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성인 콜라텍에 몰리는 노인들의 현 실상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 소재의 한 콜라텍에서 화재 오인 소동이 벌어지면서 성인 콜라텍의 운영방식 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인 콜라텍이 노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탈출구’로 자리 잡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여 전. 99년 인천호프집 화재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놀이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만든 것이 계기가 됐으나, 현재는 행정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하여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이번 소동을 계기로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달래주는 이곳, ‘성인 콜라텍’을 밀착 취재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일대의 A 성인 콜라텍. 대형 상가건물에 위치한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카바레를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콜라텍으로 바뀌었다. 개업한지 햇수로만 40년이 넘는 이곳은 노인들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점잔 빼고 있는 사람들도 이곳에서만큼은 꺼릴 것이 없다. 이곳에서 그들은 춤과 음악에 취해 ‘그들만의 로맨스’를 만들고 있었다.


평일에도 만원, 카바레와 유사 분위기
입장료 2천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성인 콜라텍 입구. 안에 들어서려고 하자 다소 건장한 체격의 남자 2명이 일단 가로막았다. 이들은 ‘무슨 일로 찾아 왔느냐’며 기자의 차림새를 살폈다. 최근 서울 영등포의 한 콜라텍에서 벌어진 화재오인소동으로 인해 안전문제 등으로 여러 언론사에 시달린 눈치였다. 철저한 신문(?) 끝에 내부로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방 등 모든 소지품은 보관소에 맡겨야 했다.
평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400평 남짓의 공간은 만원사례였다. 내부는 종전 카바레와 비슷해 보인다. 음침한 조명이 요란스럽게 돌아가는 가운데 경쾌한 지르박 리듬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귀에 익은 ‘뽕짝’ 메들리가 수백 명의 노인들의 어깻짓을 부추기기도 했다. ‘강원도 아리랑’을 흥겹게 리메이크한 곡에 이어 ‘네박자’, ‘무정부르스’까지 ‘풀’로 흘러나왔다. 파트너와 함께 온 남녀들은 리듬에 맞춰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이곳에서 ‘급(急)커플’을 이룬 남녀도 서로 엉겨 붙어 춤을 췄다. 때론 보기 민망할 정도의 장면도 연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남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파트너 없이 찾아온 남녀들은 스테이지를 둘러싼 의자에 앉아 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부킹 담당도우미도 있어
웨이터나 도우미쯤으로 보이는 한 종업원은 솔로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부킹을 주선하기 바빴다.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던 손님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연신 종업원을 따라나선다.
실제로 따로 온 듯 보이는 60대 할머니, 할아버지는 1시간 가까이 지르박, 블루스, 자이브 등을 반복하며 프로 못지않은 춤 솜씨를 뽐냈다.
업소 여종업원 김모(42)씨는 “혼자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지만, 기다리다 보면 이내 짝을 찾는다”며 “이곳도 젊은 층들이 다니는 일반 나이트클럽처럼 부킹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테이블마다 담당도우미도 있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종업원들에게 작업(?)하는 할아버지들도 몇몇 있다”며 “모든 문화가 젊은이들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콜라텍을 찾는 이유도 ‘제각각’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백(all white)’으로 한껏 멋낸 김종무(66) 할아버지. 스텝과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댄스의 황제’, ‘춤의 전설’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래 전부터 재미로 카바레 등에 발을 들였다는 김할아버지는 “밖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곳에서 춤을 추면 주목 받는다”며 “노인네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면 새삼 자신감이 생기고, 또 춤 실력도 과시할 수 있어 한층 젊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직 후 집에 있자니 가족들 눈치 보이고 딱히 갈 데도 없다”며 “왕년에 좀 놀아본(?) 경험을 살려 옛날 기분도 낼 겸 운동 삼아 즐겨 찾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곳에 온 노인들은 처음엔 쑥스러워하다가도 이내 분위기를 즐기는 듯했다. 두 달 전, 아는 노인을 통해 콜라텍을 알게 됐으며, 이곳에 올 때는 꼭 반짝이 의상을 즐겨 입는다는 최영순(63) 할머니는 “탑골공원에서 초라하게 먼산 바라보고 쓰러져 자는 것보다 여기서 하루 스트레스 다 푸는 게 훨씬 좋다”며 이곳의 자랑을 늘어놨다. 일주일에 두번꼴로 성인 콜라텍을 찾는다는 박준배(75) 할아버지는 “값도 싸고 여름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콜라텍이 제격”이라며 “이곳에서 새로운 또래 노인들을 만나 대화하고 춤추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콜라텍서 온갖 안주 다 팔아
홀 바깥에서 좀 더 구석으로 들어가니 식당 용도의 대기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술을 따로 팔고 있었다. 음료수에서부터 막걸리, 맥주, 소주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었다. 다소 의아한 것이 콜라텍에 정작 콜라는 없다는 것. 노인들이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는 이유에서다. 대신, 안주 메뉴는 다양했다. 도토리묵, 부침개 등 토속적인 음식들도 눈에 띄었다. 춤을 추지 않고 구경삼아 이곳을 찾은 커플 대부분은 여기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커플들은 애정 표현도 하고, 서로에게 애교도 부리며, ‘자기야’와 같은 호칭도 서슴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커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누기 힘들어, 춤 구경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음식 값은 2~3천원 수준으로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업소 측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또 다른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춤추다 눈 맞으면 은밀한 장소로 이동
이곳 종업원과 노인들의 말에 따르면, 콜라텍을 찾는 노인들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하는 ‘꽃뱀’이나 ‘제비족’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한 종업원은 “나쁜 의도를 품고 이곳을 찾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며 “일부 노인들 중에는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자신의 신상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매번 다른 파트너와 재미(?)를 보고 갈아 치우는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 거의 매일 나타난다는 ‘할머니 킬러’ 한모(71) 할아버지. 그는 꼭 지네술, 천마술 등 소위 몸에 좋다는 술을 마신 후, 살짝 달아오른 취기상태에서 등장한다고.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답지 않게 정정하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기자가 찾은 이날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른 종업원은 “이곳에서는 춤을 추다 남녀가 눈이 맞으면 대낮에도 스스럼없이 나간다”며 “이들 춤꾼들은 대개 들어올 때는 솔로지만, 나갈 때는 커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히려 여성들이 더 은밀한 장소로 옮길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는 게 이 종업원의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이를 규제할 수 없는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성인 콜라텍은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파악한 서울 소재의 콜라텍만 해도 무려 82개로, 증가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성인 콜라텍은 불법 아닌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성인 콜라텍에서는 오후 6시 이후 개인 춤 교습소로 둔갑, 또 다른 춤꾼을 양성하고 있다는 말도 이곳 일대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법 탈선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성인 콜라텍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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