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의혹과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미래로알이디 길모(61)회장의 면담을 주선한 방송인 길모(58)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이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할 당시 길 회장이 ‘서울시에서 협조를 안 해줘 (사업이)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밝혀 파장이 예고된다. 길씨가 이 시장과 길 회장의 면담을 주선한 시기는 지난해 4월로, 이때는 미래로알이디 길모(36)사장이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부터 사업을 방해받아왔다고 주장한 시점이다. 길 사장은 지난해 2월 양 부시장으로부터 추가로 60억원을 줄 것을 요구받았고 이에 심적 부담을 느낀 길 사장은 작년 12월 이미 건넨 1억원 이외에 추가로 1억원을 준 뒤 관계를 끊으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부터 양 부시장과 길 사장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길씨 부자가 이 시장을 면담할 당시 “서울시에서 협조를 안 해줘 (사업이) 잘 반영이 안되고 있다”는 취지의 면담을 가졌다면 당시 이 시장에게 양 부시장과 관련된 불만을 털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길씨 부자와의 면담과 관련 “모 방송기자의 부탁으로 지난해 4월 딱 한번 길씨 부자와 면담을 가진 일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7~8분 동안 만났는데 특별한 대화내용은 없었고, 사업 얘기도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이 시장과 길씨 부자의 면담을 주선해 준 방송인 길씨는 미래로알이디 길 회장과는 가까운 친인척 관계이며, 이 시장과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인 길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길회장이 서울시도 좋고, 기업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이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줄 것을 부탁해 왔다”며 “이 시장과는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라 전화를 했더니 이 시장이 ‘민원인 만나는 건데 언제든지 보내라’고 해서 면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래로알이디는 ‘당시 고도제한 완화 등 청계천 인근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양 부시장 등에게 청탁로비를 벌였던 때인데 길 회장이 이 시장과의 면담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당시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인가 심의위원회인가 하는데서 (고도제한 완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될 거라고 했기 때문에 그것이 (면담)목적이 아니었다”며 “서울시에서 협조를 안 해 줘서 (사업이)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길씨 부자와 이 시장의 면담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4월 26일이다.

이때는 길씨 부자가 임원으로 있는 미래로알이디가 청계천 인근 재개발 사업과 관련, 서울시로부터 주상복합건물 인허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때였다. 검찰에 따르면 길 사장은 38층 주상복합건물의 고도제한 완화 및 전략재개발 지역 지정, 아파트지구로의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신속한 인허가를 받게 해 달라는 명목으로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 본부장이었던 양 부시장에게 선을 대고 있었다. 당초 길 사장은 2003년 9월 이 시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 시장과 면담을 주선해 주겠다고 접근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에게 10억원을 준 상태였다. 그러나 이렇다 할 사업의 진척이 없자 2003년 12월 양 부시장에게 재차 선을 댔고, 굴비세트 선물가방에 일천만원의 현금 뭉치 총 1억원을 건넸다는 것.

그런데 양 부시장이 지난해 2월 “미래로알이디를 위해 많은 일을 했고, 그로 인해 주변 땅값이 엄청나게 오르는 등 앞으로 회사에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니 미래로에서도 60억원을 주어야겠다”는 취지로 추가 금품을 요구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 길 사장은 지난해 2월 이미 건넨 1억원 이외에 1억원만을 추가로 준 뒤 양 부시장과의 관계를 끊으려 했고, 그때부터 양 부시장이 사업을 방해했다고 길 사장측은 주장했다. 양 부시장의 방해로 사업의 위협을 느껴 온 길씨 부자는 청계천 개발의 키를 쥐고 있는 이 시장과의 만남이 절실했고, 이 과정에서 길 회장의 가까운 친척이자 이 시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방송인 길씨를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길씨 부자가 방송인 길씨에게 얘기했던 것처럼 “서울시에서 협조를 안 해서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취지로 이 시장을 만났다면 면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양 부시장과 관련된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사자인 길 사장은 지난 11일 모 일간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 아무 할 말이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조서가 작성된 다음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생각이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이 시장이 모 방송기자의 부탁으로 지난해 4월 딱 한번 길씨 부자와 면담을 가진 일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7~8분 동안 만났는데 특별한 대화내용은 없었고, 사업 얘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4억원이란 거액을 김 전 위원장에게 주고도 성사가 안돼 또 다른 연줄을 통해 이 시장을 만나게 된 길씨 부자가 사업과 관련된 특별한 얘기도 없이 아무런 민원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전화로 이시장 면담 주선했을 뿐”

·방송인 길씨 전화통화 요지<일요서울>은 길씨 부자와 이 시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 방송인 길씨와 지난 12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다음은 길씨와의 일문일답.

-길씨와 이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게 된 계기는.▲길씨가 나를 찾아와서 ‘서울시도 좋고 기업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만남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시장이 ‘민원인 만나는 건데 언제든지 보내라’고 해서 만남이 이뤄졌다.

-이 시장과는 평소 친분이 있었나. 길씨가 이 시장을 만날 때 동행하지는 않았나.▲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이 시장에게 전화로만 만남을 주선해 주었을 뿐, 길씨와 동행하지는 않았다.

-당시 길씨는 고도제한 완화 등 청계천 인근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양 부시장 등에게 청탁로비를 벌였던 때인데 길씨가 이 시장과의 면담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나.▲이미 당시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인가 심의위원회인가 하는데서 (고도제한 완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될 거라고 했기 때문에 그것이 (면담)목적이 아니었다.

-그럼 길씨가 무슨 이유로 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나. ▲‘서울시에서 협조를 안 해 줘서 (사업이)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길씨가 이 시장을 만나서 사업청탁을 했다고 보나.▲의례적으로 인사를 하러 간 것이지 사업청탁을 하러 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이 사업 청탁을 받을 사람도 아니고….

-당시 길씨가 양 부시장 등에게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사실을 알고 있었나.▲전혀 몰랐다. 그런 것이었다면(청탁 명목) 이 시장을 연결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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