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프레임’ 수정… “박근혜는 짝퉁”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제18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7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투표 전날인 18일 밤 12시까지 22일간의 사투에 돌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야권단일화에 성공한 문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한 총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전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박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필승전략 카드를 준비하며 막판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문 후보는 현재 박 후보를 현 정권의 심판 대상으로 간주하며 ‘과거 vs 미래’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또한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네거티브전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및 공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흠집 내기가 자칫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 측 공세를 받아치며 수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일단 네거티브의 포커스는 박 후보의 과거사로 맞춰놓은 상태다.

문 캠프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은 기본적으로 현 정권 심판론, 경제민주화, 정치쇄신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거티브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박 후보 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정희-노무현’에 맞서 ‘이명박근혜’ 구도형성

문재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박 후보를 향해 “유신 독재세력의 잔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내 현 정권 심판론으로 구도를 수정했다. 박 후보 측이 문 후보를 “실패한 참여정부 실세”라 지칭, ‘박정희-노무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을 의식하고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가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공동 책임자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노무현 정권 실패론을 들고 나왔다”고 역공을 가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빵점짜리로 박 후보는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이명박근혜’ 공동책임론을 재차 상기시켰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권 5년을 평가하는 선거다. 이명박 정권이 잘했냐, 못했냐는 것이 이번 선거에 유권자가 평가할 기준”이라고 강조했고, 윤호중 전략기획실장은 “참여정부와 MB정부의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권이 실패한 정권인지 분명히 드러난다”며 박 후보 측의 ‘노무현 정권 시즌2’ 주장에 맞섰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제시한 반값 등록금 공약과 관련해서도 현 정권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통령의 첫 번째 반값등록금 사기 사건에 이은 두 번째 반값등록금 사기사건”이라고 박 후보를 흔들었다.

그간 계속해서 과거사 문제를 지적하던 문 후보 측은 ‘박정희-노무현’ 프레임이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 ‘MB정권 심판론’으로 대선 전략을 변경했다.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현 정부 심판론이 이명박 정권에 부정적인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층을 넓히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朴의 경제민주화는 ‘짝퉁’”

선거 초 여야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새누리당에 합류한 것을 두고 “이슈 선점을 빼앗겼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박 후보 측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박 후보가 사실상 재벌의 현행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경제성장’ 중심의 공약들을 제시하자 문 후보 측은 즉각 ‘짝퉁’ 경제민주화라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호남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문 후보는 “시장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유통업체를 제한하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누가 통과하지 못하게 했느냐”며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그랬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를 말할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짝퉁 경제민주화가 드러났다. 심판해야 한다”고 표심을 자극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지난 4·11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구호로 국민을 현혹했지만 정작 대선 공약에서는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핵심 정책이 모두 빠졌다”며 “예상대로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버렸다”고 힐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박 후보의 재벌인맥을 거론하며 “박 후보의 측근 재벌인맥들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가짜’ 경제민주화, ‘말뿐인’ 경제민주화로 전락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박 후보는 여전히 ‘줄푸세’에 갇혀 있고 재벌중심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강력히 지켜나가려고 한다”고 맹공을 폈다.

정치쇄신 단행… “기득권 포기”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부동층은 현재 무주공산 상태다. 이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정치쇄신’ 카드는 그 일환의 하나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정치쇄신 공약을 내걸었지만 쇄신 폭과 깊이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안철수 신드롬’이 형성됐던 가장 큰 요인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 저변엔 ‘기득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정치쇄신’이 지목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표 정치혁신 키워드는 기득권 포기에서 출발한다. 지역구 축소와 비례의원 증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공천혁명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중앙당 권한 축소 등을 제시하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문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핵심은 ‘정치쇄신의 폭’”이라며 “이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장고 끝에 재탕한 것으로 한마디로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또한 문 후보 측은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 “박 후보 정치쇄신안은 국민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투표시간 연장안도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잇단 비리검사로 인해 정치쇄신과 함께 검찰개혁 문제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 후보 측은 현재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검찰개혁의 핵심 카드로 내걸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문 후보의 칼끝이 상당히 매섭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파격적인 쇄신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朴의 ‘과거사’… 네거티브 강화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공방과 비난 그리고 네거티브도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과거사 문제로 발목 잡힌 박 후보 진영은 문 후보 부인의 평창도 빌라 다운계약서 문제와 ‘명품의자’ ‘명품안경’ ‘고가 패딩점퍼’ 등을 거론하며 문 후보의 ‘서민후보론’에 집중 공세를 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선거의 여왕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네거티브의 여왕이요, 적반하장의 여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적반하장, 이간질, 흑색선전 3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전병헌 매니페스토본부장도 “지금 상황을 보면 네거티브가 금도를 넘은 것 같다”며 “박 후보가 제시한 국민통합이란 이름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거짓말인지를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학교법인 영남학원, 한국문화재단을 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정수장학회 이후 육영재단 관련 공세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후보의 친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전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 그리고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 등과 관련된 구설도 계속해서 취합 중에 있다. 일각에선 ‘박지민-서향희’ 건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문 후보 측은 최근 육영재단 산하 유치원 여성교사 채용과 관련, 결혼 시 퇴사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도록 종용한 것을 지적하며 ‘첫 여성 대통령’을 자임하는 박 후보를 맹비난했다.

아울러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의 소유 건물에 ‘텐프로 룸살롱’이 성업 중인 점을 문제 삼으며 역공을 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간부가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를 당 차원에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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