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로비의혹 총력추적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추진 중인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이 또 다시 대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얼룩졌다. 사업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이번 사업은 시행사 K사 전·현 대표간 고소, 고발이 진행되는 와중에 불거졌다. 지난해 초부터 동업을 하던 이들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건으로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해, 결국 소유권 분쟁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탄현 비리의혹 사건에는 ‘파크뷰 사건’에 연루됐던 정 모씨와 ‘경성비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 모사장 등 거물급 비리 연루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파크뷰와 경성비리 사건의 요소가 두루 포함된 이른바 ‘복합비리사건’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허가 과정과 조례제정, 그리고 부지매입 과정 등이 검찰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형건물 신축시 경기도에서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대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297번지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인 K사가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수십억원대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K사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던 전·현직 대표들이 제출한 소송자료에서 로비 단서가 포착돼 불거졌다. K사 전대표인 K씨가 현대표인 정 모씨와 고문 김 모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특히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씨와 관련된 자료에서 ‘로비 수첩’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동업자에서 적대적 관계로 악화
양측은 지난해 초부터 함께 동업을 한 사이였다. 하지만,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변칙적인 사업 내용이 검찰에 적발돼 K 전대표만 구속되고 정씨와 김씨는 수사망을 피해 나갔다.
법망을 피한 두 사람이 탄현 주상복합아파트를 추진하면서 K 전대표를 배제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두 사람을 고발하기에 이른 것.
일명 ‘탄현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것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데 있다.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추진 사업은 규모가 1조원대에 육박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사업 주체가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인허가 및 토지매입 과정에서 막대한 비자금이 형성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정씨와 김씨 등 2명을 K사의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고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잠적한 정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4월 K사가 H사를 인수한 이후 정씨는 K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여러 회사가 수년째 추진해 오다 중단된 사업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실마리가 풀린 배경에는 정씨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등이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의 편의를 봐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에 반대하는 민원도 잇따랐다.
정씨는 특히 분당 파크뷰 사건에도 연루됐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건의 파문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분당 파크뷰 사건은 2002년 5월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고위 공무원 등 130여 명이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돼 수원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섰고, 정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K사가 군인공제회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고양시 조례가 애초 K사가 원했던 방향으로 개정됐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하향 조정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
K사는 당초 주거용 아파트와 상업시설의 비율을 9대 1로, 용적률을 600%로 가정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59층, 3,300여 채 규모는 주거시설 대비 상업시설 비율 9대1, 용적률 600%를 전제로 산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1월에는 일반상업용지에 대해 주거 비율이 90% 미만일 경우 용적률 600%를 적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특혜와 과밀개발 등을 이유로 시에서 반발하자 시의회는 올해 5월 이 같은 용지에 대해 용적률을 500%로 하향 조정했다.
시 집행부가 이마저도 자체 기준(450%)을 적용하고, 검찰 수사설이 불거지자 시의회는 최근 다시 조례를 개정해 현재 용적률 450%로 조례가 바뀌었다.
게다가 탄현 프로젝트에는 1998년 경성비리 사건으로 알려진 이모 전사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경성비리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으로는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 전사장은 수년 전 경기 용인시 기흥과 탄현 지역 토지개발 사업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신탁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정치인과 한국감정원 간부들에게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4년에 추징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건설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이 전사장이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부지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더욱 눈길을 끈다.
‘탄현 프로젝트’가 1조원대의 공사비가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보니 ‘파크뷰+경성비리’를 합쳐놓은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K시공사 관계자들이 로비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또한 이를 입수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K사 고문으로 알려진 김씨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정작 고소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K는 별도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상태라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현 비리의혹 사건의 불똥은 굴지의 건설업체인 두산산업개발로 튀었다.
시공사인 두산산업개발은 탄현 프로젝트가 비리 의혹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주가가 1만5,550원에 거래되는 등 급락했다. 더욱이 비리 의혹 사건의 향배에 따라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두산산업개발 사업 전망 ‘불투명’
고양시청 주무부서에선 이번 사업이 애초부터 사업성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과 한 관계자는 “지난 11월 24일 K사의 교통영향평가서가 접수됐을 정도로 사업이 초기 단계에 있다”며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도 몇 차례 개발을 추진하다 실패한 곳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전에도 추진하다가 상권이 반발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벽에 부딪혀 실패한 적이 있다”면서 “대형건축물은 경기도의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또 사건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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