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된장녀 ‘막장’ 행각

카드빚·사채빚 카드 돌려막기 하다 회삿돈에 손대기 시작
밤에는 경찰에 붙잡히는 ‘악몽’ 낮에는 ‘쇼핑중독’ 백화점VIP

[일요서울 | 최은서 기자] 18억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려 외제차와 명품을 사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 호화생활을 한 ‘정신 나간’ 새마을금고 20대 여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간 큰 여직원의 횡령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지점의 간부가 여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아차리고도 성관계를 맺는 대가로 이를 묵인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으로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고객 돈을 자기 돈처럼 ‘펑펑’쓰고 직장상사에게 성상납까지 한 여직원의 ‘막장 행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서울 양천구 새마을금고에서 출납을 담당하던 최모(27·여)씨가 고객이 맡긴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결혼 1년 만인 2009년 3월이었다. 최씨는 평소 큰 씀씀이 때문에 사채 빚과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1억여 원을 ‘카드 돌려 막기’로 감당하고 있던 최씨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관리하던 지점의 여유자금 중 100만 원을 자기 계좌로 이체했다.

“회삿돈이 내 돈”

처음에는 금방 다시 돌려놓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직원 중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자 점차 대담해졌다. 한번에 횡령하는 금액이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불어난 것은 순식간이었다. 횡령한 금액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씀씀이도 커져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은 명품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이 지점은 여유자금을 기업은행에 예치하고 있었는데 최씨는 입금 전표를 조작해 번번이 빼돌렸다.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예금 잔액 증명서’의 숫자를 컴퓨터 그림판을 이용해 조작했다. 조악한 솜씨였지만 그녀가 조작한 예금 잔액 증명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점의 상급자들은 기본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았고 기업은행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오는 예금 잔액 증명서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점의 관리·감독 부실 구멍 속에서 그녀의 행각은 거침없어 졌다.

이렇게 4년 동안 모두의 눈을 속인 채로 금고의 여유자금은 최씨의 계좌로 야금야금 들어갔다. 이미 금고는 자신의 개인 금고나 다름없었다. 최씨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듯, 금고 여유자금 횡령에 이어 고객 명의 도용에까지 손을 대게 됐다. 지난해 최씨는 출납당당 직원은 간부 결제 없이도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녀는 지점 간부가 외부 출장이나 식사 등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를 이용해 거래가 뜸한 노인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해 5억 원을 대출받았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이 금고에서 1억여 원을 대출받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지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녀는 밤이면 밤마다 횡령사실이 발각돼 경찰에 끌려가는 악몽을 꿨다. 하지만 낮이 되면 화려한 명품과 외제차에 대한 ‘물욕’이 그녀의 죄책감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들었다. 잦은 명품 구입으로 그녀는 이미 백화점 두 곳의 VIP 고객이었다. 쇼핑중독에 빠진 그녀는 신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백화점 매장으로 달려가 구매했다. 또 9500만 원 상당의 BMW 차(뉴5시리즈 530i)를 남편에게 선물하고 자신은 4000만 원 상당의 BMW(미니쿠퍼 S)를 탔다. 남편이나 친구와 함께 일본·괌·말레이시아 등으로 7차례 여행을 갔다.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명품쇼핑을 즐기고 유흥비에 돈을 탕진했다.

회사에 발각될까봐 노심초사했던 그녀는 명품 대신 평범한 옷차림으로 출근했다. 그녀가 열을 올리며 수집했던 명품백도 집에 놓고 회사에 갔다. 그녀의 ‘애마’인 BMW도 회사에 몰고 가지 않았다. 백화점 명품관을 주름잡고 외제차로 도심을 누비던 최씨가 회사에서는 ‘수수한 여직원’이었다. 철저한 2중 생활을 해 왔던 셈이다.

최씨는 사채빚과 카드빚을 갚기 위해 횡령을 시작했지만 소비에 급급해 빚은 오히려 늘어만 갔다. 횡령한 돈은 그녀의 씀씀이 때문에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고 빚은 6억 원대까지 불어났다.

상사와 내연관계

이 같은 그녀의 막장행각에 제동이 걸린 것은 올해 초였다. 지점 금융 업무를 총괄한 전무 조모(52)씨가 최씨를 불러 대출서류가 미흡하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의 횡령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이를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끈적’해져 갔고 곧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3월까지 서울 시내의 모텔 등에서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조씨에게 “휴가 때 같이 일본에 가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고 조씨는 최씨에게 “나한테 잘하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조씨는 최씨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퇴사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 10월 회사 내부 감사에서 최씨의 지난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녀의 막장 행각이 막을 내렸다. 횡령을 시작한지 4년 만의 일이었다. 회사에서 쫓겨난 최씨는 회사의 신고에 앞서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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