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에게 당한 20대 남성의 복수극 풀스토리

성매매 혐의로 옥살이를 한 것이 억울하다며 두달여 동안 여성 21명을 연쇄 성폭행한 파렴치범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경찰서가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한 이모(29)씨가 그 장본인. 이씨는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만난 여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136차례나 성폭행을 일삼다가 한 피해여성의 신고로 덜미를 잡히게 됐다. 특히, 이씨는 여성들에게 포르노비디오를 보게 한 뒤 배우의 행위를 따라하도록 협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거나 마구 폭행하는 등 ‘만행’ 또한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꽃뱀’들을 응징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씨. 그는 대체 왜 꽃뱀들에게 환멸을 느꼈던 걸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억울한 옥살이’로 복수심 키워

이씨가 이번 범행을 저지르게 된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미모의 여성 A씨와 만났다. 인터넷상 쪽지와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이른바 ‘번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서로의 목적대로 곧장 모텔로 직행했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내 경찰이 들이닥쳤고, 이씨는 성매매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우리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면서 “그저 돈을 노리고 입을 놀린 ‘꽃뱀’에게 잘못 걸려들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속된 이씨는 8개월 간 수감 끝에 지난 6월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씨는 반성은커녕 ‘꽃뱀’들에 대한 복수를 결심했다.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응징을 하겠다는 속내였다. 실제로 이씨는 경찰에서 “돈을 밝히는 여성들을 혼내주고 싶었다”며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꽃뱀 여성들을 응징하려고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 주겠다’ 채팅으로 유혹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출소하자마자 엽기적인 행각에 나섰다. ‘꽃뱀에게 당한대로 갚아주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범행에 나선 것.
우선, 타인 명의로 B, S 채팅사이트에 가입했다. 이씨는 ‘100만원 스폰’이라는 제목에, ‘1개월에 4, 5번 만나주면 100~15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으로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스폰’이란 스폰서의 준말로 조건부 성관계를 가리키는 은어다. 여성들은 이 글을 보고 그에게 쪽지를 보냈고, 이 같은 ‘봇물 넘치는’ 쪽지에 그는 더욱 환멸을 느꼈다.
이씨는 제의에 응한 여성들을 송파구 신천동, 구로구 오류동, 강남구 역삼동 등 서울 각지의 모텔로 유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모텔에 동행한 여성들은 아무 의심 없이 그를 순순히 따랐다고 한다. 몸을 주면 돈을 받는 식의 ‘조건부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텔 안으로 들어선 이씨는 이내 야수로 돌변, 미리 감춰둔 흉기로 여성들을 위협한 뒤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포르노 행위 요구, 맘에 안 들면 폭행
이씨는 먼저 박스테이프와 가방끈으로 손발을 묶고 여성들의 옷을 벗겨 농락했다. 또, 여성들에게 음란비디오를 보여준 뒤 포르노 배우처럼 연출시켜 나체, 애무 장면 등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동영상도 찍어 보관했으며 ‘인터넷에 올려 유포시키겠다’며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포즈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여성들을 마구 폭행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여성들의 음모를 깎는 등의 수치스런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당한 피해 여성만 무려 21명. 올 7월 초부터 단 2개월 만이다. 이씨는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몹쓸 짓’을 저지르기도 했고 이들21명에게 무려 136차례나 성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돈이 궁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으며, 고3 여학생도 3명이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여고생의 경우, 무려 14시간 동안 감금을 당했으며, 포르노 배우의 자세와 행동을 잘 따라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8차례나 가학적인 성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한 범행수법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짧지만 굵은(?) 범행은 매우 주도면밀하고 노련했기에 가능했다.
일단,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가입시, 타인 명의 ID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는 자기 신분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과 통화할 때도 절대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녹음, 도청, 경찰 단속 등을 우려, 조금 번거롭더라도 공중전화만을 사용했던 것. 또,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CD로 보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꼼꼼하게 메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투숙한 모텔방의 지문을 다 지우고 나올 정도로 ‘깔끔한 뒷수습’도 잊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초경찰서 강력1팀 김덕현 경장은 “한 번 만나면 성관계를 갖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사람을 만나고 쉽게 성관계를 갖는 일부 여성들이 문제”라며 “그래서 은밀하고 즉흥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인터넷 채팅사이트가 성폭행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 여성들은 현재 혐오감으로 이씨에 대해 치를 떨고 있으며,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성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