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노무현’ 삐거덕거리면 ‘盧 그림자’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정대웅 기자
문재인 ‘확장성’ 유연…호남 업고 영남, 수도권까지
‘문재인=노무현 그림자’…文 캠프 “약보단 독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기세가 무섭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중도 하차시켰다. 문 후보 개인적으론 단일화 과정에 아픔이 있지만 어쨌든 민주통합당을 살리고, 단일후보라는 ‘희열’을 맛봤다. 문 후보는 ‘안철수 사퇴’로 단번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사실 박근혜 캠프에서는 문 후보를 ‘盧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한 수 아래라며 낮게 보았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문 후보의 ‘파워’는 예상외로 강했다는 평이다. ‘51대 49 싸움’이 될 만큼 문 후보의 대선경쟁력이 ‘파괴력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23일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며 중도 사퇴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안 후보가 중대결심을 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느냐, 그리고 대권 경쟁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업그레이드 된 문재인

정치권 안팎에서 보는 문 후보의 대권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문 후보의 확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캠프는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을 등에 업고 영남과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 ‘노무현 바람에 이은 제2의 노무현 효과’를 부르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대선 후보 전국 순회 경선 때 광주전남 지역에서 1위로 치고 올라와 이인제 후보를 따돌리며 노무현 바람을 일으켰다”며 “문 후보의 경우는 다르다. 호남에서 한때 안철수 후보에게 뒤져 고전했지만 안 후보가 중도하차하면서 호남을 등에 업고 수도권과 영남까지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이미지가 다를 뿐 아니라 고착화되지 않다. 정치신인으로서 참신하다”며 “특히 기성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중도층 싸움에서도 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지난 23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단일 후보는 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에게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문 후보 측도 안 후보 측과의 공동 선대위 구성을 위해 총사퇴를 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중도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박 후보에게는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호남에서 젊은 층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보듬어 안는다면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근혜 대세론을 한 번에 불식시킨 것도 안 후보의 역할이었다. 그 이면에는 중도층이라는 공중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 후보의 지지층인 중도층이 모두 문 후보로 결집될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보였던 문재인-안철수 간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안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될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 이탈표를 잡기 위한 대권 전략을 일부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가 민생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어 중도층 싸움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박 캠프의 ‘광범위한’ 우려는 문 후보가 중도층을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예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안 후보가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렸다. 여기에다 문 후보는 안 후보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야권 단일화 파행과 재개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일임하겠다”며 통 큰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문 후보의 족쇄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켜줘 새누리당의 역공을 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여기에다 문 후보의 참여정부 시절 국정운영 경험도 문 후보의 대권 경쟁력을 한 껏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문재인 태생적 한계 돌파 관건

그러나 문 후보의 업그레이드된 경쟁력도 태생적 한계 앞에선 무력해진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을 열망하는 지지자들이 지금의 문 후보를 만들었다. 이는 ‘노무현이라는 그림자를 쉽게 지울 수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캠프 한 관계자도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노무현의 그림자’란 이미지는 강점보다 약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이미지를 지워야만 대권을 잡을 수 있다.  박 캠프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후계자’라는 논리로 공세를 취할 태세다. 이른바 ‘친노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것.

박 캠프 관계자들도 “참여정부의 정책실패로 국민들은 고통과 아픔을 겪었고 문 후보는 참여정부의 이 같은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박 캠프 관계자는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부추겼고, 부동산 시장 상승폭이 심했다. 이 때문에 서민경제가 파탄났다”고 지적한 뒤 “스스로 폐족이라고 인정한 인사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건 안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지난 20일 “과거 실패한 정권이 다시 들어오는 것, 불안정한 정권을 만드는 것이 지금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되겠는가”라고 발언한 것도 ‘친노 프레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의 ‘노무현 그림자’는 영원히 그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는 ‘꼬리표’다. 박·문 캠프에선 문 후보가 ‘노무현 그림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결국 용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 이미지의 멍에를 떼어주기만 한다면 문 후보의 대권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막강해질 것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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