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서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유권자들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복지 분야다. 의료관련 사항이나 노인 아동 문제, 또 장애인 정책 등은 국민들 삶과 직결된 문제라서 그렇다. 표를 의식한 경쟁적 공약 남발이 복지의 방향과 이념의 차별성마저 없애버렸다.

지난 2002년, 2007년의 대선공약을 재탕, 삼탕 해놓은 것도 적지 않다. 국공립보육시설을 현 6%수준에서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10년 전 노무현 후보가 공수표를 날린 사안이다. 이런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재인 후보가 임기 내 이를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문 후보의 의료복지 공약은 그대로라면 내년부터 모든 국민이 거의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또 뚜렷한 기준 없이 마냥 최소화를 공약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건강보험 보장성 80%수준 확대’ 공약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예산의 뒷받침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다. 공약을 실천하려면 증세가 불가피 하다. 세 후보 모두 이 증세를 위해 누구에게서 얼마를 더 거둬들일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전부터 중앙정부는 복지 포퓰리즘에 의한 ‘복지 천국’으로 망하고 지방정부는 온갖 이름을 단 ‘축제 천국’으로 망한다는 소리가 있었다. 지금 전국의 축제 현황숫자가 무려 260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10일에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차기 정부의 비전과 850여개의 실천과제를 담았다는 공약집을 발표했다. 재벌 개혁 등 이미 나온 10개 과제에다 노동·농어업 등 공개되지 않은 15개 분야 과제가 추가됐다.

같은 시간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5개 분야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일자리 혁명을 내걸며 임기 내에 공공부문 40만개, IT등 창조산업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두 후보가 지난 6일 만나 시한 내에 단일화를 약속해놓고 이처럼 나란히 각각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이 야권후보로서 단일화를 약속한 만큼 이를 이룬 후 통합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훨씬 옳아 보인다. 헷갈린다는 것은 혼란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점잖은 표현으로 ‘정치공학적’, 실체적으론 ‘정치 꼼수’인 지역, 세대별로 쪼개는 맞춤형 공약으로 표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대목에선 말을 잊을 정도다. 5년마다 실시되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우리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미래 국가전략을 마련하는 기회가 돼야한다.

그러기위해서 대통령 후보들의 앞선 시대정신이 중요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청사진이 요구된다. 표만 달라는 뻔한 주장에 식상해서 벌써부터 고개를 돌려버린 유권자들이 많다. 협상 하루 만에 서로 불신의 늪에 빠져버린 후보단일화 게임이 모든 것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예측 불가능케 한 상황에서 후보들 실상도 모른 채 얼렁뚱땅 선거가 끝나버리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국가 대사가 정상을 벗어나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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