는 ‘무임승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무시할 수 없는 여론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는 낡은 정치, 구태정치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 만큼 크기 때문이다.

주도권 잡기 나선 안 후보

이번 단일화를 위한 만남은 안 후보의 광주 전남대 초청강연에서 전격 제안했으며 문 후보가 흔쾌히 화답함으로써 성사되었다. 즉 안 후보가 호남의 상징인 광주, 그것도 전남대학교의 강연에서 단일화 만남을 전격 제안 한 것이다. 안 후보가 광주의 정치적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다면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 2002년 3월 29일(대통령 경선)을 상기해 보면 안 후보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당시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선 1위를 했고 광주를 토대 삼아 노 전 대통령은 야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됐다. 이어 당시 여당 후보인 이회창 전 총재를 물리치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에게 이렇게 제안 드린다. 각자 공약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방식과 형식만 따지면 진정성도 없고 감동도 사라지고 1+1 이 2가 되기도 어렵다. 문 후보와 만나서 서로의 가치를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 고 제안한 뒤   “1+1 이 3이 되려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했으면 좋겠다. 기득권세력을 이길 수 있고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며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 며 단일화 3원칙도 제시했다.
이에 안 후보의 회담 제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일단 안 후보가 선수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 측의 전격적인 단일화 만남 제의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 측이 이런 점을 치밀하게 계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 측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안 후보는 “야권이 먼저 정치개혁에 대한 선언을 해야한다”며 “그것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고 국민에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정치쇄신변화가 정권교체의 시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지난 시기 개혁의 실패에 대한 분명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개혁의 구호는 있었으나 결과는 검찰·재벌공화국에 극심한 양극화를 못 막았다”며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으며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뼈를 깎는 각오와 약속이 필요하다”고 안 후보는 강조했다.

이 대목은 노무현 정권에서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했던 문재인과 민주당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한 대목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안 후보는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윗’ 에 비유하면서 “다윗이 골리앗 이겼듯이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고 자신의 출마선언 이후 박 후보의 대세론이 깨지고 승리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점을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한 가지로 꼽았다. 즉, 자신으로 단일화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안개 속에 가려진 두 캠프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갑자기 단일화 제안을 하면서 치고 나선 것에 대해 다소 약간 의아해 하는 분위기이다.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시간이 더 흘러 갈 경우 문 후보 측에서 단일화를 공식 제안할 것이고 안 후보는 지지도가 빠지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에 대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단일화 주도권을 문 후보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정체되어 있는 지지도의 확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단 두 후보가 만나 7가지 큰 틀에 합의를 하였으나 양 캠프는 대화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단일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니 이제 남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라는 숙제다. 일단 이 고개를 넘고 나면 정치 가치와 철학을 함께하는 정치세력이 어떤 정치결사체 형태를 띨 것이며 공동정부는 어떤 형태일 것인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과연 누구로 단일화가 이뤄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또 두 사람이 나눈 회담 내용이다.

먼저 단일화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들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며 안 후보의 조건 조율만이 남아 있다는 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적 논리에서 보면 정당을 대표해 출마한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것이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그리고 수학적 논리로 보면 안 후보로 단일화 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안 후보가 기득권층이 주도하는 정치와 구태가 만연한 정당주도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일화에 있어 정당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안 후보의 입장을 잘 드러낸다.

또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안 후보와 문 후보의 경쟁력도 안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비춰보면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유리한 쪽은 안 후보다. 여기에 안 후보 지지율이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려온 점도 같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국민은 안 후보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진심의 정치’를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고 있는 안철수 정치, 캠프이름도 ‘진심캠프’다. 대선구호는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이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며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수처를 신설 하겠다는 등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두 후보 무슨 대화 나눴나

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정치의 불신과 잠재된 욕구의 표출이 안철수 현상을 초래 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당들의 잘못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안철수 신드롬을 낳은 것이다. 안 후보는 정치 시작한 지 3달 만에 당당히 정치권의 신데렐라로 등장했고 여타 대권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7개 합의문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회담이후 발표한 합의문을 살펴보면 안 후보와 문 후보가 기존에 강조했던 철학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하다. 원론적인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며 “한 시간 반 동안 두 사람이 원론적인 부분을 논의했을 리는 없어 보인다. 아마도 두 사람은 정권재창출 방법과 권력 분배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발표한 7개항 합의문에 대한 논의였다면 3자 배석 없이 비공개 회담이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일각에서는 단일화를 활발히 논의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단일화 합의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당 대표가 무소속과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가 추진되는 것은 매우 성사되기 힘들다. 이에 안 후보의 지지율을 볼 때 세 후보 모두 박빙인 상황에 안 후보가 민주당으로 쉽게 통합되려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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