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견제에 가로막힌 특검수사

▲ 내곡동 사저 특검의 압수수색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려다 청와대측의 거부로 소득 없이 돌아가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의혹의 실체엔 한걸음 더, 살아있는 권력에 수사한계
눈 앞의 칼날 피한 MB…야권 “퇴임 뒤 재수사 받아야”

[일요서울 | 최은서 기자]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MB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수사가 14일 공식 종결됐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의 수사연장 거부와 함께 기존 검찰수사 부실이 논란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특검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검팀은 특검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아들을 소환조사하고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하는 등 수사의지를 보였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도 상당수 남아있다. 결국 청와대의 비협조로 내곡동 핵심 의혹은 미제로 남게 됐다.

이광범 특검의 수사는 한마디로 ‘미완성’이다. 수사기한 연장을 거부한 청와대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미완성 상태로 끝났다. 13억여 원의 국가 예산으로 65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한 이광범 특검팀은 최단 기간인 30일 간 MB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의혹,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이광범 특검팀은 수사 시작부터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수사 첫날부터 수사대상자 10여 명을 출국금지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피의자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을 필두로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그 뿐 아니라 김윤옥 여사도 서면조사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초래했다.

이광범 특검팀 수사 명암

“청와대 경호처는 국가에 9억7200만 원의 손해를 끼쳤고,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어머니 김윤옥 여사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제공받은 12억 원은 ‘편법증여’였다” 이광범 특검팀이 14일 김 전 경호처장 등 전·현직 직원 3명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봐주기 수사’로 낙인 찍혔던 검찰 수사를 사실상 처음부터 재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투입된 이광범 특검팀은 앞서 8개월간 수사하고도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 수사를 뒤집었다.

이광범 특검팀의 성과로 첫손으로 꼽히는 것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소환조사다. 역대 11번의 특검 중 현직 대통령의 자녀를 직접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검찰조사에서 시형씨는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는데서 그쳤다. 당시 시형씨의 서면 답변서를 받아든 검찰은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을 일축했다.

반면 이광범 특검팀은 시형씨를 직접 조사해, 사실상 편법증여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시형시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을 위해 농협에서 6억 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받은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땅과 이 회장한테 빌렸다는 현금 6억 원에 대해 ‘편법증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형씨의 증여 과세자료를 강남세무서에 통보, 증여세 부과 등 적정 처분이 내려지도록 했다.

특검팀은 단 차례도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아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렸던 다스 본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군사상·업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압수수색을 완강히 거부해 불발로 그쳤다. 하지만, 특검팀도 한계를 보였다.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한 만큼 발 빠르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특검이지만 특검팀이 보여 온 의욕에 비해서는 다소 초라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지난 검찰 수사와는 달리 관련자 3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특검 회의론’이 불거질 때부터 예상됐던 결론의 수순을 밟았다. 의혹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와 같은 최고 권력기관 앞에서는 특검도 불가항력이었다.
김윤옥 여사가 아들 시형씨에게 땅을 편법 증여했다는 것 외에는 새로 밝혀진 사실도 거의 없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형씨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통령 부인이 대신 갚아 줄 생각도 했었다’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정적인 의사만을 토대로 특검이 증여로 단정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검팀이 출범 직후 이 회장이 중국으로 출국해 수사 차질을 빚었으며 주요 참고인들의 소환불응과 시간 끌기에 시달렸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과 수사기간 연장 요청 역시 수사대상인 청와대 판단에 따라 거부됐다. 또 시형씨의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대통령 내외의 사저부지 매입 과정 직접 개입 등 핵심 의혹은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또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 빌렸다는 6억 원의 성격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진술이 번복된 만큼 의혹이 집중됐지만 청와대의 비협조에 막혀 진실 규명에 실패했다.

특검 초기 일각에서도 시형씨만큼은 ‘실명제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는 사실상 사저부지의 실소유주와 최종 책임이 이 대통령 부부에 있음을 의마하는 것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편법증여’로 수사를 마무리해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시형씨의 포털 추정액은 4억8000만 원으로 5억 원 이하의 증여세 포탈은 형사고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검찰과 큰 차이가 없는 결론을 내린 셈이 됐다.

“발등의 불 피하고 보자”

특검 시작 전부터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특검을 두고 ‘특검 무용론을 털어내기는 역부족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검팀이 1차 조사 종료시점까지 사건을 캐지 못해 연장 신청을 한다면 청와대가 거부할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곡동 부지매입 의혹은 이미 법적인 허점까지 고려해 짜 낸 치밀한 각본인데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라 특검을 통해 위법성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이미 특검의 한계에 대해 사전 인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 수사 속도가 예상을 뛰어 넘어 속전속결 식으로 강도 높게 이뤄지고 김윤옥 여사까지 서면 조사하는 등 정권의 숨통을 조일 듯 한 기세로 치닫자 청와대는 반발하는 등 크게 술렁였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요청과 청와대 압수색을 모두 거부한 데에는 ‘발등의 불’인 특검 수사를 피하고 봐야한다는 절박함이 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수사기간 연장 거부 이유에 대해 밝히며 그동안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수사기간 동안 법으로 엄격하게 유출이 금지된 수사내용이 언론에 상세하게 공개되고 과장된 내용이 해외언론에까지 보도되면서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등 국격에도 큰 손상이 빚어졌다.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밝히면서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참을 만큼 참았다는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고개드는 특검무용론

이번 특검 역시 한계를 드러내면서 특검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검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과거 특검에서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 특검 역시 파격적인 수사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고작 9억7200만 원짜리 배임 혐의를 밝혀내려고 특검까지 구성해 13억여 원의 예산을 썼느냐’라는 특검 무용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역시 압수수색 및 수사연장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으로 협조해 부실수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특검 중에서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과 2003년 대북송금 특검 가시적인 성과를 낸 특검으로 꼽힌다. 그 외의 특검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우리나라 특검은 수사 대상 사건과 수사기간이 제한돼 있고 누구를 수사대상으로 삼을지도 한정돼 있어 내 놓을 만한 수사결과를 만들지 못하거나 오히려 수사 대상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1일에 끝난 디도스 특검도 100여 명의 인원에 20억여 원의 예산을 썼지만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눈앞의 칼날은 피했지만 퇴임 뒤 재수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해 “재임 중 형사상 소추 할 수없도록 한 헌법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소추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차기 정권으로 수사가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다시 수사할 사안을 굳이 특검을 왜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검과 관련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도 재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 측은 “내곡동 사저터 매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비협조로 몸통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났다. 국민의 의혹을 말씀하게 해소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그동안 특검 과정에서 이 대통령 부부의 개입 정황이 줄줄이 드러나 몸통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며 “국민의 의혹을 제대로 해소되지 못함으로써 이 대통령은 정권이 나서의 재수수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집권 후 재수사를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도 “대통령의 재직 중 소추금지 규정에 따른 면죄부에 대해서는 역사의 심판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수사를 비롯한 사법적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라”며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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