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안방 카지노 도박장 성행 실태

최근 사행성 성인 오락실의 집중 단속으로 도박 업소들이 영업에 심한 타격을 입으면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간판 위장은 물론이고 암암리에 비밀 도박장을 개설, 안방까지 파고들며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 심지어 카지노와 섹시바를 접목시키는 등의 퇴폐적인 ‘변종’ 영업도 안방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안방 도박장’은 단속이 힘들다는 점에서 이전 업태의 심각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성인 오락실이 철퇴를 맞고 있는 가운데, 결국 더욱더 ‘음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신·변종 ‘안방 도박장’의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성인 오락실이 여론의 집중포화로 제동이 걸리면서 가정집을 파고드는 ‘안방 도박장’이 무서운 기세로 급증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따르면, ‘안방 도박장’은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도 안양, 일산 등 수도권 유흥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가정집에 무허가 카지노 ‘기승’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일 가정집에 무허가 카지노 도박장을 차려놓은 혐의로 업주 조모(33)씨를 구속, 지배인 고모(48)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카지노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 테이블 3개를 설치, 손님들을 끌어들여 도박을 벌이게 했다. 지난 4일 경찰서에서 만난 업주 조씨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 가정집(132평)을 월 2,000만원에 임대, 지난달 28일부터 비밀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며 “40여명의 손님들은 롤링업자(손님 중개업자)가 데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내로라’하는 직업에 부유한 집안의 사람들이며, ‘물 쓰듯’ 돈을 쓴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도박판에서는 단 3일 만에 5억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라며 “실제로 강남 일대 주택가에서 하루 판돈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비밀 도박장에서 롤링업자들은 대부분 손님이 잃은 금액의 10%, 돈을 딴 후 (칩으로)바꾼 금액의 7%를 가져간다”며 “딜러나 아르바이트생들도 월수입 600~1,000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돈을 챙겨간다”고 실토했다. 조씨의 말대로라면, 롤링업자나 딜러 등 직원들은 손님들이 돈을 따든 잃든 철저하게 ‘잇속’을 챙긴다는 것. 그만큼 남는 장사이며, 꽤 짭짤한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절대 사기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지만, 경찰은 “판돈에 이 정도의 이율을 적용하는 것은 대부분 사기인 경우가 많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국내 유명 호텔과 강원 정선카지노 도박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딜러들을 소개받아 직접 면접까지 보고 채용했으며, 홀서빙 아르바이트생도 다수 경험이 있는 자들만을 골라 고용했다. 심지어 그와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동생들까지 동원, 돈을 주고 ‘문방(주변을 감시하는 문지기)’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는 손님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대인 새벽 1~4시 사이에 문방을 주택가 인근에 비치, 무전기를 들고 외부동향을 내부에 보고하도록 했다”며 “이들은 또, 2·3중의 철문 등을 설치하는가 하면 비상시 도주로까지 마련해 경찰 단속에 철저히 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카지노와 퇴폐적인 영업 접목 ‘인기’
하지만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퇴폐적인 영업이 접목됐느냐 여부다. 경찰 조사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으나, 경찰은 이곳 일대에 또 다른 안방 카지노 도박장이 성행하고 있으며, 섹시바와 안마시술소 등 퇴폐적인 영업과 접목시킨 도박장도 안방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신사동 주택가 주변에서 만난 유흥업소 업주 A씨는 기자에게 요즘 추세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유흥업계에 종사한지 12년 정도 됐다는 A씨는 현재 청담동 모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바다이야기 여파로 유흥업소까지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요즘은 섹시바나 출장 안마와 카지노 도박장을 접목시켜 안방에서 운영하는 변칙 영업도 들어선 실정”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딜러와 홀서빙 알바들은 핫팬츠와 비키니 스타일의 아슬아슬한 상의를 입는 식의 섹시한 차림 내지 속옷 차림으로 손님을 상대한다. 또한 남성 손님들과 짝을 맞춰 얘기하고, 야한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등 기존 섹시바와 다름없는 변칙 영업을 일삼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집안에 밀실을 따로 만들어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기까지 한다는 게 그의 설명. A씨는 “한마디로 술, 여자, 도박 요소를 혼합해 손님들을 공략하는 영업전략”이라며 “안 그래도 불황인데다 바다이야기 단속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돼 업소 간 음란·퇴폐 영업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A씨의 말대로라면, 경찰 단속으로 사행성 성인 오락실은 문을 닫았지만, 결국 더 교묘하고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
이에 대해 경찰은 “안방 도박장은 따로 간판이 없어 단속을 피할 수 있는데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특성 때문에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이들 변종 영업에 대한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온라인 도박장 안방 침투 ‘급증’
가정집에 경마 배팅시스템을 갖춰놓거나 성인 PC방을 차려 운영하는 사례도 ‘우후죽순’격이다. 이는 카지노 도박장과는 달리, 다른 시설에 대한 투자 없이도 컴퓨터와 도박 프로그램만 갖추면 영업할 수 있어 더욱 인기라고 한다. 이른바 ‘하우스 영업’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도박장은 아이디와 계좌번호만을 알려준 상태에서 업소를 거치지 않고 웹페이지만 노출시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30평형대 아파트에 경마 배팅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100억원 대의 마권을 굴려온 최모(43)씨 일당을 구속했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경마 결과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점을 이용,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아파트 내의 베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용산경찰서에서도 다세대주택에 컴퓨터 7대를 갖춰놓고 무허가 성인PC방을 차려 온라인 카드 도박 게임을 한 혐의로 황모(40)씨를 구속했다. 최근에는 한물간 게임이 법망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능만 추가해 변종 형태로 부활했는가 하면, 바다이야기 온라인 게임도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온라인 바다이야기는 이른바 ‘짝퉁’으로, 원조 바다이야기 게임방식을 그대로 모방해 만들어졌으며, 현재 10여 곳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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