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린 야권 후보 단일화 이미지는 두 후보의 호감도와 진보진영의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동반 추락케 했을 뿐더러 단일화를 볼모 삼아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수 싸움에 국민이 말려들었다는 비난을 낳았다. 갈등과 분란, 사소한 꼬투리 잡기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촉박한 시일에 TV공개토론 기회마저 단 한번으로 끝냈다.

유권자들의 판단 기회 없이 얼렁뚱땅 대선을 치러야 될 상황이다. 문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α 방식이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전격 제안 했었다. 이는 민주당 측이 선호해온 배심원제나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뜻이었다. 인적쇄신론의 타깃이 돼온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해 총 사퇴했다.

문 후보가 아주 통 크게 보였고 이해찬 대표는 안 후보 측으로부터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평가 받았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화답한 안 후보는 새누리당 출신 전력 때문에 민주당의 반발을 샀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을 단일화 실무협상팀에서 제외시켰다. 이렇게 해서 두 후보에게는 더 이상의 퇴로가 없어 보였다. 후보 등록일이 코앞이었기 때문에 일사천리의 진행을 예측했다.

한 번 더 고비가 오면 단일화가 이뤄져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겠다’고 한 두 사람이다. 그런 겉모양을 해놓고 내심의 막바지 수 싸움이 가히 죽기 살기였다. 문 후보의 통 큰 양보는 안 후보 타격용이고 안 후보의 선의는 판 흔들기라는 상호 불신이 팽배해있다.

국민의 최고 관심사인 대통령감 검증 기회가 이런 수 싸움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가려져 있은 현실에 대해서는 두 진영 모두 꿀 먹은 벙어리 흉내였다. 후보 검증 기회를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국민 뜻을 받들어…”하는 표현이 아주 피로해졌다. 두 호보가 스스로 사는 길이 뭔지를 똑바로 알지 못했다.

정권교체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대의를 내세우고는 뒤로는 정권욕에 급급해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한 두 사람의 단일화 논의는 진작에 ‘떳떳한 승자’와 ‘아름다운 패자’ 모습을 만들어 내기가 힘든 게임이었다. 이번 18대 대선은 여야 간의 대진표도 없고, 민주 선거의 핵심 기제인 TV토론이 실종 됐으며, 담합적 후보단일화 게임으로 후보 검증의 기회를 원천 봉쇄해버린 선거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뭘 보고 표를 찍느냐”는 유권자들 불만이 고조돼있다.

이처럼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대통령 후보가 누가될지 조차 모르는 시계제로 상태였던 이 대선판을 역사는 어떻게 적을지 모르겠다. 가치의 연대라는 명분을 내건 정권욕의 인위적인 후보단일화는 국민들로부터 선택지를 빼앗은 것에 불과했다. 안 후보가 후보등록일을 이틀 남겨 둔 지난 23일 밤 ‘후보사퇴 선언’을 했다고 ‘문 단일후보’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지도자를 바로 알고 투표할 권리를 빼앗은 책임은 분명히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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