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사건 파문 <1>
김승연의 두얼굴
‘김승연 별동대’ 실체 추적


지난 3월 중순부터 서울 강남과 강북 유흥업계에 나돌던 ‘북창동 괴담’이 루머가 아닌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이 바로 그 소문의 진상이었던 것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동원(22)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그곳에 놀러온 북창동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시비가 붙어 눈언저리에 부상을 입었고, 김 회장이 둘째 아들을 폭행한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보복성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한낱 ‘아이들 싸움’으로 끝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으나, ‘큰 어른’이 끼여들면서 ‘대형사건’으로 증폭시킨 꼴이 됐다. ‘큰 어른’ 김 회장은 둘째 아들의 복수를 위해 직접 나서서 서울 강남·북의 대표적인 유흥지역에 ‘어깨’를 풀었다. 김 회장이 푼 ‘어깨’는 바로 ‘김 회장의 친위 별동대’였던 셈이다.
본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회장님의 별동대’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이번 사건이 터진 지 50여일 지나 세상에 그 실상이 한 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김 회장이 직접 폭행을 지시했는지 그리고 ‘몸소’ 폭행에 가담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상대로 한화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심야에 서울 강남북 유흥업소를 누비면
서 피의 보복을 자행했던 ‘김 회장의 행동대원들’에 대한 궁금증도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지면서 경찰과 유흥가에서는 보복 폭행 가담자들에 대한 갖가지 루머가 나돌고 있다.

당시 보복 폭행에 직접 나섰던 행동대원들은 2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김 회장의 개인 경호요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소한 15명 이상은 ‘김 회장의 별동대’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얼굴 없는 별동대’의 정체는 무엇일까. 감히 회장님 차남의 ‘용안’에 상처를 낸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찾아내 폭행을 가했던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온 누구였을까.


‘목포 조직폭력배’ 연루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말부터 나름대로 근거를 둔 각종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런 추측성 루머 가운데 하나는 보복 폭행을 가했던 이들 가운데는 조직폭력배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했던 종업원들과 당시 폭행 현장에 있었던 업소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행을 가했던 이들 가운데 적어도 3명 이상은 조폭처럼 보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들은 “(김 회장의) 경호원들의 옷 사이로 생선회칼이 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옷 사이로 언뜻 생선회칼이 보여 공포에 떨었다”는 게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중론이기도 하다.

이들이 진술한 ‘조폭 의심자들’은 모두 50대 이상으로 조폭계에서 은퇴한 사람들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들 ‘조폭 의심자들’은 사건 당일 유흥업소에 고용됐던 한 조폭 출신 종업원과 ‘조폭계의 족보’를 따지기도 했다는 것.

폭행이 난무하던 바로 그 현장에서 조폭 족보상 누가 우위인지를 가리고, 누가 ‘형님’이고 누가 ‘동생’인지를 따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셈이다.

이와 관련, 경찰 주변과 유흥업소 일각에서는 이들 ‘조폭 의심자들’은 전남 목포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전남 목포 지역을 주 활동무대로 삼고 있지만, 그날의 ‘거사’를 위해 서울로 급히 ‘원정’을 왔다는 주장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주변에서는 “조폭이 보복폭행에 가담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으나, 경찰 수뇌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론 가타부타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추어 복싱선수 출신’ 가담설
‘회장님 별동대’의 실체와 관련한 또 하나의 추측은 당시 보복 폭행에 가담했던 이들 가운데는 아마추어 복싱선수 출신들이 몇몇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정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복싱 애호가’인 김 회장이 맺은 복싱계와의 인연과 무관치 않다.

김 회장은 학생시절부터 복싱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런 까닭에 지난 1982년 3월부터 1997년 4월까지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을 역임했고, 비슷한 시기인 1982년 11월부터 1998년 11월까지는 국제아마복싱연맹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복싱 선수 출신 가담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번 사건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화 측도 당연히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이 같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개입한 폭행 가담자들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한화 협력업체가 해결사 역할
MBC 보도에 따르면, 한화의 한 협력업체 사장 김모씨는 사건 당일(8일) 자신의 회사 직원들과 함께 김 회장 일행을 동행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협력업체 김 사장은 “사건 당일 밤 김 회장의 비서실장과 전화 통화는 했지만,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회사는 한화 협력업체로서 최근에 한화가 발주한 대형공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설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철거 작업 등에 깊숙이 개입해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력업체 사장의 범행사실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들이 이번 사건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한화 협력업체 김 사장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건 당일 보복폭행이 벌어졌던 서울 청담동과 청계산, 북창동 등 현장 3곳을 모두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김 사장이 자신의 직원들을 데리고 김 회장 일행과 합류해 ‘별동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4월 말에 종적을 감춘 상황이어서 현재 경찰은 그의 행방을 뒤쫓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당시 폭행에 가담했던 이 회사 직원들에 대한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회장님 별동대’의 구체적인 실체는 경찰의 수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경찰은 이번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따가운 여론과 함께 대기업 총수를 봐주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찰이 과연 이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을지에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대형 피의 혈전’ 될 뻔했다

지난 3월 9일 새벽에 발생했던 이번 한화 보복폭행 사건이 자칫하면 ‘초대형 폭력사태’로 번질 뻔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북창동 유흥가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 일행이 ‘보복폭행’을 가한 후 유유히 북창동을 떠난 다음 또 한 무리의 10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어디야, 어디’ 하면서 김 회장 일행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물론 ‘청년들’은 북창동 업소에서 폭행을 가하고 사라진 이들이 김 회장 일행이란 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 청년들은 또 누구였을까.

유흥업계에는 아직도 조폭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그날 폭행사건이 발생하자 사고가 난 업소에서인지 다른 곳에서인지 북창동을 ‘관리’하는 조직에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북창동 관리 ‘조직원’들이 김 회장 일행에게 ‘제2의 보복폭행’을 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북창동을 관리하는 조직의 실체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김 회장 일행이 거사를 마친 다음에 이 청년들이 나타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피의 혈전’이 서울시청 바로 앞에서 벌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 윤지환 기자
김대현 기자
박혁진 기자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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