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내부서 조합원·비조합원 논란 불거진 내막

아시아나 8942편 사고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항공사 이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져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즉시 조사에 나서는 한편, 지난달 말 서둘러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도 사안이 중요했던 탓이다.
아시아나는 사고기 조종사를 ‘포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조사위가 조종사의 과실을 발표하기 전까지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부분만을 강조했다. 중간 조사결과가 공개된 이후 아시아나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된다.
과거 유사 사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새롭게 불거졌다. 일부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원들은 지난해 6월 장춘공항(337편)에서 발생한 뇌우 사고와 올해 6월 사건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사건의 조종사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 8942편 조종사는 ‘웰던상’ 포상이 거론되고 있지만, 337편 기장은 부기장으로 강등되는 징계를 받았다. 특히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편파적 사후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요서울>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장춘공항 사건을 추적했다.


“항공기 운항승무원들이 뇌우 회피를 위해 선정한 비행경로는 방향과 이격거리가 충분하지 않았고, 회피 비행을 하는 동안 뇌우에 대하여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8월 25일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6월 9일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에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이 경기도 일죽 부근 상공에서 뇌우를 맞아 레이더 덮개가 이탈하고 조종실 전면 방풍창이 깨진 사건이다. 8942편은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안전하게 김포공항에 착륙했고, 아시아나는 해당 조종사에게 ‘웰던상’을 수여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
웰던상은 조종사가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수훈을 세웠을 경우 포상하는 최고 사원상의 일종이다.
그러나, 조사위의 발표가 아시아나측 입장과 다르고 여론도 악화되면서 ‘웰던상’ 수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아시아나측은 “웰던상 포상 문제는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기가 뇌우로 인해 위기를 모면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 장춘공항에서 6월 사고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두 사건은 원인과 결과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는 정반대여서 의문이 제기됐다. 8942편 조종사는 ‘웰던상’ 수여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지만, 장춘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의 조종사 A씨는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되는 징계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기 조사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아시아나는 해당 기장에 대한 승급과 웰던상 수여를 언급했다. 우박에 처참하게 파손된 사고기의 기장에 대한 이 같은 처우에 대해 조종사 노조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사건은 8942편 사고보다 경미했다. 2005년 6월 24일 인천에서 장춘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OZ-337편은 뇌우를 맞아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를 입고 인근 공항으로 회피했다.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정비사 2명이 장춘으로 급파됐지만 현지에서 수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항공안전본부 운항팀에 전달됐다.
이에 따라 승객 119명은 중국 남방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사고 피해를 입은 항공기는 국내로 귀항(Ferry Flight)해서 손상된 부분을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관련 규정상 ‘앞 유리에 손상이 있을 경우 승객을 탑승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조사위 담당자는 “우박으로 인해 앞 유리창이 손상된 점에서 두 사건은 매우 유사하다”며 “우리도 이 부분을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나에 자료를 요청하고 중국 항공당국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장춘 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이 8942편 사고와 무관하기 때문에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337편은 사고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위에 보고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8일 개정된 항공·철도에 관한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큰 차이를 보인 탓이다. 개정 법률이 통과되기 전에 벌어진 337편 사건은 ‘사고’가 아닌 ‘고장’으로 처리됐다. 조사위가 당시 사건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나측은 “매뉴얼 준수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홍보팀 관계자는 “장춘 공항에서 뇌우를 만난 사건은 (조종사가)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회사는 위원회를 열고 절차에 따라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일각에선 두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노조원와 비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취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사내 포상 소식이 전해진 후, 조종사노조 홈페이지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일었다.


매뉴얼 준수 여부가 관건
아시아나 홍보팀 관계자는 “일부 노조원의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노조·비노조원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장춘공항 조종사의 징계조치와 관련된 입장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노조 한 관계자는 “조합 차원에서 할 말이 없다”면서도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공안전본부 항공안전팀은 지난 3년간 뇌우와 관련된 항공기 파손 사건은 모두 60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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