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 PC방 ‘알바’ A씨 증언 ‘돈 잃을 수밖에 없는’ 실상

사행성 성인 PC방이 판치고 있다. 상품권 시스템 도입 이후 급속히 번진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장에 이어 사행성 PC방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 ‘신종 마약’이라 일컬어지는 사행성 PC방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중독성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사회문제의 한 축으로 부각됐다. 일부 사행성 PC방들은 조폭들의 운영자금원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짜고 치는 도박판’에 손님들이 농락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공공연히 소문으로 떠돌기만 했을 뿐,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일요서울> 취재진은 ‘1년차 알바’인 A(30)씨를 만나 사행성 성인 PC방의 영업 실상에 대해 낱낱이 들을 수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5시.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할 것부터 요구했다. A씨는 성인 PC방 ‘알바’로 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으며, 게임과 도박을 좋아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생각처럼 게임과 도박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한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사태를 수습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우선 A씨로부터 항간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들어봤다.

장시간 판에 머무르게 해 ‘딜러비’ 챙겨
A씨는 “모든 성인 PC방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게임 승률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간 떠돌던 소문의 실체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초창기엔 거의 모든 성인 PC방이 승률을 조작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성인 PC방들이 지나치게 성행하다 보니 서로 경쟁이 붙어서 많이 줄었죠. 요즘은 오히려 손님들이 돈을 따게 하는 방식이에요. 그게 바로 영업 수단이자, 수익이거든요.”손님들이 돈을 따는데 왜 수익이 되느냐는 질문에 A씨는 “딜러비(일종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업소에서 ‘알바’들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손님을 (도박)판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과 ‘판을 키우는 역할’이다. 이 중 전자가 딜러비를 챙기는 데 일조한다. A씨는 “손님이 게임을 할 때마다 업소에서 딜러비를 떼어 가는데 게임시간이 길어지고 횟수가 늘어나야 계속해서 딜러비를 떼어갈 수 있다”며 “이때 ‘알바’들은 손님들이 판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손님들이 돈을 따야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고, 그것을 현금화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업소는 환전 수수료까지도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승부조작’으로 손님 주머니 털어
‘알바’들의 또 다른 역할은 판을 키운 다음 손님을 집중적으로 공략, 돈을 따는 것이라고 한다. A씨는 “가진 돈이 정해져 있는 손님들은 대개 판이 커질수록 알바들을 당할 수 없다”며 “웬만큼 좋은 패가 아니면 100% 돈을 잃는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방식이 통하는 것은 본사의 철저한 지시와 통제 아래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게 A씨의 설명. 그는 “이곳에서는 주야간 알바를 고용한 뒤 그들에게 별도의 아이디와 사이버머니를 제공, 손님들과 게임을 하도록 시킨다”며 “알바들은 서로 부여받은 아이디를 알기 때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알바들이 게임을 하다가 ‘올인’이 되면 지배인이 본사(서버 운영) 측에 연락, 사이버머니를 충전해 주기도 한다고 한다. 성인 PC방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떤 손님들이 돈을 따고, 어떤 손님들이 돈을 잃는 것일까. A씨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돈을 따는 손님은 극히 드물다.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 A씨는 “초반에는 판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손님들이 돈을 따게 놔두지만, 이후 판이 커지면 본전은 커녕 결국 더 큰 돈을 잃게 된다”며 ‘밀고 당기기’ 수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사행성 PC방의 상술에 혀를 내둘렀다.

하루 수익 최대 3,000만원, 한 달 10억원 추정
게임당 딜러비는 업소마다 다르지만 5~7%를 뗀다고 한다. 한 사람이 1시간에 게임 10판을 하고 판당 10만원을 판돈(도박판에서, 그 판에 태운 돈)으로 내면 업소는 1시간 만에 적게는 5만원, 많게는 7만원까지 버는 셈. 이런 손님이 시간 당 20명씩 오고 하루 20시간 영업을 하면 하루 수익이 최대 3,000여만원까지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 달에 10억원 버는 게 우스울 정도다.
때문에 일반 PC방들은 성인 PC방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실제로 성인 PC방은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 현재 약 6,000여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행성 성인 PC방 안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A씨에 따르면 여느 도박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일단 오는 손님은 매일 같이 온다. ‘중독’이라는 증거다. 이들은 처음엔 적은 돈을 가지고 호기심에 도박을 하지만 한두 번 돈을 따면서 느끼게 되는 ‘희열’과 대박을 좇는 ‘허영’, 이어 액수가 점차 커지면서 결국 ‘본전 생각’에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웃지못할 사건·사고도 비일비재하다고. “돈 많이 잃었다고 새벽에 술 먹고 찾아와서 자해하는 사람, 잃은 돈을 모두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사람, 잃은 돈을 찾기 위해서는 ‘PC방을 터는 수밖에 없다’며 무장강도짓하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니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데, 그 스트레스와 뒷수습 등 고충은 이루 말로 다 못합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그는 하소연한다. 사행성 성인 PC방에서 도박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를 통한 승부조작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업주는 물론 아르바이트 당사자, 손님도 불법행위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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