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재벌아들 행세 사기 풀스토리
최근 재벌아들인양 행세하며 여중생을 꾄 뒤 수년간 가족에게 거액을 뜯어낸 희대의 여성 동성애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27일 충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박모(33·여)씨, 홍모(23·여)씨, 박모(25·여)씨, 이모(22·여)씨, 최모(20·여)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성애자인 박씨 일당은 2003년 2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윤모(19·당시 중 2년)양에게 재벌아들인 척하며 가출하게 한 뒤 그의 부모로부터 수억 원을 뜯어냈다. 당시 상위권 성적이었던 윤양과 중견기업에 다니던 윤양의 부모 역시 3년여 동안 이들 일당에게 감쪽같이 속았다. 본지는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이들의 사기행각을 집중 취재했다.


“경찰에 구속되면서도 이들은 한 남자를 지키는 의리(?)를 과시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가담 여부가 비교적 적은 이씨와 최씨는 불구속 수사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씨와 최씨는 현재까지도 박씨를 깊이 사랑하고 아직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이들은 마치 박씨를 교주처럼 떠받들며 박씨에 관련된 어떤 불리한 진술도 하지 않는 의리(?)를 과시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급승용차에 경호원까지 대동

경찰에 따르면 내림굿까지 받았던 전직 무속인 박씨는 지난 2000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홍씨를 만나 교제를 해왔다. 2003년 무렵 특별한 직업이 없던 박씨 일당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당시 여중 2년생이던 윤양을 만났다. 당시 생활이 힘들었던 박씨 일당은 돈이 필요했고 윤양을 속여 돈을 뜯어내기로 모의했다. 박씨는 윤양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재벌아들이라고 소개했고 윤양의 학교에 찾아갈 때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경호원까지 대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재벌 아들 역할을 한 것은 박씨였다. 박씨는 목소리도 굵직하고 외모상 남자와 흡사했다. 그러나 실제 만남에 있어선 홍씨가 박씨의 역할을 했다. 박씨에 비해 젊고 외모가 뛰어난 홍씨가 윤양을 꼬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양을 속이기 위해 ‘초현실적인’ 현상까지 이용했다.

경찰은 “윤양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박씨는 빙의현상이 일어나 홍씨와 몸이 바뀌었다고 했다. 결국 홍씨의 영혼이 박씨의 몸으로 들어온 것으로 윤양은 믿게 되었다. 그래서 윤양은 박씨를 재벌아들로 믿게 됐고 이후에도 둘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딸이 사람 죽였으니 돈 내라”

박씨 일당의 본격적인 범행이 시작된 것은 200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양과 함께 절에 들어간 박씨는 윤양에게 “너는 전생에 공주님이다. 나는 공주님의 수호신이다”라고 했다. 전직무속인 박씨가 목소리를 바꿔가며 하는 말은 사춘기 소녀 윤양을 속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씨는 이어 “너의 부모님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할 운명이다. 너의 부모님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그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윤양을 협박했다.

부모님이 죽는다는 말에 놀란 윤양이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구할 수 있냐고 하자, 박씨는 “주문으로 그 사람을 죽이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가상의 인물을 죽였다고 윤양에게 말하면서 “네가 사람을 죽였으니 시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양은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시체처리 비용으로 5,000만원을 송금시키라고 했다.

경찰은 “윤양의 부모도 박씨에게 완벽하게 속을 수밖에 없었다. 윤양의 부모 역시 고급승용차를 몰면서 경호원까지 대동하며 재벌아들행세를 하는 박씨의 모습을 보면서 실제 재벌 아들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박씨 등의 사기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일이 잘못되면 딸이 북송선을 타야 된다”며 6,00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3년간 윤양의 부모로부터 6억 4,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윤양의 부모에게 “딸을 외국유학 보냈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박씨 일당은 이 돈으로 수시로 일본을 오가면서 호화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이양이 박씨와 홍씨의 동성애 과정을 목격하면서 이들의 사기행각은 꼬리를 밟히기 시작했다. 이양은 그때부터 박씨 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들의 모든 말이 사기임을 알았다.

그러나 박씨의 범행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오히려 이양이 달아나려하자 성매매 업소에 강제 취업시킨 뒤 성매매를 강요하는 파렴치 행각을 했다. 심지어 부산의 한 아파트에 윤양을 감금시키는가 하면, 2개월 동안 수 십 차례에 걸쳐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범행 이후 일본으로 출국했던 박씨 일당은 지난달 24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공조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건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경찰 수사 뒷 얘기 “박씨를 교주처럼 떠받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일당은 부산의 한 아파트에 거처를 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동성애자인 박씨, 이씨, 최씨 등을 모집해 혼숙을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4년 2월에 박씨와 알게 된 이씨(당시 고교 1년)는 윤양과 비슷한 수법으로 박씨에게 6억여원의 돈을 사기 당한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는 범행 가담이 적고 피해자이기도 했기에 불구속 수사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씨는 박씨의 모든 범행이 밝혀진 현재까지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박씨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범행사실에 대해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며 “나머지 피의자들 역시 모두 박씨를 교주처럼 떠받들며 사랑해왔다. 그들은 현재까지도 환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박씨 일당이 사기행각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동안 윤양과 이양의 부모들은 집과 땅은 물론 사채까지 끌어 써서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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