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윤상림 사건 법조 브로커 H씨 충격폭로
지난 2005년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던 윤상림 사건 당시 여자프로골퍼 K모씨의 아버지와 함께 수면위로 떠올랐던 거물급 법조 브로커 H씨. 그가 최근 그동안 무겁게 닫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H씨는 언론사를 비롯한 증권시장, 대기업 등에 유포되는 속칭 ‘정보지’에도 등장한 바 있는 인물로, 말하자면 그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지하세계’의 유명인사다.
놀라운 것은 정재계 실력자 가운데 그와 친분을 맺고 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내 5대 일간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조차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그의 인적사항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그를 만나본 이들은 하나같이 그에 대해 ‘매우 대단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상림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한 관계자조차 “그는 허풍만 치는 윤상림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전관예우, 법조 브로커 등 사법부의 부정부패 실태는 윤상림, 김재록 사건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법조 브로커들의 은밀한 활동 실태에 대해 거물급 브로커가 언론에 직접 증언하고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부터 그가 증언하는 법조 브로커의 충격적인 실태에 대해 들어 보자.



“우리나라 법조계는 권력형 비리양산 세력과 매우 오래전부터 결탁해 왔다. 때문에 법조 브로커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정권의 실권자가 섣불리 이를 제거하려들면 심각한 사회혼란이 초래된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나라 법조 브로커는 없어지기 힘들다. 사회 고위층이 법조 브로커들의 주요 고객들이라고 보면 된다.”

H씨는 법조 브로커의 실체에 대해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법조 브로커들은 변호사들과 함께 팀을 이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브로커 팀에는 법조인, 검·경 관계자, 조폭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변호사들이 연루된 강력 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게 H씨의 설명이다.


검은 커넥션 위한 지하밀실 마련

H씨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아무 변호사들과 함께 일을 하지는 않는다. 검찰 고위직에 몸담았던 전관 변호사들과 주로 결탁한다.

브로커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재영입이다.

사법부의 한 인사가 조만간 사표를 낼 계획이라는 정보를 누가 빨리 입수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이같은 정보가 입수되면 발 빠르게 그에게 접근해 변호사 사무실 개업 지원과 더불어 큰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파트너 십을 제안한다고.

H씨는 “거물급 브로커일수록 검찰 고위급 인사였던 전관 변호사들을 많이 포섭하고 있다”며 “사법부는 전관에 특혜가 없다고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변호사 개업은 곧 내일의 그들 모습일 수 있다. 때문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변호사 개업한 뒤 찾아와 부탁하면 안 먹힐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그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검은 뒷거래를 위한 접대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간은 룸살롱 지하밀실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제공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조폭들이라고 H씨는 전했다.

H씨는 “내가 잘 아는 B씨는 서초동 부근 N룸살롱에 밀실을 따로 두고 있다”며 “그 밀실에서 B변호사와 검은 거래를 맺은 사람은 수없이 많다.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 미녀들과 육체의 향연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정치인 J씨와 서울 유명병원 의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밀실은 B씨의 조폭 파트너가 마련해 준 것으로 완전 방음에 초호화 인테리어를 자랑한다”며 “안에는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방과 간단한 샤워시설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 지도층 섹스비디오 보관

충격적인 H씨의 증언은 이어졌다.

그는 “B씨는 나중에 이들이 말을 바꿀 때를 대비해 밀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 섹스비디오까지 찍어 놨다”며 “일전에 그의 사무실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잠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보관하고 있는 동영상이 17편정도 된다고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B씨가 누구인지는 절대 밝힐 수 없다면서 다만 B씨는 변호사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변호활동은 하지 않는 인물이라고만 말했다.

H씨의 이 이야기가 전혀 신빙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심재륜 전고검장에 따르면 조직폭력배 대부 A씨는 미리 마련해둔 룸살롱 밀실로 자신이 매수하려는 인사들을 유인, 금품을 전달하는 뒷거래 장면과 섹스 비디오를 몰래 찍어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자신의 죄를 덮었다.

H씨에 따르면 브로커 역시 법원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정황을 끌어내기 위해 이와 유사한 수법을 쓴다.


언론통제로 눈 가려

H씨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거물급 브로커들의 언론 통제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브로커의 능력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언론 통제능력이다”며 “큰 사건을 맡았을 때 이 내용을 언론에 새나가지 않게 처리해야 제대로 된 브로커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인, 기업인 등 저명인사가 사건을 맡기면 이것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신속히 처리한다.

H씨는 “이런 인사들의 자녀나 가족들 중 누군가가 어떤 사건에 휘말릴 경우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도 일단 언론을 타면 치명적이다”며 “때문에 그들은 브로커를 통해 신속히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모 기업총수 자녀의 마약복용 사건, 폭력사건을 비롯해 정치인 아무개의 간통사건과 음주운전 사건 등을 덮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건을 처리해 주고 H씨가 받은 돈은 건당 7,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다.

재벌가 자제나 정치인 등 유력인사 관련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그들의 신분이 철저히 가려지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브로커의 활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년전 발생한 모 기업총수 자녀의 마약 복용 사건 당시 총 3억원을 받았으나 로비 비용으로 사용한 돈이 많아 1억 7,000만원 정도를 챙겼다고 그는 말했다.

이밖에 H씨는 수감 중인 거물급 인사들이 지병 등으로 형집행정지결정을 받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브로커의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직접 그 일을 처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한번 유혹에 빠지면 못나와

H씨는 “검찰이나 법원 고위 관계자들 가운데 이런 접대의 유혹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 검사나 판사들 중 돈과 여자의 유혹에 빠져 검은 거래를 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조계가 겉으로 보기에는 법조 브로커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발목이 잡히면 평생 간다”며 “검찰이 법조 브로커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공생관계라는 공식이 탄탄하게 짜여졌기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H씨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일반적인 사건 한건을 해결하고 챙기는 수입은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그 폭이 매우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유무형의 감시 장치와 장애요건이 많아 로비 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손에 쥐는 수익이 줄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청부폭력,납치 등에도 가담

H씨는 일부 변호사들이 브로커와 함께 움직이면서 청부폭력, 납치, 협박, 문서위조 등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변호사가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뒷거래를 주선하기도 한다.

또 법조계 인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아예 자신이 직접 브로커로 나서는 변호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21일에는 판·검사나 경찰에 청탁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하모(40), 강모(42), 배모(39) 등 비리 변호사 3명의 등록이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의뢰인에게 “판·검사, 경찰에 로비해 사건을 잘 해결해주겠다”며 각각 수 천 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등록이 취소된 것이다.

이에 대해 H씨는 “요즘 변호사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법조 시장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 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변호사들 가운데 브로커와 결탁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직접 해결사로 나서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변호사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 변호사가 브로커와 함께 청부폭력을 사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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