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드롬’ 확산 위험수위

새해 초부터 연예가에 자살 신드롬이 확산되면서 자살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잇따른 연예인들의 자살이 보도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자살사이트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가하면 자살희망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유명인사들의 자살은 사회에 미치는 그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며 자살신드롬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은 최근 자살 사이트를 집중 단속하는 등 자살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지난 14일에는 대구에서만 3명이 자살하는 등 확산되고 있는 자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본지 특별취재팀은 자살 희망자들과 직접 접촉해 자살자들이 자살 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추적해봄과 동시에 자살신드롬에 대해 모방심리가 가장 큰 10대들의 엽기적인 자살 이유는 무엇인지 집중 취재해 보았다.


연예인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10대 청소년 사이에 모방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포털사이트와 자살사이트 등에는 자살을 희망하는 청소년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밝고 명랑할 것만 같은 청소년들이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일까.

자살 관련 고민 상담센터 또는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털어놓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학업, 이성, 학교문제 보다 가정문제로 자살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훨씬 많다.

이들이 말하는 가정문제는 주로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폭력 등이었는데, 이 가운데는 엽기적인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예컨대 부모가 가학성 변태 성향을 띠고 있다거나 자녀에게 자해공갈 등 범죄행위를 강요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가정사로 청소년들 자살

자신을 16세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모 포털 사이트에 자살사이트 주소를 묻는 글을 올리면서 “나는 여중생인데 아빠가 나에게 자꾸 이상한 걸 요구한다”며 “너무 싫어서 미쳐버릴 것 같지만 친구들에게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처럼 이런 일을 겪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고 털어 놓았다.

이 여중생은 수차례에 걸쳐 아버지의 손길을 거부하기도 하고 반항도 해 보았지만 다 소용없었다고 하소연하면서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여중생은 이같은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모두 4건 가량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는데, 현재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모 포털 사이트에서 고민 나눔 사이트를 가장한 자살 관련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카페에도 자살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는데, 이 역시 대부분이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자살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성별미상의 한 청소년은 “어머니의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아버지의 폭력으로 매일매일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아버지는 최근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나를 밖으로 내쫓고 그 여자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청소년은 죽는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암시, 안타까움을 주고 있었다.
또 이보다 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례도 있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이 된다는 한 남학생은 남색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고 있었다.

이 남학생은 ‘제가 죽으면 우리 아빠는 어떨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때 아버지로부터 동성애를 경험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 행위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커가면서 모든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글을 남겼다.

또 이 남학생은 “이미 약을 사서 한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그 약이 가짜였고 그래서 아직 살아 있다”며 “처음엔 두려웠지만 한번 시도해 본 경힘이 있어서 이젠 두렵지 않다. 누구든 약만 구해준다면 오늘이라도 죽을 생각”이라고 말해, 심각한 수위에 이른 청소년 자살실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다양한 자살정보 교환

이와 함께 최근 자살하려는 이들은 동반자살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 자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상당수 자살사이트에서는 성인 남녀는 물론 10대 청소년들까지 드나들며 ‘자살 수업’을 받고, 죽는 방법까지 함께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고민과 자살동기, 현재 상황 등을 세세하게 털어놓으며 상대방과 대화의 장을 이어간다. 이어 청산염 구할 사람, 수면제 구할 사람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해 자살 약품을 구입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현재 자신의 처지 및 자살 준비 과정 등을 보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거나 진지한 충고 한마디 해주는 이는 전무하다. 오히려 ‘동반자살하자’는 댓글과 ‘그런 일을 겪었으니 살아서 뭣 하겠나.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식의 대답만이 난무할 뿐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고 있는 면면에는 이 같이 복잡한 사연이 있을 뿐 아니라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자살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집안문제나 성과 관련된 문제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한 청소년들이 외부로 발설하기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상담을 받기보다 먼저 자살 등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살 직전의 특징 어떤 형태든 주위에 알려

보통 자살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그 실행에 옮기기까지 1주에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중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자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심각하게 이야기해놓고 농담이라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마치 농담처럼 말하다가 무거운 분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경정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을 ‘조울증’이라고 한다. 조울증은 우울한 시기, 기분이 들뜨는 시기, 정상적인 시기가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질환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 우울증보다 자살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둘째, 주변의 동료를 찾아간다. 이때 주변의 겉도는 이야기 몇 가지를 하거나 머뭇거리다가 그냥 나온다.

셋째, 자살이 임박한 사람들은 언행이 위축되고 식사량이 줄며 성생활이 중지된다. 잠자는 습관에도 큰 변화가 와 아예 잠을 못자거나 지나치게 많은 시간 잠에 빠져든다. 성격이 갑자기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변하고,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자살자들의 자살 당일 행동을 사후 분석해보면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평소 소중히 여겨온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밀린 공과금이나 세금 등을 납부하기도 한다. 만약, 평소 아끼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이들은 자살 후 발견될 자신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경우가 자신의 몸을 깨끗이 씻거나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시체를 다룰 사람들에게 정갈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죽기 힘드시죠? 도와드릴게요”

자살과정 도와주는 도우미까지 우후죽순 등장

동반 자살과 함께 자살하려는 이들을 돕는 이른바 ‘자살 도우미’까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자살 도우미란 일반인이 구하기 힘든 독극물을 구해주거나 본인이 하기 힘든 자살 과정을 도와주는 이들을 말한다.

지난 15일에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도우미를 자처하는 20대 청년이 중학생에게 청산염을 판매한 것.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중학생 A(사건 당시 2학년)군에게 청산염을 판매한 혐의(자살방조)로 김모(28)씨를 전격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A군에게 청산염을 판매해 A군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13일 검거 당시 250명의 치사량분에 해당하는 청산염을 갖고 있었으며 생활보호대상자임에도 통장에는 뭉칫돈이 오간 내역이 남아있
었던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게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한 물품과 그의 이메일 수신발신 내역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김씨와 같이 암암리에 활동하며 타인의 자살을 돕는 도우미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독극물에 대한 대금만 챙기고 잠적하거나 가짜 독극물을 넘기는 사이비 자살 도우미들이 많아 진짜 도우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자살 희망자들이 자살 시기와 자살 여부는 대부분 이 도우미에 달려있다. 도우미를 찾는데 성공하면 자살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자살 사이트와 함께 자살 도우미 척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한 관계자는 “자살 사이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도우미들이다”며 “이들은 독극물을 팔기 위해 자살 사이트 등에서 타인의 자살을 부추기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